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 땐 아무말 없더니.."왜 '이남자' 일베로 몰아세우나"

오진영 기자 2021. 4. 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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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72.5%, 오세훈 후보 지지..전문가 "여당이 싫어서 오세훈을 지지"

"오세훈은 싫지만 공정 외치다 불공정해진 민주당은 더 싫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에 재학 중인 윤재천씨(28)는 지난 7일 보궐선거에서 고민 없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윤씨는 "오 후보가 잘할 것이라고 믿어서 표를 준 게 절대 아니다"고 했다. LH 사태·인천국제공항 채용 등 더불어민주당의 '헛발질'이 윤씨를 실망시킨 것이 큰 이유다.

전통적으로 진보 색채가 강했던 '이남자(20대 남성)'가 민주당에 돌아섰다. 오 후보는 지상파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서 20대 이하 남성들의 72.5%에 가까운 '몰표' 지지를 받았다.

20대 남성들은 민주당의 정책 실패로 취업난·집값 상승 등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20대를 '철없는 청년'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20대가 중요시하는 공정성 이슈를 정부가 경시했다고 분석한다.
민주당 안 뽑으면 바보?…'이남자'가 '몰표'던지게 만든 이유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연설에 나선 청년 등과 손을 잡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1.4.6/사진 = 뉴스1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이모씨(27)는 21대 총선에서 이낙연 의원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이씨는 1년 후 오세훈 후보에게 표를 줬다. 이씨를 가장 실망시킨 것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다. 이씨는 "항상 '자신은 깨끗하고 서민적'이라고 말했던 시장이 성추문에 휩싸인 것은 충격적"이라며 "자신들이 공격당하니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몰아가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김모씨(29)는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에 걸친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김씨는 "당장 눈앞에 취업 문제가 발목을 붙잡고 있는데 일자리 정책 중에 도움이 된 게 하나도 없다"며 "친구들 중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에만 머무는 사람들이 많은데 민주당이 언제 20대 남성들에게 일자리라도 하나 마련해 준 적 있느냐"고 했다.

친민주당계의 핵심 세력이었던 20대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 이탈을 '단순한 치기'로 치부하는 여권 인사들의 발언도 한몫 했다. 박영선 후보는 선거 기간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이 낮은 것을 두고 "20대는 40대와 50대보다 경험치가 낮다"고 발언했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김조성씨(29)는 "청년주택 마련이나 취업지원금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서 도대체 20대 남성이 받는 혜택이 무엇이냐"며 "이때까지 실컷 '표가 되는' 계층을 위한 정책만 내놓다 막상 20대 남성들이 지지를 철회한다니 '철없는 바보' 취급하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남자'들의 오 후보 지지가 잇따르는 것을 두고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20대는 모두 개XX'라는 과격한 주장까지 등장하면서 세대갈등으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대남은 게임에 미쳐서 답 없는 세대. 정치를 일베에서 배우고 언론에 선동당하는 세대"라며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글이 수십건의 추천을 얻었다.

반면 20대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을 차지했을 때는 한마디도 없더니 이제와 20대 남자들이 일베, 극우주의자라고 몰이한다"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50,60대도 야당을 찍었는데 유독 40대만 '우리가 선이다'는 선민의식에 빠져 있다"는 글이 수백건의 추천을 얻어 '베스트'로 선정됐다.
오세훈 뽑은 이유는 '여당이 싫어서'…"LH사태가 결정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난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7일 대구 달서구청 일자리 지원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2020.12.7/ 사진 = 뉴스1

전문가들은 공정과 평등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문제가 20대 남성들에게 실망감을 가져다 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20대와 40대의 세대갈등으로까지 번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와 여당이 기성세대와 20대 남성들의 공조를 위한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지적이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득권과 기성정치권의 부패를 상징하는 'LH사태'가 20대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줬다"며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20대 남성들에게 '어떻게 사회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겠냐는 불안감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여당이 싫어서 오세훈을 지지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신기현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20대는 어느 세대보다 민주 시민교육을 제대로 받은 세대"라며 "부동산 집값 폭등이나 LH사태가 연달아 터지면서 민주당의 책임의식과 공정성 자체에 의문을 품는 20대 남성이 늘어났다"고 했다.

유달리 20대 남성에서 '몰표'를 준 것에 대해서는 20대 남성들이 갖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취업난이 심화되고 여러 업종에서 남녀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역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강 교수는 "군 문제로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20대 남성들은 최근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취업 시장에서 실패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경쟁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20대 남성들의 젠더 갈등에 대한 반작용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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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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