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한 집 한채로 적폐 취급"..부동산 분노가 吳 밀어줬다
강남 민심현장 가보니..서초·강남·송파 투표율 1·2·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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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부동산 정책, 젊은이에게 희망 못 줬다”
“열심히 모은 돈에 몽땅 대출까지 받아 산 아파트였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강남에 집 한 채를 샀는데 ‘부동산 적폐’ 취급을 받았다. 월급쟁이가 취득세를 포함해 세금만 1억7000만원을 내야 했다” (42세 남성 김모씨)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투표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여권의 실정(失政)”을 성토했다. 지난해 4·15 총선 당시 49석 중 41석을 여당에 밀어줬던 서울 민심이 180도 뒤집힌 형국이었다. ‘부동산 실정’에서 촉발한 강남 유권자들의 분노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당선시켰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특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는 나란히 서울시내 투표율 1·2·3위를 기록하며 성난 민심을 표출했다.
막바지 투표가 진행 중이던 지난 8일 오후 6시쯤 서초1동 제1 투표소. “지지한 후보의 어떤 점을 보고 투표했느냐”는 물음에 직장인 고모(31·여)씨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당과 대표자를 뽑고자 했다”고 답했다. 그는 “의도야 어찌됐든 그간의 부동산 정책은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며 “뒤늦게 재건축·재개발을 강조하는 것으로 후보들의 정책이 수렴했지만 현 정부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야당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도곡1동 제4투표소에서 만난 김모(42)씨는 “집을 소유한다는 걸 무조건 투기세력으로 판단한 편협한 부동산 정책에 실망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힘들지만 열심히 모아 ‘강남 1주택자’가 됐는데 억대의 세금을 맞았다”며 “정부가 공시가를 빠르게 올리면서 앞으로 몇천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세금은 집이 아니라 현금 소득으로 내는 건데, 코로나19로 소득마저 줄어든 상황에서도 정부가 집을 가진 사람들을 적폐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강모(73·여)씨 또한 집값 상승으로 인한 세금 부담을 호소했다. 강씨는 “20년째 이 동네에 살면서 이렇게 세금을 많이 내본 건 처음”이라며 “1가구 1주택자인 데다 나이가 들어 수입은 점점 줄어드는 데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회성 현금복지에 대해서는 “없는 사람을 도와주기 위한 거라지만 모든 사람한테 몇십만원씩 현금을 주는 것도 별로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그걸로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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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줄었는데 세금만 올라…서민 더 어려워져”
부동산에 화난 민심은 득표율에 그대로 반영됐다. 강남, 서초구의 경우 각각 유권자의 73.5%와 71.0%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송파구 득표율은 63.9%였다. 투표율도 높았다. 서울 전체 투표율은 58.2%였지만, 강남(61.1%), 서초(64.0%), 송파(61.0%)의 투표율은 모두 이를 훌쩍 넘었다.
유권자들은 이번 재보선을 부동산 뿐만이 아닌, 기존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심판대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김모(64·여·서초구)씨는 “서민을 위해줄 거라는 믿음에 이번 정부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했다”며 “돌아보면 오히려 서민이 더 힘들었는데도 결과적으로 세금만 잔뜩 더 내게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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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이념 정치 안 와닿고 결과도 안 좋아”
20대 유권자들은 “현 정부가 실효성 보다 이념에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1동 제3 투표소에서 만난 조모(28·여)씨는 “그간 여당은 이념에 따라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치를 해왔는데 피부에 와 닿지도 않고,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은 결과마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냉정하게 문제점을 바라보고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때마다 대통령이 ‘허허허’ 웃으며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는 게 의아했다”고 말했다.
반면 오세훈 당선자의 ‘민간 주도형 부동산 정책’이 외려 집값을 더 올려놓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송모(41·남·강남구)씨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을 걱정해서 오 후보를 안 찍었다”며 “민간이 주택을 공급하면 결국 시장이 과열되고 시장성이 높은 일부 지역에만 공급이 몰리면서 집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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