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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의 경제 매뉴얼] 주주가치 추구하는 ESG 투자와 경영의 허실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입력 2021. 04. 1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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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회의 역습, 기업 존재 부정당한다

[미디어오늘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전후로 대다수 기업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설치하고 ESG 경영을 선언하고 나서고 있다. 상장사들은 2025년부터 ESG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환경(E)·사회(S) 정보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시작으로, 지배구조(G)와 관련해서는 2026년부터 모든 상장사가, 2030년에는 전체 상장사가 모든 ESG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ESG가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강조됨에 따라 ESG 투자가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 소유자의 80%가 이미 ESG를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연합(GSIA)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40.5조 달러(5.5경 원)이며, 2030년에는 130조달러(15경원) 이상 확장될 것으로 예측했다. ESG 투자와 경영은 이제 글로벌 수준에서 대세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성 그러나 이윤과 함께

지속가능성은 오늘날 자본주의 기업의 핵심 이슈다. 2020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주제였고, 기업이 주주들만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를 위해 가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더욱 거세졌다. 특히 ESG가 부각된 이유는 기업에 의한 환경과 사회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며, 노동자, 지역사회, 국가가 참여하는 민주적 지배구조야말로 기업의 장기존속과 환경 및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할 수 있는 기업의 구조적 형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무엇이냐 하는 점과 이를 어떻게 측정하는가 하는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600개가 넘는 ESG 컨설팅, 평가 기관이 난립해 기준도 모호한 채 제각각 중구난방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고, 기업들도 도대체 ESG 기준이 뭔지 혼란스러워한다. 이에 따라 세계사회포럼과 같은 세계 최부호들의 글로벌 컨소시엄은 기업이 공표해야 할 지속가능성 지표 세트를 끊임없이 구상하고 있고, 각국별로도 기준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연구에서 재무 효율성을 판단하기 위한 재무 정보의 공개가 때때로 실제 효율성 판단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관찰했다. 이는 모든 정보가 믿을 수 있게 공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경성'(수량으로 표시되고 검증 가능한) 정보는 만들어진 일자리의 수와 같이 표시될 수 있지만, 그 일자리의 질과 같은 '연성' 정보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지속가능성과 같은 정보들은 객관적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평가'된다고 주장한다. 소위 '정성평가'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이는 측정 또는 지표에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주관적인 판단과 평가의 기준이 바로 투자에서는 절대적으로 '이윤', '수익률'이다.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지는 평가 속에도 빠지지 않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부분도 바로 수익률과 관련된 '주주친화 정책'에 대한 평가다. 그러므로 최근 논의하는 지속가능성은 사회 그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아닌 '이윤과 함께 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다. 이윤을 낳지 못하거나 수익률이 저조한 기업은 사회적 가치가 아무리 크더라도 장기존속이 필요하지 않고 그 기업이 생산하는 사회적 가치 또한 의미가 없어진다.

▲ ESG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투자자, 주주가치 중심의 ESG 평가

투자자들이 ESG에 주목하는 이유도 ESG가 기업의 이익과 그에 따른 투자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ESG 등급이 우수한 기업들은 수익률도 우수하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MSCI)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ESG 등급 상위 30% 기업은 하위 30% 기업보다 이익 증가율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했으며,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적 정책도 꾸준히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SG 투자의 급격한 증가는 ESG 등급이 낮은 많은 기업보다 세금을 적게 내고 일자리를 더 적게 제공하는 기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유사한 규모의 기업에서 세금을 더 많이 내면 사회적으로 더 가치 있는 기업인데 오히려 ESG 등급이 낮아 가치 평가가 뒤진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MSCI)로부터 ESG 최고등급(AAA)을 받은 기업들의 지난해 평균 세율은 18.4%인 반면 최하 등급(CCC)을 받은 기업들의 세율은 27.5%로 훨씬 높았다. 심한 경우 세배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FT는 “ESG 등급과 실효법인세율 부담은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ESG 등급이 높은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세제 혜택이 많은 무형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국가별 세율 차이를 이용해 법인세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측이 평가하는 551개 기업의 ESG 지표 중 세금 관련 항목은 5개로, ESG 평가가 세금 측면에서는 사각지대이다.

'고용'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ESG 최고등급을 받은 미국 기업 15곳과 최하위 등급 15곳을 비교했는데, 애플, MS, 펩시코 등 최고등급 기업들은 총 190만 명을 고용한 반면, 월마트와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보잉 등 하위기업군은 510만 명을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0개 기업들(러셀 3000지수 기업) 중 ESG 등급 우수 기업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평균 20% 이상 종업원 수가 적다.

이에 대해 FT는 “ESG 투자자들이 노동집약적인 기업을 기피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과 의도치 않은 전쟁을 벌여 승리하고 있다”며 “ESG 평가와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조세 회피형 기술 독과점 기업이나 노동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형 제약회사와 금융회사 등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리게 만들었다”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FT는 “ESG 펀드는 자동화, 불평등, 독과점 강화 등 사회적 위기와 분열을 무의식적으로 조장하고 있다”며 “ESG가 현재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ESG 투자도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보다도 수익률과 주주가치 위주의 평가와 투자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사회적 가치가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이윤을 내지 못하면 ESG든 뭐든 평가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특히 ESG의 지배구조(G)는 대부분의 평가기관과 ESG투자기관에서 '주주친화 정책'을 주요 평가요소로 도입했다. 원래 지배구조, 거버넌스는 주주만이 아니라 노동자, 지역사회, 국가 등 기업의 지배구조(거버넌스)에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결국 얼마나 많은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면서 자사주 매입, 배당률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이 거버넌스의 중요 평가 항목으로 들어왔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재벌총수의 전횡 때문에 주주권 확보가 마치 민주적인 거버넌스가 확보되는 것인 양 착각하게 만들면서 주주권 강화가 거버넌스의 최고 가치로 등장했다. 지배구조에 노동자, 지역사회, 국가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 산업 민주주의 확대라는 거버넌스 본래 의미는 사라지고 없다.

대기업에서 자체로 발표하고 있는 ESG 평가는 평가 범주가 사회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없고 일부는 기업에 유리하도록 편의적으로 취사선택된 것이다. 가령, 2019년부터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ESG 가치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구성한 것임에도 생산에 대한 부분은 모두 빠졌다. 생산과정의 재해와 중대재해의 문제, 노동 및 원하청 등 생산관계 민주화의 사회적 가치, 생산의 결과인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 등은 없다. 또한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분배)과 관련해서 경제간접기여에서 재무제표 상 수치로 대체되고 일부는 기부금과 같은 시혜적인 내용은 담겼을 뿐, 이 또한 기준이 없다. 그리고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보유지분이 재벌그룹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인 0.03%로 가장 취약한 지배구조는 '거버넌스'라는 항목만 표시되어 있을 뿐 ”측정 방법의 부재로 보류“했다며 개선 의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21년 3월3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SG는 사회적 가치가 기준이 되어야

코로나가 창궐하기 직전 2019년 200여 명의 CEO들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이 발표한 서약서에 서명했는데, 이 서약서는 주주 가치 극대화(주주 우선주의)를 멈추고 대신 노동자와 지역사회, 국가의 필요를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1년이 채 못돼 주최 측은 이 서명 때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해 3월과 4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서명한 기업들이 서명한 대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과 같이 주주 환원 정책을 줄였냐 하면,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이 기업들은 성명서에 서명하지 않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기업들보다 주주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20%를 더 썼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전국을 휩쓸 때 이 기업들이 해고자를 줄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위기 발생 후 첫 4주 동안, 이 기업들이 해고나 휴직을 선언하는 경향은 다른 기업에 비해 거의 20% 더 높았다. 성명에 서명하는 것이 전혀 효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CEO들은 지키지도 않을 것을 일종의 소셜워싱(social washing, 사회적으로 좋은 기업인 것처럼 보이는 행위)처럼 거리낌 없이 서명했다. 이 기업의 사회적인 평판이 중요했을 뿐, 실제 그것을 실현하는 것과는 무관했다. 지금의 ESG투자와 평가가 과연 이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사회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자본에게는 이윤의 지속가능성일 뿐, 실제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나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의 지속가능성이 아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ESG 평가도 일종의 규제로 인식할 정도다. 그러나 기업이 환경적, 사회적, 산업 민주주의 영역에서 올바른 역할을 찾지 못하면 단순한 투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의심되고 결국 기업의 존재 의미조차 부정되는 현실을 맞게 될 수 있다. 이른바 환경과 사회의 역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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