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인구 5만여명 그린란드 총선, 왜 美·中까지 관심 보일까
한반도 9.7배 넓이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덴마크령 그린란드. 땅은 넓어도 북극에 가까운 혹한 지대라 주민은 불과 5만6000명이다. 이곳에서 6일(현지 시각) 치러진 그린란드 총선 결과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관심이 쏠렸다. 왜 그럴까.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는 희토류였다. 희토류는 첨단 IT 기기나 군사용 무기에 쓰이는 희소한 광물질이다. ‘산업용 금(金)’으로 불린다. 그린란드 남서부에 있는 크바네펠트 광산에는 1000만t 이상의 광물질이 묻혀 있는데, 이곳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집권당인 시우무트당은 광산을 적극 개발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늘리자는 주장이었고, 야권은 채굴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대거 발생한다며 개발을 반대했다.
크바네펠트 광산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가장 큰 희토류 생산지로 알려졌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80% 이상을 맡고 있다. 희토류는 채굴 과정에서 방사성물질 등 갖가지 폐기물이 나오는 문제 때문에 중국 이외 나라에서는 아직 적극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크바네펠트 광산이 중국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 광산은 호주계 광산 업체 그린란드미네랄스가 주축이 돼 개발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중국 기업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시우무트당이 이긴다면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중국의 절대적인 입지가 훨씬 강화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7일 개표 결과 제1야당인 IA당이 37%를 득표해 29%를 얻은 시우무트당을 누른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따라 희토류 개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미를 미국도 잘 알고 있기에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돈을 주고 덴마크로부터 사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는 “근본적으로 거대한 부동산 거래”라고 해서 관심을 증폭시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희토류뿐 아니라 아연·납·다이아몬드·사파이어 등 그린란드의 광물 자원이 1조1000억달러(약 1230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서방의 일부 자원 전문가는 중국의 희토류 패권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영국·호주 등이 그린란드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또 지구온난화를 가장 심각하게 겪는 곳이기도 하다. 또 북극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항로 개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여러 요인이 얽히면서 불과 5만6000명만 살고 있는 땅에 어떤 정책을 지향하는 정부가 들어서는지에 대해 여러 나라가 관심을 갖는 것이다. BBC는 “러시아가 북극 지역에서 경제와 군사 활동을 늘리고 있는 것도 서방에서 그린란드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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