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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국민참여재판' 지지부진.. 피해자 고통만 가중

이희진 입력 2021. 04. 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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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빼고 법원이랑 가해자가 다 같은 편인 것만 같아요."

A씨는 "(B교수가) 정년퇴직까지 징계를 받지 않고 시간을 벌려고 의도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 같다"며 힘들어했다.

B교수의 국민참여재판도 가까운 시일 내 열리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B교수와 C교수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건 국민참여재판의 성범죄 무죄율이 월등히 높은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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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추행 사건 등 연기
"정년퇴직까지 징계 피할 의도"
피고인 시간 끌기 악용 우려에
성범죄 피해자 무력·불안 호소
전문가 "철회도 적극 검토해야"
“저 빼고 법원이랑 가해자가 다 같은 편인 것만 같아요.”

‘서울대 음대 교수 제자 강제추행’ 사건의 피해자 A씨는 가해자인 B교수를 2019년 5월 고소한 뒤 2년 가까이 무력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오랜 고민 끝에 고소를 결정했지만, 2년이 다 되어갈 동안 1심 선고도 나오지 않아 일상으로의 복귀가 요원해져서다. 최근 코로나19 ‘4차 유행’ 우려까지 나오면서 국민참여재판이 예정된 해당 재판 1심 선고가 더 늦어질 전망이다.

A씨는 “(B교수가) 정년퇴직까지 징계를 받지 않고 시간을 벌려고 의도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 같다”며 힘들어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방역 문제로 성범죄 사건 피고인들이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의 진행에 제한이 생기면서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C교수의 국민참여재판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기약 없이 연기됐다. C교수도 B교수와 같이 제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해당 재판부 관계자는 “국민참여재판을 하려면 최소한 30~40명의 배심원이 같은 법정 안에 모여야 하는데 거리두기가 지켜지기 힘들다 보니 미루기로 결정했다”며 “언제 기일이 다시 정해질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 재판의 경우 선고가 미뤄지면 다음 선고기일이 정확히 지정되는 것과 대비된다.

B교수의 국민참여재판도 가까운 시일 내 열리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원활하지 않아서 공판준비기일을 빨리 진행하더라도 참여재판을 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재판이 늘어지는 건 피해자 입장에선 또 다른 고통이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엔 재판 개최나 유·무죄 여부가 계속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상처로 남은 기억을 계속해서 복기하게 되는 것이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재판이 지연될수록 피해자에게는 부담이 커지고 힘든 일”이라며 “재판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피고인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로 2008년 도입됐다. 피고인은 첫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까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으며, 재판부 판단에 따라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 실시 결정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국민참여재판 실시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재판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철회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미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피고인의 4대 권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며 “재판부가 코로나19를 감안해 애초에 인용 신청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B교수와 C교수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건 국민참여재판의 성범죄 무죄율이 월등히 높은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의 성범죄 무죄율은 18%로 일반재판(2.4%)보다 7.5배 높다. B교수 측 변호인은 “판사가 (일반인보다) 더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단 생각에 신청했다”고 했다.

이희진·이지안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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