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지하로 가!"..이렇게 되면 어떡하죠?

2021. 4. 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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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지상 출입을 통제받는 택배·배달 기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로 배달을 갔다는 배달기사 A씨는 "고객 요청사항에 꼭 지하 주차장으로 와달라고 쓰여 있었는데, 새로 코팅한 지하주차장 전체가 블랙아이스와 같다고 봐도 무방했다"며 "내려가자마자 '제꿍(제자리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것)'했다. 절대 내려가지 마시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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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배송 차량이 차체보다 낮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을 시도하다 차량과 시설이 훼손한 모습. 일부 공원형 아파트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지상 도로 이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다수 택배 차량은 차체가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높이인 2.3m보다 높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꼭 지하주차장 통해 배달하라고? 무시하면 고수, 서행하면 중수, 밟으면 하수!”

아파트 단지 내 지상 출입을 통제받는 택배·배달 기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민의 안전이나 소음, 시설 훼손 등을 우려한 조치이지만, 그에 따르는 불편과 위험을 고스란히 기사들이 감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륜차를 운행하는 배달 기사들 사이에서는, 악천후시 지하 주차장 운행은 사고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지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후문 인근에 택배 상자들이 쌓여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이번 달 1일부터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이 금지됐다. [연합뉴스]

5일 배달 관련 업계에서는 약 5000세대 규모인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 근처에 쌓여 있는 수백개의 택배 박스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아파트 단지 내 지상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정하고 이달 1일부터 통제에 돌입했다. 안전사고와 보도 훼손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긴급차량과 이사 차량 등 지상 통행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택배 차량(탑차)은 차체가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높이인 2.3m보다 높아 진입이 불가능하다. 실제 지난해에는 차량의 제원을 숙지하지 못한 한 초보 택배 기사가 지하 주차장 진입을 시도하다가 차량은 물론 아파트 시설까지 훼손된 정황이 온라인에서 공유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상 출입 금지로 사정이 난처해진 것은 배달 업계도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아파트가 단지 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도보로 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지상으로 출입할 경우 고발 조치하겠다’는 안내문을 부착한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배달 기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오토바이 출입 금지’를 내건 주요 아파트 단지의 이름을 공유하며 '콜을 거부하자'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같은 시간 내에 얼마나 많은 배달을 수행했는지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배달 기사 입장에서는, 도보 배달로 인한 업무 지연과 그에 따른 수익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이는 배달 기사들이 과속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지상 운행을 금지한 대신 지하 주차장을 통한 배달을 요구하는 아파트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배달 기사들이 기피하는 대상이다. 통상 지하 주차장 바닥은 서행 중 타이어 마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에폭시 코팅이 되는데, 특히나 비나 눈이 내린 경우라면 이륜차로서는 미끄럼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로 배달을 갔다는 배달기사 A씨는 “고객 요청사항에 꼭 지하 주차장으로 와달라고 쓰여 있었는데, 새로 코팅한 지하주차장 전체가 블랙아이스와 같다고 봐도 무방했다”며 “내려가자마자 ‘제꿍(제자리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것)’했다. 절대 내려가지 마시라”라고 전했다.

배달 기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지하주차장 통행을 강제하는 아파트 단지의 이름을 공유하며 서로 주의를 주고 있다. 사진은 한 배달기사가 공유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바닥 사진. [네이버 카페 ‘배달세상’]
배달 기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지하주차장 통행을 강제하는 아파트 단지의 이름을 공유하며 서로 주의를 주고 있다. 사진은 한 배달기사가 공유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바닥 사진. [네이버 카페 ‘배달세상’]

배달 기사들의 지상 운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배달업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등이 이른바 ‘갑질 아파트’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때에도 ‘지하 주차장 배달을 요구하는 아파트’가 포함됐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변화를 보인 아파트는 전무하다.

결국 배달 기사들은 업자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등 자체 대응에 나서는 실정이다. 도보 배달을 요구하거나 지하 주차장 운행을 강요하는 아파트 이름을 공유하고 숙지해, 배달 호출이 들어왔을 때 수락하지 말자는 제안이다. 이처럼 배달 기사 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배달앱 알고리즘에 의해 고객이 부담해야 할 배달비가 높아질 수 있다.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종의 시위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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