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안녕'..500만 이용자 남기고 역사 속으로
LG전자가 5일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손을 떼기로 최종 결정했다. 1995년 첫 휴대폰인 ‘화통’을 시작으로 휴대폰 제조사업에 진출한 지 26년 만의 일이다.
앞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1월 모바일 사업본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휴대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두 3449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LG전자 내 가전, 자동차부품(VS) 사업본부,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LG에너지솔루션 등으로 분산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개별 인원들의 의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개인의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효과적인 재배치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LG전자 스마트폰 국내 이용자는 5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LG전자는 통신사업자 등 거래선과 약속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는 휴대폰을 생산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동통신 3사가 ‘재고떨이’에 나서면서 사실상 ‘공짜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 철수설이 나온 이후부터 이통 3사에 남아 있는 재고를 다 털어내기 위해 지원금을 많이 태웠다”며 “시장에 지금도 많이 풀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4.7%의 점유율로, 삼성전자(33.7%)와 애플(30.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당장 LG전자 사업철수는 북미 시장에서 한국 스마트폰 입지가 약화 되는 것은 물론 안드로이드 진영의 위축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시장은 아이폰의 안방 시장이다. 따라서 LG폰 점유율이 애플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애플은 지난해 첫 5G 아이폰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아이폰12 시리즈를 앞세워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함께 구글의 오랜 파트너이자 안드로이드 진영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따라서 이는 iOS와 안드로이드 진영 간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LG전자가 주도했던 롤러블폰 등 폼팩터 혁신 경쟁도 힘이 빠지게 됐다.
국내 시장에서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3%다. 삼성전자가 65%, 애플이 21%였다. LG전자는 한때 3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며 삼성전자와 쌍벽을 이뤘지만, 3년 전부터는 애플에도 밀리며 3위로 주저앉은 상태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애플보다는 삼성전자 쪽으로 LG전자 수요가 더 이동할 것으로 본다. LG전자 단말기의 대부분이 40만 원대 이하 중저가에 포진해 있어서다. 이에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된 애플보다 다양한 가격대 제품을 두루 갖춘 삼성전자가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에 LG전자 V50을 포함하는 등 LG폰 사용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저가 시장인 만큼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의 부상을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중국 브랜드 신뢰도가 높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 지난해 SK텔레콤에서 가성비(가격대성능비)를 앞세운 샤오미 제품 공식 판매에 나섰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통사와 소비자 입장에선 LG전자의 휴대폰 철수가 악재다. 소비자 권익과 이동통신사 협상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은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애플을 제외한 다른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장이다. 기존에도 선택지가 많지 않았지만, LG전자 철수로 그마저도 줄게 됐다.
이 같은 시장 변화는 이통사로서도 달갑지 않다. 단말기 수급 계약에서 통신사의 교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격 정책이나 프로모션 등에서 삼성전자의 입김이 커질 전망이다. 이통사도 소비자와 덩달아 고민이 깊어지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제품 가격 인상과 서비스 품질저하 등 부정적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출시와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다른 정책을 펼치기 어렵고 애플 등 다른 제조사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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