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폐지 효과?..실검 제공 네이트·줌·번개장터가 뜬다

박현익 기자 2021. 4.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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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네이버에서 폐지된 이후
3월 한 달 사이 실검 제공하는 플랫폼 트래픽 증가
"트렌드 알고 싶은 욕구 여전…폐지만이 답 아냐"

인터넷 포털 ‘네이트’와 ‘줌(ZUM)’ 모바일 첫 화면. 실시간 이슈 키워드, 이슈 검색어 등의 이름으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노출하고 있다. /네이트, 줌 캡처

지난 2월 네이버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폐지한 이후 네이버를 대체하는 플랫폼 사용자 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순위 왜곡 등 각종 논란 속에서 실검을 폐지하게 됐지만 대중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수요는 여전해 대체 플랫폼의 유입 증가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 ‘네이트’, ‘줌(ZUM)’의 사용자 수(안드로이드+iOS 합산)는 지난 3월 한 달 사이 일제히 증가했다. 네이트는 기존(2월) 372만명에서 3월 476만명으로 28% 늘었고, 줌도 3만2000명에서 5만1000명으로 56% 늘었다. 사용시간도 네이트와 줌 각각 30%, 5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포털뿐만 아니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도 월 이용자 유입이 같은 기간 246만명에서 304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종합적인 트렌드를 보여주는 포털과 결이 다르지만 번개장터도 중고거래 관련 키워드 검색 순위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 노출하고 있다.

네이버 실검은 지난 2월 25일 종료됐다.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준다는 순기능보다 여론 왜곡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지지자의 ‘조국 수호’와 반대 측의 ‘조국 구속’이 실검에 오른 게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실검이 대중의 ‘진짜’ 관심사보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다만 네이버는 이러한 부정적인 이유보다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실검을 폐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네이버 측은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내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트렌드에 맞춰 종료한 것이다"라고 했다. 실검처럼 단순 트래픽을 합산해 보여주는 수치가 아니라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분석한 이용자 개개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보다 세분화 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현재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궁금해하는 욕구는 여전히 존재해 네이버 실검 폐지가 다른 대체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검은 이미 화제성 이슈나 유행을 따라가는 일종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 실검 폐지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네티즌들은 주로 "아쉽다", "네이버 재미없어졌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네이버 실검이 사라지며 생긴 또 다른 공백 중 하나가 재난 등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예전처럼 곧바로 알기 힘들게 됐다는 점이다. 지진, 화재, 감염병과 같은 이슈가 발생하면 실검에 관련 키워드가 가득 차며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실검의 빈자리는 지난 3월 23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먹통 현상이 발생했을 때 부각되기도 했다. 운영체제 문제로 카카오톡, 네이버 등 앱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인데 스마트폰 고장인 줄 알고 삼성전자, LG전자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고객이 쇄도한 것이다. 뒤늦게 안드로이드를 구성하는 ‘시스템 웹뷰’라는 앱 때문에 일어난 장애라고 알려졌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헛걸음질을 친 뒤였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실검이 있었다면 먹통 이슈를 좀 더 빨리 알고 제대로 대처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원래같으면 스마트폰 대신 컴퓨터를 켰을 때 첫 화면에 뜨는 네이버 메인 실검만 봐도 우왕좌왕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대표 문화로 자리 잡은 실검은 전반적인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정치적 논란으로 문을 닫게 돼 안타깝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자신과 관련된 정보 위주로 보게 되면 편향성을 키우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실검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중요한 아젠다를 효율적으로 확인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데 많은 순기능을 했다"며 "아직 실검을 제공하는 곳에서라도 지적된 문제들을 잘 보완해서 폐지가 아닌 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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