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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표준모형 깨지나, 이 실험에 과학계 들썩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04. 08. 08:03 수정 2021. 04. 1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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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의 뮤온 g-2 실험 장치. 내부는 섭씨 영하 267도로 유지된다. 이곳에서 물리학의 표준모형과 어긋나는 결과가 나와 물리학계가 떠들썩하다./페르미연구소

만물을 설명하는 물리학 이론을 위협하는 실험 결과가 나와 물리학계가 요동치고 있다. 아직 과학적 발견으로 보기에는 불확실성이 크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서 새로운 물리 이론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는 7일(현지 시각) “소립자 회전 실험에서 뮤온이 이론 예측보다 더 자기장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뮤온은 물리학의 표준모형에서 물질을 이루는 소립자 17개 중 하나로 제시된 것으로, 전자와 모든 물리적 성질이 비슷하지만 질량만 전자보다 200배 남짓 더 무겁다. 이번 결과는 이날 인터넷으로 발표됐으며,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도 실렸다.

◇전자의 무거운 사촌, 이론보다 자성 강해

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쿼크 6개와 렙톤(경입자) 6개, 이들을 매개하는 입자 4개 등 16개의 기본입자와 이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까지 총 17개의 입자로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한다. 뮤온은 전자와 함께 렙톤에 속한다.

연구진은 강력한 자석 주위로 뮤온 입자를 무한 회전시키는 실험에서 나온 자기장 수치가 표준모형 예측치보다 10억분의 2.5 비율 정도로 더 컸다고 밝혔다. 즉 이론으로 얻은 값이 10억이면, 실험으로 얻은 값이 10억2.5라는 이야기이다. 연구진은 실험 도중 표준모형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입자나 힘이 뮤온에 자성을 추가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결과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으로 인정받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신뢰도가 4.2시그마로 나왔다. 물리학에서 새로운 발견이 되려면 불일치 정도가 불확실성의 5배, 즉 5시그마가 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실험의 신뢰도가 3시그마(99.7%)면 ‘힌트’의 범주에 들어가고, 5시그마(99.99994%) 이상이면 ‘발견’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페르미연구소의 크리스 폴리 박사는 “앞서 결과와 일치하는 것은 통계적 우연이거나 실험 오류가 아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물리학자들은 수십 년 간 전자보다 무겁고 불안정한 사촌 격인 뮤온의 자성을 측정했다. 수직 자기장에 뮤온을 넣고 마치 나침반 바늘처럼 수평으로 회전시켰다. 강력한 자기장에서 뮤온이 팽이처럼 축이 흔들리고 이때 발생하는 주파수를 통해 자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뮤온 g-2 실험 연구진은 2001년 뉴욕주의 브룩헤이븐 연구소에서 뮤온이 표준모형에서 예측한 것보다 더 강한 자성을 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불일치 정도는 이론과 실험의 불확실성을 합친 것보다 2.5배(시그마) 정도였다.

연구진은 2013년 일리노이주의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로 장소를 옮겼다. 2018년부터 지름 15미터의 초전도 자석 주위로 뮤온을 회전시키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여기서 신뢰도가 3.7시그마에 해당하는 이론과 실험의 차이가 나타났다. 이번에 실험 신뢰도가 4.2시그마로 더 높아지면서 점점 표준모형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의 뮤온 저장 고리./페르미연구소

◇”표준모형 깨지기 시작” vs “불확실성 여전히 크다”

과학계는 이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미국 웨인 주립대의 이론물리학자인 알렉시 페트로프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에 “1970년대 이래 표준모형이 깨지기를 기대했다”며 “이번 발견이 그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켄터키대의 수잔 가드너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결과는 새로운 입자를 기대하는 사람들을 고무시킨다”고 말했다.

반면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샐리 도슨 박사는 “아직 결정적인 결과가 아니다”며 “실제인지 보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물리학계는 실험이 반복되면 새로운 물리법칙이 필요한지, 아니면 기존 표준모형을 수정하면서 계속 쓸 수 있는지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

이번 국제 공동 연구진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과 연구진 등 8명도 참여했다.

세메르치디스 단장은 “이번 결과는 뮤온이 표준모형에 없는 입자 혹은 힘과 민감하게 상호작용한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분석한 데이터는 뮤온 g-2 실험이 궁극적으로 모을 데이터의 6%에 지나지 않는다”며 “첫 번째 실험 결과부터 표준모형과의 흥미로운 차이를 보여줬으며, 향후 몇 년 간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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