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버는 엄마라 미안해" 오세훈 찍은 30대 여성들 왜? [앵그리 2030]

고은이 2021. 4. 10. 1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몇억, 몇십억을 번 그 당사자가 아니라 재산의 수혜를 볼 자식들이 생각나요. 우리 세대는 그럭저럭 비슷하게 살고 있지만 우리 자식 세대들은 출발선부터 다르지 않을까요. 정보도 잘 모르고, 그냥 월급 200만원씩 버는 엄마라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윤정은·36세)

"'벼락거지'가 된 게 100% 정부 탓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상황을 방치한 건 확실해요. 임신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니 세상 어려운 게 더 와닿습니다.." (최혜리·38세)

 '친문 코어' 30대 여성의 이탈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30대 여성들의 64.3%는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30대 여성 비율은 43.7%로 줄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30대 여성은 26.5%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선 50.6%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했다. 국민의힘이 얻은 30대 여성 득표율이 두배 넘게 뛴 것이다. 민주당에서 빠진 표가 고스란히 국민의힘으로 갔다.

 
현 정권의 견고한 지원군으로 여겨졌던 30대 여성이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 초반 여론조사에서 30대 여성들은 93.7%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평가(리서치뷰 조사·2017년 5월 2주차)를 내렸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40%대 수준으로 내리는 등 명확한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문 코어'라고 불렸던 30대 여성들 중 일부가 현 정권에 돌아서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현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 비율이 적지 않지만, 정권 초반 절대적인 지지에선 멀어진 모양새다.

부동산,  LH로 터진 민심

30대 직장 여성인 윤 모씨는 "부동산도 그렇고 정부 정책이 이대로 가는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주변에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안좋은 것 같아서 한번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오 후보를 찍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 정부 초기만 해도 친구들끼리 모두 대통령에 긍정적인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반반인 것 같다. 나만 해도 정말 진정성이 있는 정권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반 30대 여성이 호응할 만한 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등 표심을 얻었지만 그 또한 세금 등으로 부담이 돼 돌아오면서 해당 정책에 대한 호응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이 대표적이다. 이호정씨(39)는 "퍼주기 정책으로 모자른 돈을 채우려고 할 때 나같은 사람이 세금 타겟이 될 것"이라며 "남들에게 준 돈의 대가를 내가 치러야 한다는게 짜증난다"고 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30대 여성들의 표심에 영향을  주고있다는 분석이다. 30대는 계약직 등 비중이 높은 고용취약계층 중 하나다. 정모씨(34)는 "등교 방침 등이 이랬다저랬다 명확치가 않다"며 "주변 워킹맘들이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에 회사를 그만둔 엄마들도 꽤 있다"고 했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을 문재인 정부에 돌리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에 박 후보를 찍었다고 밝힌 이진영씨는 "어려운 시기이긴 하지만 다른 정부였다면 더 어려워졌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보수 정권 추억으로 미화됐을 것"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한마디로 촛불을 주도했던 세대의 실망"이라며 "정의나 공정 등의 가치에 특히 민감한 세대가 4년을 돌아보며 '이럴줄 몰랐다'는 실망을 표한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30대는 대학생 시절 운동권의 영향력이 이미 크게 위축됐던 세대다. 운동권의 이른바 '의식화' 교육을 받은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서 대학을 다녔다.  민주화에 대한 체감은 적지만  DJ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참여정부 시절 탈권위적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이 촛불시위를 주도한 세력인 것도 정치적으로 진보 색채를 띈다기 보다는 불합리하고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한 반발로 이해해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최순실 사태에 적용됐던 이들의 반감이 이번엔 문재인 정부를 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씨(31)는 "부모님이 오세훈 찍으라고 난리였다"며 "은근히 또래 사이에서 오세훈 평가가 나쁘지 않다. 실정들은 잊혀지고, 단점은 추억으로 미화됐을수도 있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진보정권 10년과 보수정권 10년을 모두 기억하는 세대는 상대적으로 진보정권에 대한 인상이 더 좋게 남은 경우가 많다"며 "다만 DJ, 노무현 정권 시절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현 30대 초반 정도는 보수진영에 대한 비토정서 역시 4050보다 적은 편인 것도 이번 선거결과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한경 고품격 뉴스레터, 원클릭으로 구독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