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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갖겠다' 미·중 노골적 야심..서로 삼성 불렀다

박형수 입력 2021. 04. 09. 00:05 수정 2021. 04. 0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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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 안보회의에 삼성 초청
'반도체=안보' 중국 사업 막을 수도
중, 반도체 등 첨단기술 협력 요구
"한국 정부, 외교적 중재·지원 필요"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미·중 패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이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 백악관의 초청장을 받은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칩 부족 사태와 관련한 법안이 곧 발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2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백악관이 오는 12일 안보보좌관 주재 회의에 GM·글로벌파운드리스 등과 함께 삼성전자를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주요 국가별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난 3일에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나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요청했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선포한 상태다. 반도체 패권을 노리는 두 강대국이 앞다퉈 삼성전자에 ‘청구서’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12일 백악관 회의는 표면적으로는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에 속도를 내달라는 주문으로 해석한다. 기존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이나 애리조나주·뉴욕주 등에 추가 투자를 저울질 중인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박이 더 커진 셈이다.

삼성전자 실적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삼성전자]

미국은 반도체 수급을 ‘안보 이슈’로 인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반도체 공급망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지난 6일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집적회로(IC) 시장 점유율은 2000년 24%로 세계 2위였으나 지난해에는 12%(5위)로 추락했다. 대신 대만·한국·중국 등 아시아 3개국이 전 세계 유통량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SEMI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미국이 국가 및 경제 안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생산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를 향해 미국이 직접 칼을 꺼내 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미국이 삼성전자의 중국 내 반도체 사업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기도 난감한 처지다. 현재 중국은 한국 반도체 수출액의 4할을 차지하는 1위 교역국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 85억6000만 달러(약 9조6000억원) 가운데 중국 비중은 38.3%(약 3조7000억원)였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상하이·시안·쑤저우 등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시설과 판매법인 등을 두고 있다. 시안에는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시안 2공장은 150억 달러(약 16조7600억원)를 들여 2단계까지 증설 투자가 마무리됐다.

미·중 양국이 정부 차원에서 삼성전자에 협조와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적절한 외교적 중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정부가 나서는데, 삼성전자는 민간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고 한국 정부는 빠져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외교적 해법을 통해 난감한 입장에 처한 기업을 지원하고 복잡한 노선을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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