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는 소개팅 안해요".. 클럽하우스·데이팅앱에서 짝 찾는 MZ세대

박지영 기자 입력 2021. 4. 11. 06:01 수정 2021. 5. 14.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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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가자 분들 자기 소개 한 번씩 부탁드릴게요." "네, 자기 소개 잘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누구의 목소리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한 분씩 알려주세요."

지난 7일 밤 9시 31분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이하 클하)에 ‘클하트 시그널’이라는 제목의 대화방이 열렸다. 방에 입장하자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온다. 클하트 시그널은 ‘블라인드 소개팅’을 주제로 한 대화방이다. 참여한 사람들은 이 곳의 규칙에 따라 프로필 사진은 올리지 않은 채 대화를 통해서만 각자 취향에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남성 참여자와 여성 참여자 12명은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개성을 담은 자기소개를 한 뒤 대화를 나눴다. 직접 참여하지 않고 관전만 하는 청취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누가 누구랑 커플 매칭이 될 것 같다’며 채팅을 나누기도 했다.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블라인드 소개팅’을 진행하는 등 MZ세대의 연애법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돼 대면 만남이 줄어들면서, 이성친구를 사귀기를 원하는 젊은 세대들이 클럽하우스 등 새로운 형태의 소셜미디어나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경우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음성만으로 소통하는데 대화내용이 저장되지 않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초대장을 받아야 대화방에 입장할 수 있어 폐쇄성이 높고 세부 주제별로 다양한 방이 개설돼 최근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젊은 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매주 ‘클하트 시그널’ 방을 운영하는 조한결(27)씨는 한달 넘게 클럽하우스에서 블라인드 소개팅 방을 운영해왔다. 조 씨는 "우연히 친구가 진행하는 블라인드 소개팅 방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며 "처음에는 아는 사람들끼리 장난스럽게 시작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80명까지 보는 컨텐츠가 됐다"고 말했다.

조 씨는 "실제 소개팅방은 여러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대부분 호기심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방에서 최종 매칭에 성공한 아홉 커플 중 한 커플은 실제 만남으로까지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학교 생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클럽하우스는 이성친구를 사귈 수 있는 창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올해 서강대에 입학한 새내기 강모(19)씨는 "지금은 완전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아무래도 다른 학번보다 미팅, 술자리와 같은 교류 행사가 없다"고 말했다. 강씨는 "소위 말하는 ‘인싸(인기가 많고 활발한 사람)’ 친구들은 대부분 다 클럽하우스나 데이팅 앱을 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영어 강사로 일하는 박모(24)씨는 "요즘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보면 소개팅 컨텐츠를 진행하는 방들이 정말 많다"며 "소개팅을 주제로 한 클럽하우스 방에선 프로필 사진과 프로필에 연결된 인스타그램을 보고 ‘관심 있다’며 바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말했다.

박 씨는 "사람과 바로 매칭이 되는 데이팅 앱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데 클럽하우스는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조선DB

코로나 사태 이후 주요 데이팅앱도 꾸준히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팅앱 '틴더'는 MAU(한달간 서비스를 사용한 이용자 수)가 올해 2월 17만6904명에서 지난달 19만2734명으로 증가했다.

‘글램’과 ‘위피’ 등 국내 토종 소개팅앱들의 MAU도 늘어나고 있다. 글램의 MAU는 지난 2월 19만1381명에서 21만7933명으로, 위피의 월간 이용자 숫자는 15만9512명에서 18만9553명으로 각각 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퍼시픽대학교에 입학한 고모(19)씨는 아직 캠퍼스에 가본 적이 없다. 고 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클럽하우스와 틴더를 많이 이용하는데, 여기서 알게 된 친구들과 술자리도 가진 적이 있다"며 "오프라인 소개팅이나 미팅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MZ세대(198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가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하면서 전통적인 통로 대신 새로운 개념의 만남을 지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MZ세대에게 온라인은 오랜 시간 머무르는 중요한 생활공간"이라며 "이들에게 온라인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또 가상과 현실의 혼재에서 오는 즐거움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온라인 공간과 앱에서는 서로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신뢰성이나 정보 정확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는 참여자의 다양한 활동, 정보 신뢰성 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운영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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