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 때마다 성찰한다던 여권, 당정 쇄신 실천으로 보여줘야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8일 4·7 재·보선 결과에 대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도 총사퇴 했다. 성난 민심 앞에서 대통령이 사과하고 여당 지도부가 물러난 것이다. 여권은 준엄한 민심을 받들어 당정의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한다.
최종 개표 결과에서 드러난 표심이 여당에는 충격적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57.50%)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39.18%)를 압도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박형준 후보(62.67%)가 김영춘 후보(34.42%)를 두 배 가까운 표차로 이겼다. 또 서울시 25개 구에서 모두 오 후보가 이기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가 오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선에서 180석을 준 민심이 1년 만에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전통적 지지층이 와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권의 참패 원인은 구구하게 설명할 것도 없다. 그동안 국정운영에서 보인 남 탓과 위선, 오만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다. 명분만 앞세운 채 거칠게 추진한 검찰개혁이나 개혁을 외치면서도 법망을 피해 이득을 챙긴 여권 인사들의 위선적 행태, 부동산정책의 실패 등으로 누적된 불만이 선거를 통해 폭발했다. 여권은 자신들의 국정운영에 대해 냉정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여당의 책무는 막중하다. 문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해온 개혁기조를 유지하면서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 코로나19 민생을 챙기는 게 우선이다. 2·4대책으로 겨우 안정세를 보인 부동산정책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가야 한다. 부동산 투기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공직자들이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해충돌방지법 등도 반드시 통과시켜나가야 한다.
민주당은 위기 때마다 쇄신한다고 했지만 시늉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종민 전 최고위원은 이날 언론이 오세훈·박형준 후보의 부동산 의혹 등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게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시민의 수준을 우습게 아는 오만한 언동이 아닐 수 없다. 180석의 거대야당이 국정의 실패를 언제까지 남 탓으로 돌리려는 것인지 한심할 뿐이다.
문 대통령은 다음주쯤 국무총리를 포함한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말 해이해지기 쉬운 공직사회의 기강도 잡아야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새 원내대표를 뽑기로 하고,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내달 9일에서 2일로 1주일 앞당기기로 했다. 질서 있는 정비가 필요하다. 비현실적이고 시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강경파들이 득세해서는 어렵다. 뼈를 깎는 자성을 바탕으로 당정 전반을 쇄신해야 다시 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음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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