'시민이 언론사에 직접 후원' 미디어바우처 파격 제안

정철운 기자 입력 2021. 4. 5. 16:24 수정 2021. 4. 5. 18: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문부수 조작사태로 떠오른 '미디어 바우처'…김승원 의원 "정부 광고 예산,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이 언론 후원" 제안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신문부수 조작사태를 적극적으로 의제화하고 있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한 언론, 국민만을 바라보는 언론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자 변화의 시작점으로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부수를 중심으로 한 영향력 평가를 통해 관행적으로 집행하던 인쇄매체 정부광고를 없애고 국민에게 일종의 언론 후원금을 주는 방안으로, 조만간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승원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체부 사무검사 결과 ABC협회·조선일보 신문부수 조작은 사실로 밝혀졌다. 3월18일 30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언론의 공정한 생태계를 파괴한 당사자 엄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미디어 바우처를 제안했다.

김 의원은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은 언론사 등에 보조금과 공공광고 등 비용으로 매년 1조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전한 뒤 미디어 바우처를 두고 “위 예산을 국민께 돌려드려 정부가 예컨대 국민인 독자에게 매년 2~3만 원 정도의 바우처를 제공하고, 국민께서 좋은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 언론사나 기사 또는 전문영역 잡지에 후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2020년 정부광고 규모는 1조893억 원, 이 중 인쇄매체 광고는 2452억 원 규모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언론계에 대한 정부나 공공기관의 보조금이나 광고 등 지원은 주로 신문부수 등에 따라 산정되었으나, 이제는 (부수가) 그 기준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신문부수공사가 조작된 것이 밝혀진 만큼 신뢰성이 떨어졌고, 종이신문 구독자는 끝없이 감소하고 있으며 현재 기준으로는 정부보조금이나 광고가 기성 거대 언론사에 편중되는바, 모든 언론이 공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적합성, 정부 지원 형평성 등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저널리즘 지원 정책 모델”이라고 설명하며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지만 공정한 언론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올바른 길이 될 것이다. 언론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 많은 분들과 미디어 바우처 제도 연구와 도입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현재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김 의원 글을 공유하며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미디어정책리포트를 통해 미디어 바우처를 저널리즘을 위한 공적 지원제도로 제안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시카고대학 조지 스티글러 경제국가연구소 산하 디지털 플랫폼 연구위원회는 2019년 디지털 환경에서 저널리즘을 위한 지원정책으로 미디어바우처를 제안했다. 미국 재무부가 성인 1인당 연간 50달러(약 6만 원)의 바우처를 발행하면, 원하는 언론사에 5달러씩 10회에 나눠 기부하는 식이다.

바우처를 받을 수 있는 언론사는 △1인 이상 정규직 언론인 고용 △공적 관심의 뉴스 생산 △투명한 경영공시 △윤리강령 준수라는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바우처 기부는 특정 언론사에 집중될 수 없으며, 1개 언론사가 전체 바우처 금액의 1%를 초과해 받을 수 없다. 할당받았지만 기부하지 않아 남은 바우처의 경우 다른 시민들이 기부한 바우처 비율에 맞춰 일괄 재분배할 수 있다. 바우처 기부자는 익명 처리된다.

이 같은 시나리오로 뉴욕타임스가 1%의 바우처 기부를 받으면, 뉴욕타임스가 고용한 언론인 1700명 중 1000명의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디어 바우처는 '당신이 낸 세금을 다시 당신에게 줄 테니, 당신이 응원하는 언론사에 투자하라'는 아이디어로, 언론은 '트래픽'이 아닌 '독자의 선택'을 위해 저널리즘의 수준을 높이고 이 같은 언론의 공적 역할 강화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학계에선 광고영업을 하지 않는 비영리 언론사 위주로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과, '뉴스 프로젝트' 단위로 바우처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이 점은 향후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 김선호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2000~3000억 규모의 국고를 통해 시범사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전 국민 대상보다는 바우처 신청자를 중심으로 진행하며 보완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T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해시태그'에서 “정부 광고는 언론산업 지원책으로 일종의 보조금 개념”이라고 설명한 뒤 “사실은 나눠주는 것이면서 마치 광고효과를 보고 주는 것처럼 시늉하는 시스템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의 직접지원이나 수신료 같은 공공재원처럼 광고시장으로 인해 (언론이) 망가지는 것을 제어해줄 수 있는 또 다른 균형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AFP통신 이사를 역임한 줄리아 카제 파리정치대학 경제학과 교수 또한 “양질의 뉴스는 공공재이며, 시장에게만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며 “모든 시민에게 일종의 바우처를 줘서 미디어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바우처 재원은 세금이 될 수도 있고, 디지털 뉴스플랫폼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네이버·카카오·구글 등이 공적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신문부수 조작사태가 쏘아 올린 '미디어 바우처' 논의가 어떠한 결론에 도달할지 주목된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