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손잡은 'K페미니즘'은 사라져야 합니다"

최연진 기자 2021. 4.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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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여성운동 해온 오세라비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펴내
"정치 권력 얻으려 페미니즘 이용, 여성단체 간부도 국회의원 됐다"

“대한민국이 페미니즘 선진국이 됐는데도 여성계는 이를 부정하며 여성을 계속 ‘피해자’ 지위에 놓으려고 해요. 여성가족부 폐지하고 남성가족부 만들자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원조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는 거침없었다. 2000년대부터 범여권과 진보 진영에서 활동하며 여성운동에 앞장서왔던 작가 오세라비(63·본명 이영희). 최근 국내 페미니즘 세력의 권력지향적 행태를 고발한 책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를 출간한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진영을 향한 날 선 비판으로 주목받는 논객이 됐다. 필명인 오세라비는 감탄사 ‘오’와 프랑스어 ‘세라비(C’est la vie·그것이 인생이다)’를 합친 것이다.

2014년 ‘좌파의 위선’이 싫어 진보 진영을 떠났다는 오세라비 작가는 본지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이 좌파 여성 단체의 ‘권력’이 돼 버렸다”며 “이분법적 남녀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을 한 뒤 만난 오세라비는 “좌파 여성 단체의 ‘권력’이 돼 버린 페미니즘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며 “‘K페미니즘’이 사라져야 남녀 대결 구도가 사라지고 진짜 양성평등 사회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K팝과 K드라마, K방역처럼 페미니즘 앞에도 한국적 특성을 뜻하는 K를 붙였지만 작가가 설명하는 의미는 매우 부정적이다. “민족주의에 페미니즘을 더한 게 ‘K페미니즘’이에요. 여성 운동을 하려고 갔더니 통일 운동을 하고 있고, 여성 권익 운동에 앞장서야 할 여성 단체 간부들이 어느샌가 국회의원이 돼 있고, 장관이 돼 있는 현실입니다. 페미니즘이 정치권력과 결탁한 거죠.”

1990년대 말 IMF 외환 위기 당시 지하철역을 가득 메운 노숙인들 사이에 임신한 여성이 있는 것을 보고 여성운동에 투신했다. 개혁국민정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국민참여당, 통합진보당 등 범여권 및 진보 계열 정당에서 활동했다. 그랬던 그가 어쩌다가 페미니즘 비판자가 됐을까. 그는 “사실은 여성에겐 관심 없는 좌파의 위선이 싫었고, 2012년 통합진보당 폭력 사태에서 좌파의 민낯을 봤다”고 했다. 학력 등 개인 이력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그는 “특정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여성운동 중심에 설 수 없는 폐쇄적인 라인(인맥) 문화에도 학을 뗐다”고 했다.

“지금의 좌파엔 기대할 게 없어요. 페미니즘을 이용해서 남녀 대결 구도를 만들고, 이를 다시 이용해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고 해요. 이제 다른 정치 세력이 나서서 끊임없이 양성평등을 얘기하고, 남녀가 공조할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내부자 출신'의 경험을 살려 앞으로도 현 정부와 진보 진영의 여성운동 및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폭로·비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다음 타깃은 정부와 주요 지자체들이 매년 편성하고 있는 성 인지 교육 예산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젊은 여성들의 지지율을 유지하려고 벌이고 있는 비정상적 여성 정책의 하나”라고 했다.

“뜨거운 세숫물을 받으면 오빠가 제일 먼저 세수하는 경상도 집안에서 자랐다”는 그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분법적 페미니즘을 넘어서 미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정당에 몸담을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좌파를 떠나면 자동으로 우파가 되느냐”고 되물으며 이렇게 말했다. “조국 사태, 박원순 사건, LH 사건으로 좌파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 중간 지대를 형성하고 있어요. 저를 포함해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품을지 고민하는 것은 보수 정당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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