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위에서 승려들이 잘 안 보이는 이유

환타 입력 2021. 4. 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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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7일 미얀마 불교를 관장하는 국가기관인 '마하나'가 군부를 향해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라는 현지 보도가 있었다.

2007년 사프란 혁명 당시 군사정부가 타협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미얀마 사회에서 불교가 가지는 압도적인 권위 때문이다.

미얀마 내에서는 그가 이번 쿠데타의 주역으로 등장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로힝야족 학살 이후 일부 버마족 불교도 사이에 영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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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미얀마 양곤에서 승려들이 주도한 사프란 혁명. ⓒAP Photo

3월17일 미얀마 불교를 관장하는 국가기관인 ‘마하나’가 군부를 향해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라는 현지 보도가 있었다. 지난 2월1일 미얀마 쿠데타 발생 이후 무려 45일 만에 나온 이 성명은 여러모로 늦은 감이 있다. 승려들이 주도했던 2007년 미얀마 사프란 혁명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어딘가 꺼림칙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불교는 미얀마 인구의 90%가 믿는, 말 그대로 국가 종교다. 한국처럼 호국불교 성격도 짙다. 2007년 사프란 혁명 당시 군사정부가 타협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미얀마 사회에서 불교가 가지는 압도적인 권위 때문이다. 승려들이 거리로 나서자 잔인하기로 유명한 미얀마 군조차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랬던 불교가 2021년 쿠데타 국면에서는 시위 현장에 보이지 않고 있다. 몇몇 승려들이 개인 자격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는 있지만 집단적 움직임은 자제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그동안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16~2017년에 발생한 로힝야족 학살 사태는 여러 가지 진실을 세계에 알렸다. 먼저 아웅산 수치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바뀌었고, 서구 사회는 그동안 평화의 종교로만 알고 있던 불교의 폭력성에 몸서리를 쳤다. 로힝야족 대다수는 무슬림이다.

종교 제일주의와 민족주의는 그중 하나만 과해도 인류에 커다란 해악을 끼쳤다. 미얀마는 이 둘을 모두 아우르는 ‘마바타’라는 조직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번역하면 ‘미얀마 애국협회’쯤 되는 기구다. 불교 수호를 목적으로 결성된 이 단체는 2016년 페이스북을 통해 로힝야족 반대 캠페인을 주도했고, 조직의 간판 격인 승려 아신 위라투는 로힝야 학살 과정에서 이를 선동했다. 인구의 90%가 불교를 믿는 나라에서 이들은 미얀마가 곧 이슬람화될 것이며 불교도는 탄압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게 대중에게 먹힌다.

마바타는 2021년 군사 쿠데타 와중에도 노골적으로 군사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이 보기에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의심스럽다. 혹여 불교 민족주의에 악영향을 끼칠까 염려하는 것이다. 2020년 총선 때 NLD는 무슬림 인사 출마를 금지시켰을 정도로 마바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승복 입고 시위대를 린치하는 승려들

쿠데타로 미얀마의 실권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은 로힝야족 학살을 주도한 인물이다. 미얀마 내에서는 그가 이번 쿠데타의 주역으로 등장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로힝야족 학살 이후 일부 버마족 불교도 사이에 영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쿠데타의 실질적 계기가 된 2020년 총선에서 NLD는 버마족 불교도보다 소수민족에게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쿠데타 초기부터 미얀마 불교계는 관망하는 주류와 군부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불교 민족주의자들로 양분됐고, 일부는 민주화 시위대를 린치하기도 했다. 승복을 차려입고서 말이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얀마의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미얀마의 국가정체성이 재정의’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미얀마의 민주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민주화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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