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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관련 자료 나왔다

유설희 기자 입력 2021. 04. 0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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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보유 관련 문서 첫 공개

[경향신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1968년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에서 받아 9일 공개한 1969년 중앙정보부 조사기록에는 학살 관여 의혹으로 조사를 받는 당시 소대장 3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민변 제공
당시 중앙정보부 신문조서 목록에
학살 의혹 소대장 이름·지역 표기
자료 공개소송 승소 이끈 민변
“문서의 존재, 확인된 것에 의미”
피해자 손배 청구 때 증거로 제출

국가정보원이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관련 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국정원을 상대로 낸 관련 자료 정보공개 거부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자료는 민간인 학살사건 피해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증거로 제출될 예정이다.

민변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는 9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퐁니·퐁넛 마을 민간인 학살 사건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퐁니·퐁넛 마을 사건은 1968년 2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해병대 제2여단(청룡부대) 소속 1대대 1중대 군인들이 퐁니·퐁넛 마을에서 7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당시 학살이 논란이 되자 중앙정보부는 이듬해 11월 1중대 소속 1~3소대장 등을 조사해 신문조서와 보고서 등을 남겼다.

이날 민변이 국정원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는 소대장들의 이름 석자와 이들이 사는 지역이 적힌 신문조서 목록이다.

총 15글자에 불과하지만 중앙정보부가 퐁니·퐁넛 마을 사건과 관련해 참전 군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기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사건 당시 최영언 중위(1소대장), 이상우 중위(2소대장), 김기동 중위(3소대장)가 2000년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최 중위는 3소대가 퐁니마을 민간인을 사살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이에 민변은 2017년 국정원에게 이들의 조서 목록을 공개하라고 청구했지만 국정원은 거부했다. 이후 민변은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지난 3월25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 소송을 제기한 민변 임재성·김남주 변호사는 국정원이 공개한 자료를 퐁니·퐁넛 마을 사건의 피해자 응우옌 티 탄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다. 사건 당시 7세였던 응우옌은 한국군 총격으로 복부에 심각한 상해를 입었고, 가족들은 사망했다.

그는 2020년 4월 “내가 곧 학살의 증거”라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임 변호사는 “재판에서 피고(국가)는 원고(응우옌)의 진술만으로는 학살을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며 “목록이긴 하지만 문서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민변은 응우옌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 사실조회신청을 해서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퐁니·퐁넛 마을 사건 관련 조사 기록 일체를 받아낼 계획이다. 공개된 자료에서 지워진 여백을 보면 중앙정보부는 1~3소대장을 비롯해 최소 9명의 참전 군인을 조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변호사는 “(중앙정보부) 조사 당시부터 50년 이상 지났고, 공개되더라도 대한민국과 베트남 사이에 외교적 국익이 중대하게 침해될 우려가 없다”며 “국정원이 재판부의 조회에 성실히 응해 조사기록 일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응우옌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두번째 재판은 오는 12일 열린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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