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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뛰어든 소형원전.. "한국도 10년 계획 세워야"

이재은 기자 입력 2021. 04. 08. 10:00 수정 2021. 05. 14.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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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에너지 기업 닛키홀딩스가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참여하면서 일본이 소형 원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키홀딩스는 미 뉴스케일파워가 아이다호주(州)에서 진행 중인 600~700㎿(메가와트)급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서 건설관리를 맡기로 했다. 두산중공업(034020)도 이 사업에 원자로 자재와 설비를 공급하는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닛키홀딩스는 이 경험을 기반으로 향후 중동과 동남아시아 소형원전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닛케이신문은 보도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축소에 나섰던 일본은 최근 원전 재가동에 돌입했다. 원전 없이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로 불거진 '원전 사고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 소형원전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이 세계적인 과제로 부상하면서 소형 원전이 차세대 발전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형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데다 날씨 등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어 탈(脫)탄소 시대에 적합한 에너지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대 1000기의 소형원전이 건설되고, 시장 규모는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원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는 갑자기 늘어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중앙집중형 전력망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대형 원전보다는 분산형 전원에 적합한 중소형 원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30년 이상 가동한 노후 원전이 몰려있는 선진국에서도 향후 수명이 다해 해체될 원전의 빈 자리를 소형 원전으로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형 원전은 기당 발전용량이 300㎿급 안팎으로 기존 1000~1500㎿급 대형 원전의 약 3분의 1 수준인 데다 사고 위험이 낮고 건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 뉴스케일이 아이다호주에 건설 예정인 소형 원전의 경우 블록처럼 모듈화해 조립할 수 있어 건설 비용이 약 30억달러로 기존 1000㎿ 대형 원전 건설비용(100억달러)의 약 3분의 1에 그친다. 건설 기간도 소형 원전은 3년 이내로 5년 안팎에 달하는 대형원전보다 짧다. 냉각수 조달 때문에 해안가에 세워야 하는 대형 원전과 달리 소형 원전은 공기 냉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륙에 건설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래픽=송윤혜

현재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서는 소형 원전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에너지 기업 테라파워가 2030년까지 차세대 소형원전 ‘나트리움’을 상용화한 뒤 미국 전역에 소형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는 올해 예산 중 소형원전을 포함한 첨단 원전 연구개발 비용으로 15억달러를 책정하는 등 소형원전 산업 육성에 나섰다.

영국 정부도 항공기 엔진 제작 업체인 롤스로이스와 손잡고 2050년까지 약 45조원을 들여 소형원전 16기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역시 소형원전 수출 시장이 연 1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지난해 말 산업 육성 전략인 ‘SMR 액션플랜’을 수립했다. 지난달 캐나다 정부는 자국 몰텍스 에너지가 추진 중인 300㎿급 소형원전 건설 사업에 3773만달러(약 421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도 소형원전 시장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대형 원전 건설 중단으로 침체된 원전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열린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초기투자 비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강화된 소형원자는 원전 뿐만 아니라 우주·해양 개척, 수소생산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한국형 SMR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손잡고 ‘혁신형 소형원전’ 개발에 돌입했다. 정부는 한수원 주도로 2030년까지 4000억원을 투입해 1기당 출력이 170㎿에 달하는 '혁신형 SMR'를 상용화하고 수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혁신형 SMR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기존에 개발한 한국형 소형원자로인 SMART를 개량한 것으로, 블록처럼 모듈화해 조립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 4년간 신형 원자로 개발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형 SMR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올해를 기점으로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대형 원전 시장에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형 원전 분야에서는 미국 등에 비해 모형이나 전략이 성숙하지 못한 편"이라며 "소형원전 개발까지 최소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한국형 SMR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려면 정부가 올해 구체적인 과제 계획과 10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소형원전 개발로 탈원전 정책의 근간이 된 중대사고 우려, 방사선 폐기물 문제를 해소하고 국내 원전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최대 과제는 미국 등에 비해 10년 이상 뒤처진 기술력을 하루빨리 따라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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