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경향신문]
어느 나라나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있고 그에 따른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쌀이 주식인 나라에서도 국수나 수제비, 칼국수는 쌀로 지은 밥 다음으로 사랑받고 있다. 중국처럼 땅 덩어리가 큰 나라는 지방마다 특색을 갖춘 별의별 면이 있기도 하고, 우동 면발 하나에 각별한 풍미를 겨루는 나라도 있다. 모든 방송들은 때를 맞춰 음식 프로그램으로 채워지고 그 많은 메뉴들은 우리들의 친숙한 밥상으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은덕 작가는 십 년이 넘도록 여러 나라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음식사진을 찍어왔다. 그는 완성된 음식보다 만드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이며 이들의 손길은 어떠한지 주방을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타박도 받았을 것이다.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드는데 외부인이 기웃거리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우리나라 칼국수는 만드는 과정이 그리 별나지 않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좀 숙성시켜 두었다가 밀가루를 솔솔 뿌려가며 밀대로 밀어서 둘둘 말아 썰어서 끓이면 된다. 이 단순한 것이 각자의 솜씨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또한 값도 비교적 싸니 쉽게 먹게 된다. 질리지 않는 음식이다. 사진 속의 밀가루 반죽은 얼마나 탄력 있고 부드럽게 만들어졌는지 재빠른 솜씨로 인해 칼날이 보이지도 않는데, 피아노 건반처럼 리듬감이 있다. 반죽을 움켜쥐고 있는 손은 하얀 반죽과 싸락눈 같은 밀가루 때문에 더욱 검게 보인다. 그 검은 손이 웅숭깊게 다가온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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