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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방식 mRNA 코로나19 백신, 국산화 도전 이어진다

김윤수 기자 입력 2021. 04. 11. 06:01 수정 2021. 04. 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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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처음 상용화된 mRNA 백신
화이자·모더나 성공 후 韓 정부·기업 관심
임상 앞둔 아이진 이어 에스티팜 개발 공식화
양사 모두 "화이자·모더나 단점 개선하겠다"

화이자 백신을 옮기는 국내 의료진. /연합뉴스

화이자, 모더나가 개발한 신기술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국산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벤처 기업 아이진이 유일하게 독자 개발에 나선 상황에서 동아쏘시오그룹이 주요 기업 중 처음으로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mRNA 백신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1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은 이 백신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진원생명과학이 지난해 3월 처음으로 미국 휴스턴매소디스트병원과 mRNA 백신 공동 개발에 나섰지만, 성공 가능성이 더 큰 주력 기술인 DNA 백신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mRNA 백신 개발은 사실상 중단됐고 DNA 백신으로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mRNA 관련 기술을 갖고 있던 아이진이 지난해 4월 진원생명과학의 뒤를 이어 개발에 나섰다. 당시 아이진은 셀트리온 등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에 공동 개발을 제안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최근까지도 mRNA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은 아이진이 유일했다.

mRNA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제품 모두 예방 효과가 약 94~95%로, 아스트라제네카(70%), 얀센(66%) 등 다른 종류의 백신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주성분인 mRNA는 다른 백신 주성분보다 바꾸기가 쉬워 변이 바이러스 대응력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개발 기간이 짧다는 장점도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구조가 밝혀져 백신 개발에 착수한 지 10개월만에 상용화했다. 필요한 생산시설 규모도 비교적 작다. 아이진이 구축한 생산시설은 99㎡(30평) 규모로, 연간 300만도즈를 생산할 수 있다. 기존 단백질 재조합 방식으로는 수천평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mRNA 백신은 인류 역사상 상용화된 적이 없어 국내 기업들도 개발 시도를 꺼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화이자와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으로 사상 첫 상용화에 성공하고 임상시험 때처럼 높은 예방 효과가 확인되자 평가가 달라졌다. 정부는 올해 초 ‘범정부 mRNA 백신 사업단’을 꾸리고 개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아이진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요 기업인 동아쏘시오그룹도 개발 계획을 밝혔다.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이날 "자회사 에스티팜(237690)이 mRNA 백신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라며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개발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준비가 끝난 만큼 연내 개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화이자, 모더나에 비해 후발주자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mRNA 백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mRNA 백신은 주성분인 mRNA와 이것을 감싸서 보호하는 지질나노입자(LNP)로 구성된다. 백신을 만들려면 먼저 원료인 이 두 성분 제조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 특히 LNP 기술은 화이자와 모더나도 자체 기술을 갖지 못해 기업 아뷰투스로부터 로열티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LNP 기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기업은 아뷰투스를 포함해 제네반트, 콘덴파마, 어나일럼 등 4곳뿐이다.

지질나노입자(LNP·주황색)가 mRNA를 감싸고 있는 그림. /코덴파마 홈페이지 캡처

에스티팜은 지난 8일 제네반트로부터 LNP 기술을 이전받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과 마일스톤(단계별 성과금)을 합쳐 총 1억3375만달러(약 1500억원)의 기술료와 향후 만들어질 mRNA 백신 순매출의 8%를 로열티로 내는 조건으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12개국에서 제네반트의 기술을 독점 이용하는 권리를 얻었다. 지난해 자기자본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기술료로 낼 만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에스티팜은 초저온 유통·보관이 필요한 화이자(영하 70℃), 모더나(영하 20℃) 백신의 단점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기존 LNP로는 상온에서 mRNA를 보호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어, 더 성능 좋은 국산 LNP를 새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국산 LNP는 모더나 창립멤버인 로버트 랭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한국인 제자인 이혁진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 연구팀이 개발해 국내 특허 출원했다. 에스티팜은 지난해 말 이 교수팀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상용화를 위해 공동 연구하고 있다. 검증된 제네반트 기술로 먼저 백신을 개발하고 향후 국산 LNP 상용화에 성공하면 백신을 개량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백신의 주재료인 mRNA 생산시설은 상반기 내 완공될 예정이다. 연간 캐파(최대 생산능력)는 화이자 백신 기준 240만도즈로, 향후 최대 1억2000만도즈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RNA치료제 강자인 에스티팜은 RNA를 안정적으로 합성하는 데 필요한 ‘5프라임캡핑’ 기술의 특허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 중이며, 이것을 mRNA 제조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에스티팜보다 먼저 개발을 시작한 아이진(185490)은 오는 6월 임상시험을 시작해 내년까지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될 경우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SK바이오사이언스 등에 이어 국내 6번째, mRNA 백신으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하게 된다. 아이진은 최근 쥐를 대상으로 한 비임상 실험에서 "모더나 백신 수준의 효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원숭이 실험을 위해 한국생명공학원구원과도 협의 중이다.

아이진 역시 후발주자로서 화이자, 모더나를 뛰어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에스티팜이 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 LNP 대신 ‘양이온성 리포좀’이라는 또 다른 mRNA 보호 캡슐을 자체 개발해 사용한다. 양이온성 리포좀을 적용하면 mRNA 백신의 상온 보관이 가능해지고, 백신이 필요 이상으로 온몸에 퍼져 아나필락시스 등의 부작용이 유발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게 아이진의 설명이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 이후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데도 유용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mRNA 백신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일 조직 개편을 통해 mRNA 백신을 포함한 신규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바이오3실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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