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치하 고통의 시간 얼마 안남았다"..박수칠때 떠난 김종인

박인혜,이희수 입력 2021. 4. 8. 17:30 수정 2021. 4. 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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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만에 명예로운 퇴임
金 "선거결과 착각하면 안돼
개혁고삐 늦추면 사분오열"
윤석열 만날 의향 묻자
"자연인 마음대로 하는거지"
김무성·이재오·홍준표 겨냥
"외부세력에 의존하려 하고
당권에 욕심내는 사람 많아"
당대표 정진석·주호영 거론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기념액자를 받은 뒤 소속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바로 다음날인 8일 10개월 만에 직을 내려놨다. 선거 이후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민주당 지도부와는 대조적으로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끈 후 스스로 '명예로운 퇴임'을 했다.

8일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제 소임을 다하고 물러난다"면서 "국민의힘이 다음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을 만한 여건을 확립하면 언제든 주저없이 물러난다고 약속했다. 이번 재보선 승리로 정권 교체와 민생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이제 자연의 위치로 돌아간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작년 4·15 총선 참패 이후 6월 취임 당시부터 본인 역할이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작년 전직 서울·부산시장의 성추행 사태가 터져 4·7 재보선 일정이 잡히자 "당을 승리로 이끌고 그때까지만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만 해도 국민의힘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물론, 서울의 경우 후보를 낼 수 있을지도 의심받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국민의힘 후보로 2곳 모두 승리한다"고 말해 왔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유력한 야권 단일후보로 거론될 때도 '자당 후보론'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을 강조해 왔다. 결과적으로 두 자릿수 이상 격차로 오세훈·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그는 박수를 받으며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유는 문재인정부의 무능과 폭정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문재인정부 치하에서 고통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다. 자연스럽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만나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김 위원장은 "자연인으로서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거지 뭐"라고 답변해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번 선거 승리의 기쁨보다 당이 작년 총선 참패 당시로 돌아갈지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표명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투성이"라고 지적하면서 하나하나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당이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보다는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면서 "당을 뒤흔들 만한 생각만 하고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는데, 이는 안철수 대표를 서울시장 야권 후보로 만들려고 했던 김무성·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거라 착각하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 교체와 민생 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런 당부가 무색하게 곧이어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새로운 지도부 선출과 관련한 미묘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이 당부의 말을 남기고 국회를 떠난 지 30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나온 말들이라 김 위원장 리더십하에 있던 국민의힘이 다시 사분오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태호 의원은 "정권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면서 "윤석열·안철수·홍준표가 당에 다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야당이 극렬투쟁을 한다고 국민이 잘 알고, 덜 알고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무색하게, 곽상도 의원은 "이 정부와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하면서 "제가 고소인 자격이라 말이 안 먹히니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적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공석이 된 당 대표(비상대책위원장) 대행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맡을 예정이다. 원내대표 임기도 2개월밖에 남지 않아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와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가 비슷한 시기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 대표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이들로는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홍문표(충남 홍성예산)·조경태(부산 사하을)·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 등이 있다. '변화된 모습을 위해선 사람부터 바꿔야 한다'는 초선들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웅 의원(서울 송파갑)은 출마 의지가 확고하고, 윤희숙(서초갑)·박수영(부산남갑)·이영(비례)·전주혜(비례) 의원과 이번 선거 뉴미디어를 총괄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의 출마도 거론된다.

[박인혜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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