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포위된 오세훈.. "부동산 정책 개혁 불가능, 재건축도 당장 어려울 듯"

유병훈 기자 2021. 4. 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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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힘 오세훈 후보가 지난 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10년 만에 서울시장이 바뀐 만큼 서울에 변화의 바람이 예고된 가운데, 부동산 정책도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그림자에서 탈피하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오 시장의 정책이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압도적 승리를 거뒀더라도 임기가 1년 2개월로 짧은 데다 국회에서 180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의회·구청장마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시정(市政)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서울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다소나마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정부가 추진하던 서울 내 공공주도 공급대책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민간 주도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커지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연합뉴스

◇ 당선됐지만 첩첩산중…짧은 임기에 與 장악한 시의회·구청장까지

오세훈 시장의 승리는 압도적이었다. 서울시 25개 모든 구에서 50% 이상 득표해 57.50%의 득표율을 거뒀다. 금천·관악·구로구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구도 예외가 없었다. 오 시장이 패배한 동은 서울시 전역을 통틀어 구로구 구로3동·항동, 마포구 성산1동, 강서구 화곡8동, 종로구 창신2동 등 5개 동뿐이었다.

완벽한 승리에도 오 시장 앞에 놓인 길은 좁고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오는 2022년 6월 지방선거까지 임기가 1년 2개월뿐이라 사업을 추진해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는커녕 청사진을 그리기에도 빠듯한 기간이다.

정치적 환경도 녹록지 않다. 정부는 물론 조례와 예산을 통해 시정을 뒷받침할 서울시의회와 현장에서 집행을 해야 할 구청장들이 거의 모두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 기간 중 "(오 시장이) 싸움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싸워야 하고 정부하고 싸워야 하고 시의회하고 싸워야 한다"면서 "시의회만 해도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이다. 싸워서 이기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구청장 역시 25개 구 중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모든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결국 오 시장으로선 임기 동안 공세적으로 뜻을 펼치기보다 정부와 민주당을 견제하는 수순으로 접어들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중앙정부나 서울시의회·구청장의 협조 없이 서울시장의 권한만으로 무언가를 도모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정부가 하려는 일을 서울시 안에서는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8·4대책 등 속도 늦어질 듯

오 시장이 막아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이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8·4대책이다. 8·4 대책의 핵심은 서울시의 유휴 공공부지를 활용해 3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 부지 상당수는 서울시의 지분도 있어 서울시가 협조하지 않으면 추진하기 힘들다.

윤지해 연구원은 "이번 시장의 임기는 1년 남짓이고 내년 3월에는 대선도 있어 정치적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오 시장이 공공이 주도하는 8·4 대책에 반대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의 선거 당시 8·4대책 부지 일대 공약

오 시장은 8·4대책 대상지 중에서도 ▲태릉 ▲용산 ▲상암 등 상대적으로 넓이가 큰 지역에서 8·4대책 전면 재검토를 공약했다. 1만 가구로 가장 규모가 컸던 태릉을 두고 오 시장은 ‘태릉골프장 개발계획 전면 중지 및 재검토’를 공약했다.

31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용산 기지창 일대에 대해서는 "용산전자상가와 기지창 일대를 묶어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랜드마크 부지 2000가구 등 모두 6200가구가 들어가기로 한 상암에도 ‘랜드마크 재추진’·‘4차 산업형 핵심 일자리 거점 조성’ 등을 내세웠다.

오 시장이 구상을 밀어붙일 경우 8·4 대책에서 서울 유휴 공공택지를 활용한 3만3000가구 공급계획 중 2만 가구가 막히는 셈이다. 2·4 대책의 경우 시장 선거 과정에서 오 시장의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민간 주도 정비사업을 선호하는 오 시장과 야당의 성향상 ‘2·4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민간 주도 정비사업도 ‘쉽지 않아’

그렇다고 민간에 의한 정비·개발 사업이 당장 빨리 추진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 중 최대 의제였던 부동산과 관련해 ‘당선 후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을 최우선 핵심과제로 홍보했다. 특히 안전진단 규제 등 정비사업 규제와 이른바 ‘35층 룰’ 등의 용적률 상한 규제는 완화될 것이 유력하다.

오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노원구 상계동·양천구 목동을 두고 "안전진단을 지연 시켜 재건축이 늦어진 대표적인 곳"이라며 "취임 후 일주일 안에 안전진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TV 토론회에서도 ▲대치 은마 ▲대치 미도 ▲대치 우성4차 ▲잠실5단지 ▲자양 한양 ▲방배15 ▲여의도 시범 ▲여의도 공작 ▲신반포 7차 ▲사당5단지 등을 거론하며 "당장 (시정에) 들어가자마자 시동 걸면 1년 안에 가시적인 변화를 얻을 수 있는 단지인 만큼, 빨리 시동을 걸어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의지만 갖고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 정비사업 인허가권을 상당수 쥐고 있는 구청장이 민주당 일색이기 때문이다. 안전진단 등에 관한 것도 법에 규정이 돼있어 서울시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역시 시장 권한으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오세훈 시장 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도 내년 대선과 지선에 맞춰서 정치적 결정을 할 수 있다"면서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구청장들의 권한 문제도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구청장들이 담합해 정비사업을 막는 등 오 시장을 견제하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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