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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 몸값 '지그재그' 카카오가 인수한다

구민기/차준호 입력 2021. 04. 08. 17:43 수정 2021. 04. 0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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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운영 크로키닷컴 합병

카카오가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을 인수한다. 지그재그는 지난해 거래액 7500억원을 기록한 국내 여성 의류 1위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소유한 크로키닷컴의 기업 가치는 최소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투자은행(IB) 및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르면 다음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의 최대주주에 오른다. 지분 가격 등 잔여 협상을 하고 있으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인수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 방식은 특수목적회사(SPC)나 자회사를 통한 합병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자회사 신설을 고려하고 있다. 신설 회사명은 지그재그의 이름을 딴 ‘카카오Z’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알토스벤처스, 스톤브릿지 등 크로키닷컴에 투자한 기존 벤처캐피털에도 지분율에 맞춰 카카오 주식을 나눠줄 계획이다. 이들 투자자는 크로키닷컴 지분 4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 뒤 사업을 정비해 국내외 시장에 상장(IPO)할 계획이다.

2015년 설립된 지그재그는 작은 의류 매장인 ‘소호’를 모아 놓은 포털 형태의 쇼핑 앱이다. 국내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추천 기능을 도입해 개인 맞춤 쇼핑이 쉬운 것으로 유명하다.

지그재그의 거래액은 2016년 2000억원, 2017년 3500억원, 2018년 5000억원, 2019년 6000억원, 지난해 7500억원 등으로 폭발 성장하고 있다. 거래수수료(약 4%)와 광고 등으로 올리는 매출은 지난해 약 400억원으로 추정된다. 거래액이 1조~1조5000억원인 무신사 몸값이 3조원가량으로 평가됐다는 점에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후보로 꾸준히 꼽혀왔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네이버, 쿠팡과는 다른 틈새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며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단숨에 여성의류 플랫폼 1위로
기업가치 1조 지그재그 인수

메신저, 음원스트리밍, 모빌리티, 콘텐츠 등 코로나19로 팽창하는 분야에서 1위 자리를 독식하고 있던 카카오에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커머스다. 카카오는 커머스 분야에서 인터넷 서비스 경쟁사 네이버와 커머스 플랫폼 강자 쿠팡보다는 사업 확장이 더디다는 평가가 많았다. 카카오가 꺼내든 카드가 ‘차별화’다. 카카오의 크로키닷컴 인수도 이런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카카오커머스의 주요 수익원은 2010년 카카오톡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부터 줄곧 선물 전달 쿠폰 ‘기프티콘’에 머물러 왔다. 모바일로 가볍게 선물할 수 있는 커피, 디저트 등으로 상품군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게 단점. 같은 시기 네이버와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로 커머스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해 왔다. 2020년 기준 국내 커머스 플랫폼 점유율은 네이버 18.6%, 쿠팡 13.7%인 반면 카카오는 2.9%에 그쳤다.

뒤처진 카카오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2019년 6월 공동구매 서비스 ‘톡딜’을 출시했다. 2019년 8월 ‘카카오톡 선물하기’ 홈 화면에 명품 화장품, 지갑, 핸드백 등 브랜드 제품을 쇼핑하고 직접 배송받을 수 있는 ‘명품선물’ 테마관을 열었다.

네이버, 쿠팡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고 남아 있는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복안이다. 최근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한 것도 ‘거액의 인수대금을 쏟아붓는 리스크’ 대신 ‘실용적인 차별화 전략’에 따른 선택이라는 후문이다.

크로키닷컴의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이런 카카오의 전략과 들어맞는다는 분석이다. 지그재그는 작은 의류업체들을 모아 한눈에 볼 수 있는 여성의류 1위 플랫폼이다. 여성 의류를 전문으로 다루며 인공지능(AI)에 의한 개인 맞춤형 추천 기능으로 10~2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기준 월간 이용자(MAU) 300만 명, 누적 앱 다운로드 수 2000만 건에 달한다.

기존 카카오 서비스와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카카오는 대표 서비스 ‘카카오톡’, 패션 플랫폼 ‘카카오 스타일’,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카카오쇼핑라이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할 순 없겠지만 다양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와 협력하는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로키닷컴이 카카오커머스가 아니라 카카오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은 독립적인 사업을 원하는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키닷컴은 카카오 자회사로 카카오커머스와 동등한 위치에서 사업을 전개할 전망이다. 서 대표의 지위도 보장될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기업상장(IPO)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크로키닷컴이 독립체로 카카오커머스의 사업에 종속되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민기/차준호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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