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기차 업계가 주목하는 대만 '안드로이드카'..전기차 플랫폼 주인공 꿈꾸는 '홍하이'

김규식 2021. 4. 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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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기 자동차 업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한다. 안드로이드카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의 전기차 부문 최고경영자가 지난 3월 25일 대만에서 ‘전기차’ 프로젝트를 함께할 서플라이어(부품 등 공급사)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얘기했다. 이날 참여한 서플라이어는 1200여개에 달했고 이 중에는 모터 강자인 일본전산, 세계적 전자·전기 부품 업체 무라타제작소, NTT 등 내로라하는 일본 기업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재계가 홍하이의 전기차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다. 홍하이는 애플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 위탁생산으로 성장해온 폭스콘의 모기업으로 2016년에는 일본 샤프를 인수하기도 했다.

홍하이는 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2023년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해 2025~2027년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10%까지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주도해온 시장에 ‘메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하이 계획이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안드로이드카’로 설명한 사업 모델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카를 언급한 것은 구글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가 만들어낸 비즈니스 변화를 전기차 사업에 적용해보겠다는 의미다. 애플 아이폰이 주도권을 잡았던 스마트폰 산업은 삼성전자나 중국 업체들이 뛰어들며 변화를 맞고 시장도 커졌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안드로이드가 있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면서 중국 등 여러 업체가 보다 쉽게 스마트폰 개발에 나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폭스콘은 아이폰 위탁생산을 맡았지만, 중국 업체들 제품도 생산하며 성장을 이어왔다.

▶타사 개발 전기車 위탁생산 계획도

홍하이는 폭스콘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해온 ‘위탁생산 비즈니스 모델’을 전기차로 확장하며 ‘안드로이드 방식’을 써보겠다는 전략이다. 즉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여러 기업에 무료로 제공하고 이들이 개발한 전기차에 대한 생산은 직접 맡겠다는 것이다.

홍하이가 준비 중인 전기차 개발 오픈 플랫폼은 ‘MIH’다. 이 오픈 플랫폼에서 부품사 등과 협력해 차체·배터리·통신 등 다양한 부문의 규격을 정하고 여러 업체들이 보다 쉽게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MIH를 활용하면 전기차 개발 과정의 80% 정도를 충당할 수 있고 각 업체가 외관 디자인 등 나머지 20%를 자체 개발하면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가 일으켰던 변화처럼 이전보다 쉽게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게 돼 시장 참여자가 늘고 시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에 대해 향후 여러 IT 기술과 초고속 통신 등이 결합되며 거대한 스마트폰처럼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점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전자 산업에서 경력을 다져온 홍하이의 경쟁력에 힘을 실어준다.

일본에서는 이런 사업 모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일본 금융기관의 한 연구원은 “홍하이가 전기차 업계에 플랫포머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홍하이는 일단 프로젝트의 출발 격인 ‘서플라이어 모집’에서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부품·소프트웨어 등에서 1200여개 업체가 서플라이어로 이름을 올렸다. 이 명단에는 차량 반도체 강자인 독일 인피니온, 중국 배터리 업체 CATL, 미국 아마존웹서비스 등이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 NTT 등이 합류했다. 류양웨이 홍하이 회장은 ‘전기차 사업 규모가 향후 스마트폰을 웃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높다”는 말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kks101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3호 (2021.04.07~2021.04.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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