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자마자 전 세계로 수출?..부끄러운 'K-신문' 열풍

전준홍 입력 2021. 4. 8. 20:25 수정 2021. 11. 26. 11: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 ◀ 앵커 ▶

얼마 전, 유명 온라인 게시판에서 화제가 된 사진들입니다.

태국 방콕에 있는 가구 전문점 이케아의 포장대에 한국 신문이 잔뜩 쌓여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다는 겁니다.

저희가 그 이유를 역으로 추적해 봤더니 한국 신문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 '발행 부수 부풀리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읽으라고 발행한 신문이 아니라 포장에 쓰라고 유통한 신문지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전준홍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오늘 낮, 태국 방콕의 이케아 매장.

가구나 소품 포장에 쓰라고 신문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동아일보에 매경-한경-서울경제 등.

작년 12월에 인쇄된, 펼쳐보지도 않은 새 신문들입니다.

왜 태국 매장에 한국 신문이 이렇게 많을까.

방콕 이케아측에 물었더니, "코로나로 포장지 구하기가 힘들어져, 한국산 신문지를 사왔다"고 답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꽃을 감싸고 있는 것도 한국 신문.

파키스탄 길거리 음식은 아예 조리 직후 한국 신문지에 담아서 팝니다.

태국에선 시골에서도 한국 신문 포장이 흔합니다.

[A씨/방콕 시민] "제 생각에 시장에서 (한국 신문) 많이 본 것 같아요. 채소나 과일 살 때 포장을 해줘요. 바나나나 두리안 같은…"

태국과 필리핀 등의 인터넷 쇼핑몰에선 한국 신문을 손쉽게 살 수 있습니다.

가격은 킬로그램당 우리돈 오백원 정도.

콩기름으로 인쇄해 친환경적이고, 기름기도 잘 흡수해 좋다는 게 현지 평입니다.

이베이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쇼핑몰에선, 한국 신문을 사면, 미국·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리투아니아까지 배송된다고 나옵니다.

다른 나라 신문지도 팔리고는 있지만, 한국 신문은 포장도 안 뜯은 새 것인데다, 한번에 몇십톤까지 대량 주문이 가능해 인기가 많습니다.

국내 업자들도 해외 수출에 적극적입니다.

[신문 수출업자] (새 신문지 수출하신다고 하셔서…구체적으로 어디로 얼마나 가는지?) "됐어요." (물량 정도만이라도…) "뚝"

경기도의 한 파지 집하장.

포장도 안 뜯은 신문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컨테이너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일부는 계란판 제조나 애완동물 배변용 등으로 국내에서 소비되지만, 상당수는 수출됩니다.

매년 백,이백톤 수준이던 신문 수출량은 2018년 1천톤을 넘기더니, 2019년엔 4천 500톤, 지난해엔 1만 8천톤으로 급증하는 추셉니다.

이유가 뭘까.

2019년 국내 종이신문 구독률은 6.4%.

10년새 4분의 1로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신문 발행부수는 거의 줄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펼쳐보지도 않은 새 신문이 점점 더 많이 남아돌 수밖에 없는 겁니다.

신문사의 영향력을 결정하는 유료부수도 조작이 의심됩니다.

신문 발행부수를 집계하는 ABC협회가 지난해 밝힌 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은 조선일보의 경우 96%.

그러나 문체부가 조선일보 지국 9곳을 조사한 결과, 유료부수 비율이 60%대로 나타나,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동조/전국신문판매연대 위원장] "구독자 수가 줄었으니까 (지국의) 구독료 수입이 줄잖아요. 폐지를 팔아서 지대(신문대금)를 낸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신문 발행부수, 특히 유료부수는 광고 단가 뿐 아니라, 국가 보조금을 책정하는 중요한 기준.

신문사들이 읽지도 않을 신문을 찍어내 밀어내다시피 지국에 팔고, 감당 못한 지국들이 해외 판로까지 개척하면서, 민망하고 부끄러운 '신문지 한류'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입니다.

MBC뉴스 전준홍입니다.

(영상편집: 신재란 / 자료출처: The Food Ranger(유튜브))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전준홍 기자 (jjh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43800_34936.html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