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백신 덕분" 감염도 사망도 뚝..요양병원은 한숨 돌렸다
"같은 500명 확진이라도 1월과 지금은 다르다"
경기도 남양주시 현대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한지 14개월째다. 이 병원에는 107개(중환자실 25개)의 코로나19 전담병상이 있다. 1월 3차 대유행 때는 중환자(일부 준중증 포함)가 30여명에 달해 중환자실이 꽉 찼다. 8일 현재 중환자실에 4명밖에 없다. 이들을 포함해 19명이 입원해 있는데, 약 두 달째 입원환자가 15~20명에 머무른다. 김부섭 원장은 "코로나19의 양상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12~올 1월보다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환자가 크게 줄었다. 70,80대 초고령환자가 별로 없고 주로 60대 이하가 입원한다"며 "그때보다 환자 연령이 10년 이상 젊어졌고, 사망자도 잘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금은 한숨 돌리는 시기다. 1년 넘게 코로나19에 매달렸더니 직원들이 힘들다. 한숨 돌리며 진료와 교육을 같이 하면서 4차 대유행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요양병원·요양원 등의 환자 발생이 크게 줄었다. 4일 일일 확진자 중 요양병원·요양원 등의 비율이 1.3%이다. 지난달 28일 0.4%, 30일 0.9%로 떨어졌고, 지난 2주간 1.8%에 불과하다. 1~2월 평균 8~9%, 특히 2월 중순 27.3%와 비교하면 매우 낮다. 60대 이상의 비율도 1월에는 30% 넘는 날이 많았으나 8일 21%였다. 최근에는 대개 이 선에서 오르내린다.
지난 1월 18일 이후 하루 300~5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온다. 중앙수습대책본부 관계자는 "1월 500명과 3월 중순 이후 500명은 다르다"고 말한다. 확진자는 비슷하지만 최근의 위중·중증 환자, 사망자가 적다. 1월 18~27일 위중·중증 환자가 300명 안팎이었으나 최근에는 100명 선이다. 하루 사망자도 약 13명에서 최근에는 2~4명으로 줄었다.
전문가와 일선 현장에서는 2월 26일 접종을 시작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효과로 본다. 이 백신이 혈전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지만 효과가 있는 건 분명하다. 유럽의약품청(EMA)이 7일 "AZ백신과 혈전증의 연관성이 있다"면서도 "효과가 있고 이득이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권고했다. 김부섭 원장은 "아스트라제네카(AZ)든 화이자든 간에 1차 접종만 해도 2주 후 거의 다 항체가 생긴다고 한다. 요양병원·요양원의 백신 접종 효과가 충분해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준 것 같다"고 분석한다. 영국의 에든버러대학은 2월 1차 접종만 해도 AZ백신의 코로나19 중증 예방률이 94%, 화이자는 85%라고 공개했다.
한국은 2월 26일 요양병원·요양원 등의 종사자와 환자에게 AZ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8일 현재 65세 이상은 42~61%, 65세 미만은 88~92%의 접종률을 보인다. 특히 65세 미만의 요양병원·요양원 종사자가 외부에 오가면서 바이러스를 입원 환자에게 퍼뜨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의 대부분이 1차 접종을 완료한 게 감염 감소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매주 1~2회 코로나19 검사를 해서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냈고, 2월 시작한 백신 접종의 효과가 나오면서 요양병원·요양원의 감염이 줄었다"고 말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일부 전담병원에서 '환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의 치료기법이 일정 수준에 올랐고, 중환자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치료를 못 받아 숨지는 경우가 많이 줄어든 점도 사망자 감소에 기여했다. 셀트리온의 치료제의 효과도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코로나19 취약시설에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이달 1일부터 75세 이상 노인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면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미국이 확진자가 늘지만 사망자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9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는데, 감염의 양상이 달라진 걸 인식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올려봤자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다. 확진자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거리두기 기준도 사망자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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