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뒤집혔다… 2030도, 강북도, 중도층도 오세훈 선택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2021. 4.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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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서울 표심 분석

4·7 재·보궐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현 정권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던 20·30대의 표심 변화였다. 20·30대는 더불어민주당의 든든한 응원군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선 국민의힘 쪽으로 대거 돌아섰다. 보수 색채가 상대적으로 강한 50대 이상과 함께 20·30대가 정부·여당을 향한 ‘분노 투표’에 나섬으로써 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기록한 4연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엔 그동안 여당에 콘크리트 같은 지지를 보냈던 강북 지역의 다수가 야당으로 지지를 바꾼 것도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 강북의 14개 구(區)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네 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부분 민주당 후보가 우세했던 여당 강세 지역이었다.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이 여덟 차례나 연속으로 우세했던 것도 강북 지역에서 여당이 큰 차이로 강세를 보였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전·월세 급등, 공시지가 인상,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으로 ‘부동산 민심’이 크게 악화된 것이 서울 전 지역에서 여권에 심각한 악재(惡材)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지방선거 1위 득표율, 2021년 4·7 재보선 서울 표심 비교분석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중도층은 이번 선거에선 야당의 승리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중도층은 작년 4월 총선에선 과반수가 ‘정부 지원론’에 동조하며 여당의 승리에 힘을 보탰지만, 이번엔 ‘정부 견제론’에 다수가 쏠렸다. 1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 49개 지역구에서 304만 표를 얻어 41개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기준으로 20%포인트 이상 차이로 참패한 것은 중도층 표심 이동의 영향이 컸다. 선거 전문가들은 “작년 총선 때 여당을 지지했던 중도층의 다수가 대거 야당으로 지지를 바꿨거나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며 “중도층은 상황에 따라 지지 정당을 바꿔왔지만 이처럼 단기간에 표심이 돌변한 것은 역대 선거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가 1216만명에 달했던 이번 선거는 지난 4년간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종합 평가로 볼 수 있다”며 “그동안 중도 및 보수 유권자들의 누적된 분노와 좌절이 여권에 대한 응징 투표로 표출됐다”고 했다.

등돌린 청년들 - 20대男 72.5%가 吳에 투표, 60대보다 높아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4·7 서울시장 보선에서 연령별로는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앞섰다.

두 후보의 득표율은 연령별로 20대(55.3% 대 34.1%), 30대(56.5% 대 38.7%), 40대(48.3% 대 49.3%), 50대(55.8% 대 42.4%), 60대(69.1 대 29.1%), 70대 이상(74.2% 대 25.2%) 등이었다. 특히 20대 남성은 72.5%가 오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고 박 후보 득표율은 22.2%에 머물렀다. 20대 남성의 오 후보 지지는 60세 이상 남성(70.2%)보다도 높았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도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와 민주당 김영춘 후보는 20대(51.0% 대 40.8%), 30대(50.7% 대 44.4%), 40대(44.7% 대 51.1%), 50대(63.7% 대 34.4%), 60대(74.9% 대 23.4%), 70대 이상(82.3% 대 16.5%) 등으로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박 후보가 우세했다.

서울의 경우엔 이번 선거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과 비교하면 20·30대의 표심이 최근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박원순 후보 득표가 20대(60.0%), 30대(69.3%), 40대(69.7%), 50대(54.2%) 등은 과반수였고 60대 이상만 35.2%였다. 작년 4월 총선 결과도 비슷했다. 메트릭스리서치의 선거 사후(事後) 조사에서 20대부터 50대까지는 민주당 득표율이 50~60%로 우세했고 60대 이상만 야당이 앞섰다.

돌아선 강북 - 관악·금천도 野 우위, 강남 3구선 ‘더블스코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던 강북 지역도 민심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이후 실시된 네 차례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북 지역의 14구(區)는 용산구와 중구를 제외하고 12구에서 줄곧 민주당 후보가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선 밤 0시 50분 현재 대다수의 강북 지역을 포함해 서울의 25구 전체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앞섰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선 당시 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미래통합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에게 서울의 모든 지역에서 승리했지만, 3년 만에 여야 간 우세가 뒤집혔다.

관악구, 금천구, 강서구 등 서남권도 지난 네 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 번도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후보가 우세한 적이 없었던 여당의 강세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선 여당이 열세였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선 박원순 시장이 관악구(58.0%) 금천구(56.1%), 강서구(56.2%) 등으로 서울에서 가장 득표율이 높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박영선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7.1%, 44.5%, 44.6% 등에 그쳤다.

전통적으로 야당의 기반 지역인 강남구와 서초구는 이날 선거에서 투표율도 61.1%, 64% 등으로 높았고 오세훈 후보의 득표도 70.7%와 70.5%에 달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선 강남구와 서초구도 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를 40.8% 대 33.1%, 42.9% 대 31.1% 등으로 앞섰지만 이번엔 야당 강세로 표심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선거 전문가들은 “전·월세와 부동산 세금 급등으로 서울에선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여당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고 했다.

野 택한 중도 - 1년전 39%였던 “정부 견제”, 이번엔 67%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선 참패는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중도층 민심 이반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말 칸타코리아 조사에서 서울의 경우 중도층은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 당선을 원한다’는 의견이 67.5%로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 당선을 원한다’(27.5%)를 두 배 이상 차이로 압도했다.

부산에서도 중도층은 정부 견제론이 59.9%로 정부 지원론(29.3%)을 크게 앞섰다. 지난 총선 직전 갤럽 조사에서 전국적으로 중도층의 과반수(52%)가 정부 지원론에 동조한 반면 정부 견제론에 대한 공감은 39%에 머물렀다. 불과 1년 만에 중도층 민심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여권의 지지 기반인 진보층도 작년 총선 때와 비교하면 정부 지원론에 대한 공감이 하락했다. 진보층에서도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정부 지원론에 공감하는 진보층 비율은 작년 총선 직전 갤럽 조사에선 80%였지만 최근 갤럽 조사에선 68%로 낮아졌다. 반면 보수층에선 정부 견제론에 대한 공감이 75%에서 83%로 상승했다. 지난 1년간 보수층과 중도층은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쪽으로 뭉친 반면 진보층은 결집력이 약해졌다.

전문가들은 “중도층의 불만이 폭발한 원인은 부동산, 내로남불 등 열거하기 힘들다”며 “여당의 네거티브 공세에도 불구하고 선거 기간 동안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이상일 캐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루고 두 후보 간 공조가 원활했던 것도 중도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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