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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비판했다 밖으로 내쫓긴 미얀마 대사

윤기은 기자 입력 2021. 04. 08. 23:00 수정 2021. 04. 0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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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쪼 츠와 민 주영국 미얀마 대사가 8일(현지시간)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런던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 서 있다. 민 대사는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전날 부대사와 군무관 등에 의해 대사관 밖으로 내몰렸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총을 발포하며 수백명의 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국 군부를 비판한 주영 미얀마 대사가 대사관 밖으로 쫓겨났다.

영국 런던 미얀마 대사관에 주재해온 쪼 츠와 민 미얀마 대사는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사관)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민 대사는 “이것은 내가 들어가야 할 건물이다.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이유다”며 “런던 한복판에서 쿠데타가 벌어졌다”고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은 4명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칫 윈 부대사가 미얀마 대리 대사를 맡았으며, 윈 부대사가 군무관들에 지시해 민 대사의 대사관 진입을 막았다”고 전했다.

민 대사는 대사관 앞에서 줄곧 서 있다가 근처에 세워둔 차 안에서 밤을 지세웠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다음날에도 민 대사는 미얀마 대사관 앞에 서 대사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대사가 퇴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대사관 앞에는 현지 시민들이 몰려들어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얀마 정부는 민 대사 퇴출과 동시에 영국 측에 민 대사의 임기 종료를 알렸다. 영국은 “주재국은 해당 국가의 대사 해임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미얀마 측의 통보를 받아들였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8일 트위터에 “어제 런던에서 벌어진 미얀마 군부의 행위를 규탄한다”며 “민 대사가 용기를 낸 것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달 미국과 함께 미얀마 군부 소유의 미얀마경제공사(MEC) 제재에 들어갔다.

민 대사는 자신의 퇴출과 관련한 사안을 영국 외무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2013년부터 주영 대사로 근무해온 민 대사는 지난달부터 자국 군부를 공개 비판해왔다. 지난달 8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BBC와 인터뷰하며 “미얀마 시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며 “군부는 멈춰라”고 발언했다.

한편,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이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미얀마 민주 진영 임시정부측과 접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대사관의 외교관들이 지난주 미얀마 임시정부(CRPH) 관계자들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CRPH는 중국 측에 군부를 끌어내리는 데 힘을 보태고, 미얀마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이에 중국 외교관들은 “중국은 이런 상황을 보길 원하지 않았다”며 “폭력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과 중국 투자시설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답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그동안 중국은 미얀마 군부의 폭력 진압 사태를 관망해왔다. 이라와디는 CRPH가 지속적으로 중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군부의 유혈 사태 진압을 도와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중국은 그간 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 군부 제재를 빠트린 반쪽짜리 성명서를 낸 이유도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막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AP통신에 보도된 바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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