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생각하기도 싫어"..'악명' 높던 젊은 시장은 변했을까

김양진 2021. 4. 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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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7 재보궐선거]'3% 퇴출' 등으로 공무원들 압박
주변 우려에 "여러분 의견 존중"
15년 전인 지난 2006년 7월31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례에서 발언하고 있다. 와이티엔 화면 갈무리

“실수하지 않고 하루하루 넘기다 보면 승진 때가 되고, 그때 승진되면 그것으로 소굿(so good)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런 마음을 조금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

지난 2006년 7월 당시 45살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한달을 맞아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체질개선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후 5년 남짓 오 시장을 직접 겪었던 서울시청 공무원들 상당수는 지금도 “그 시절은 생각하기도 싫다”며 입을 꽉 다문다. 젊은 시장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일 추진방식이 많은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고, 일부는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무상급식 주민투표 부결’로 시장직에서 물러난지(2011년 8월) 10년 만에 복귀하는 오 시장을 바라보는 서울시청 공무원들의 눈길에는 걱정과 우려가 한가득이었다. 간난신고 끝에 다시 시장이 됐으니 사람이 변하지 않았겠냐는 기대도 한 쪽에 있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오 시장은 얼마나 변했을까? 아니 변할 수 있을까?

나이 많은 국·과장들 질타하던 마흔다섯 오세훈

혈기방장한 40대 중반 오 시장은 적극적으로 호령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서울시청 한 과장은 “키도 큰 젊은 시장이 아래위로 훑어보며 자기보다 나이 많은 국장, 실장들을 깨곤 해 모멸감을 느꼈다는 선배들이 많았다”며 “특유의 귀족적인 분위기까지 겹쳐 다들 오 시장을 ‘저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멀리했다”고 말했다.

‘3% 퇴출’ 정책도 소환된다. 다시 시장직에 오른 첫날(지난 8일) 국실장들과의 인사 자리에서 오 시장은 “3% 퇴출을 비롯해 직원분들 힘들게 했던 기억이 시간이 흐르며 과장돼 전달된 듯하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그가 언급한 ‘3% 퇴출’은 2007년 실·국·본부별로 업무 능력이 떨어지거나 근무 태도가 불량한 하위 3% 명단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이 가운데 100여명을 추려 ‘현장시정추진단’이라는 이름으로 재교육을 실시한 일을 말한다. 공무원노조 등 직원들 반발이 심했지만 당시 오 시장은 “현장시정추진단은 부족한 역량을 높이려는 것이다. 무능한 직원은 한번은 빠져나가도 결국은 걸러지게 될 것”이라며 “1~2부 리그를 오가는 유럽 프로축구처럼 퇴출과 재진입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3% 퇴출’을 강행했다.

당시 서울시에 근무하던 한 사무관은 “(실·국별로) 무조건 3%를 뽑도록 해 반발이 많았는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오 시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자 직원들 사이에 ‘또다시 3% 추려내기 해야하는 거 아냐’란 말들이 돌았다”고 전했다.

2006년 7월 양평동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서는 “수해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자신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하면서 재점검 지시를 내렸던 일도 회자된다. 당시 오 시장은 간부 회의에서는 “시장은 현장을 동분서주하는데 간부들은 현장에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박 전 시장, 내 정책 뒤집어 피눈물…공무원 의견 존중할 것”

15년 전 오 시장은 고참 팀장이나 과장들보다도 어렸지만, 이제 일반 공무원 퇴직 나이인 환갑이다. 강산이 바뀔 만큼 시간이 흘렀고, 나이가 든 오 시장은 달라졌을까.

일단은 ‘허니문 기간’이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간부들에게 “저를 겪어보지 못한 젊은 직원들 위주로 제가 들어오면 쉽지 않을 거란 우려 있다고 들었다. 사실 코로나 전시 상황에 직원 여러분들의 업무기강 확립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깊은 검토 없이 마구잡이 칼 휘두르는, 그런 부분은 분명히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럴 필요성이 있을 때는 각 부서 책임자와 논의하고, 방향 바꿀 때 부작용이 있을지 충분히 검토한 뒤 여러분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악평을 충분히 알고 있고, 그때처럼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말라는 안도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다만, 지난 10년 간 서울시 운영과 관련해선 “전임 (박원순) 시장이 오셔서, 처음에 제 입장에서 보면 전임 시장(오세훈)의 일을 뒤집고 했던 기억이 선명할 것이다. 그때 제가 사실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 속으로 피눈물이 나는 경험을 했다”고 언급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10년 전 사퇴할 때 과장이었던 서정협(행정1부시장), 김학진(행정2부시장)이 부시장이 됐을 정도로 긴 시간이 지났다. 직원도 30% 이상이 바뀌었다. 시장을 두번 해봤다고 해도 갑자기 자기 색깔을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 시장이 다시 온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세월이 지나 많이 노련해지고 부드러워진 것 같아 다행”이라면서도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데…”라고 말을 아꼈다.

임기가 1년2개월로 짧고, 서울시의회 구성도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109명 중 101명)를 차지하고 있어 시정 운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꼭 필요하다는 걸 오 시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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