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공중전 뛰어든 KF-21.. 2030년 이후 준비 필요하다 [박수찬의 軍]
KF-21은 지상 시험을 거쳐 내년 7월부터 비행에 나선다. 향후 4년간 2200여 회의 비행시험을 마친 뒤 2026년 공대공 전투능력을 지닌 블록-1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체계개발에 8조1000억 원, 2026~2028년 추가 무장시험에 7000억 원이 투입되는 KF-21 개발은 미국이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한국형 전투기의 개발과 생산, 판매, 운용에 이르기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범정부적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판로 개척 ‘난항’ 가능성
전투기는 무기다. 동시에 상품이기도 하다. 성능과 비용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아야만 실질적인 전력화가 가능하다.
‘규모의 경제’(생산량 증가가 비용 절감과 수익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원리)는 성능과 비용 간 균형을 유지하는 대표적 방법이다.
전투기 개발 단계서부터 자국 소요를 늘리고 적극적인 수출 마케팅을 실시해 생산량을 최대한 늘린다. 이는 규모의 경제 구축과 시장 확대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기술과 지식, 경영과 마케팅 노하우를 교류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독자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왔던 미국은 F-35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면서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을 대거 끌어들였고 한국과 일본 등에 추가로 수출해 F-35 시장을 형성했다.
한국은 어떨까. KF-21 개발에 참가한 나라는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다. 유럽처럼 구매능력이 뒷받침된 국가들을 더 끌어들여 일반적인 전투기 생산 손익분기점으로 평가받는 300대 안팎의 생산량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해진 생산량은 인도네시아까지 합쳐도 160여 대에 불과하다. 비용 절감 효과가 F-35A, F-16V 등 경쟁 기종보다 낮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8일 서욱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9일 시제 1호기 출고식에 참석했으나 이같은 상황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다수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출에 대한 부담은 한층 무겁다.
방위사업청과 KF-21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300~500대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시제 1호기 시험비행 직후 에어쇼 참가 등을 통한 마케팅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KAI는 KF-21의 단가를 6500만 달러(727억 원) 수준으로 낮추면 수출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F-35가 지속적인 단가 하락을 통해 경쟁력을 더욱 키우고 있고, F-16V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수출 시장에 나선 상태다.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없은 라팔의 판촉도 활발하다.
◆어렵게 확보한 첨단 기술 사라지나
기술은 기술을 만든다. 어느 날 갑자기 첨단 기술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 기존 기술을 토대로 발전된 형태의 기술이 나온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첨단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이어갈 산업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동시에 이를 뛰어넘는 제품 개발에 착수하는 이유다.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면서 성능을 높인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항공우주산업 선진국들은 이같은 원칙에 충실했다.
일각에서는 기본 성능을 지닌 KF-21 블록1을 띄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KF-21이 소요결정 직후 개발에 착수하기까지 10여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관련 기술을 더 발전시킬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항공우주산업 연구 기반을 유지할 수 없다.
2030년대 차기 전투기 시장의 주역이 될 6세대 전투기 확보는 KF-21 기술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독자 개발이든 국제공동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든 KF-21을 통해 자체적으로 확보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당장 뛰어들기 어렵다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나 공대함미사일 등 전략적 억제력을 지닌 항공무장을 조기에 추가 장착하거나 파생형 기체를 개발, KF-21 연구개발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이제 전투기를 단순히 구매하는 나라가 아니다. 최신 전투기를 만들어 시험비행을 앞둔 나라다.
수조원의 혈세를 들여 얻은 KF-21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은 활로를 찾기 어렵다. ‘포스트 KF-21’에 대한 정부와 군의 적극적인 정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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