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뚝 떨어져"..정현복 시장 백화점식 비리 의혹에 시민들 분통

서순규 기자 2021. 4.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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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땅 인근 도로개설에 "기획부동산 같은 짓" 원색적 비난
특혜채용 의혹엔 지지자들도 경악.."시민 앞에 고개 숙여야"
정현복 광양시장© 뉴스1DB

(광양=뉴스1) 서순규 기자 = 부동산 이해충돌과 특혜의혹에 이어 각종 인사비리 소식이 쏟아지면서 광양시민들은 정현복 시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후 민주당에 당당히 입당한 정 시장은 민심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했다.

정 시장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시의회나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 붙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업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추진하는 말그대로 힘을 보여준 시장이었다.

하지만 정 시장은 시민을 위해 써야할 힘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데 사용하면서 혹독한 힘 값을 치르고 있다.

정 시장은 자신과 아들의 땅에 도로를 개설해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이고, 부인이 땅을 구입하자 도로 개설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불렀고, 자신의 문중묘 가는 도로에 혈세 100억원을 투입해 특혜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자신의 가족과 친인척, 측근의 가족을 시청 공무직이나 청경으로 채용했다는 채용 특혜의혹이 알려지면서 일반 시민들은 물론 그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시민들까지도 쏟아지는 비리 의혹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9일 저녁 맛집들이 즐비하게 자리잡은 광양읍의 한 식당에 모인 50대 손님들도 언론에 알려진 정 시장의 각종 의혹들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50대 세 사람 모두 하나같이 정 시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자신과 아들, 부인의 땅 인근으로 도로를 개설한 것을 두고는 기획부동산 업자로 비유했다.

회사원 이영기씨(57·가명)는 "딱 탐관오리가 생각난다. 정 시장이 한 짓을 보면 시장이 아니라 기획부동산 업자 같다. 아랫사람이 도로를 내자고 해도 '내 땅으로 도로를 내면 되겠느냐'고 꾸짖어야 할 사람이 자기(정 시장) 땅으로 도로를 내다니 정이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동료인 정진영씨(54·가명)는 "정 시장 측에서 42년 전에 산 땅이라고 말하던데, 그게 팩트가 아니고 자기 땅으로 도로를 낸 게 팩트잖아요. 그 양반(정 시장)이 '1원 시장이 되겠다'고 공약해 놓고선 연금 핑계대고 빠져나갈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우리가 그 사람의 실체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고 후회했다.

또 다른 동료 김기열씨(51·가명)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지. 입으로는 달콤한 말로 시민들을 홀려놓고 나쁜 짓은 다 한 걸 보면 화가 치밀어 잠이 안 온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 시장이 자신의 조카와 손자도 모자라 측근들의 처자식까지 공무직이나 청경으로 채용했다는 인사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정진영 씨는 "입으로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 청년취업에 힘쓰겠다. 표를 얻기 위해 별짓을 다 하더니 결국 당선되니까 조카, 손자에 측근들 마누라에 아들 딸, 며느리까지 공무원을 시켜줬다니 진짜 비리 백화점이네"라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주부 최모씨(50대)는 "보통사람들은 아이들 취업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다. 그런데 어떤 집은 부모 잘 만나 신이 내린 직장이란 공무원을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세 명 들어갔다니 억울하고 분해서 며칠 동안 밥맛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최씨의 딸도 한마디 거들었다. 최씨의 딸 박 모양(20대)은 "언론에 채용비리 뉴스가 나온 이후 친구들 만나면 주로 시청에 다니는 친구, 선배들 애기를 많이 한다. '혹시 OO도 낙하산으로 시청에 들어간 것 아니냐'. OO은 아빠가 시청에 넣어 줬다더라'는 등의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이해 관계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청에 근무하는 A씨는 "연일 자신에 대한 채용비리 뉴스가 나오는데도 전혀 미안해하거나 미안해하는 눈치가 안보인다. 뭐라 말은 못하지만 양심이 있으면 스스로 알아서 처신을 하는 게 사람으로서 도리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시청 직원 B씨는 "언론보도대로라면 정 시장 취임 후 수 백 명이 낙하산으로 내려왔는데 앞으로 그들의 신분은 어떻게 되는 건지. 함께 근무하다보니 정은 들었는데 이런 뉴스들이 나오다보니 얼굴보기가 민망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정 시장의 부동산 투기와 채용, 승진 비리에 대한 고소, 고발, 진정에 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반부패수사대는 정 시장의 부동산 투기를 눈여겨 보고 있다.

하지만 정 시장 측은 이 모든 고소, 고발, 진정 등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상대후보들의 흠집내기라고 폄하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친인척 채용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정 시장 지지자로 알려진 최모씨는 "칠성리 도로, 진월 도로, 옥곡 문중묘 가는 도로는 법적으로 문제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시장 흠집을 내려고 발버둥치는 거다. 단, 진월 부인 땅 문제와 친인척 채용 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라고 분석했다.

공직자 재산증식 등 이해충돌 논란과 채용, 승진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정 시장의 행보도 입방에 올랐다.

시민사회 한 관계자는 "정 시장이 '부동산 논란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한 것은 시민을 무시한 처서다. 부동산과 도로, 인사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해명을 하는 것이 시장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자 해명은 하지 않고 연가를 내고 며칠씩 시청을 비우는 것도 시민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최소한 양심이란게 남아있다면 시민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s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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