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경비즈니스

부동산 정책, 오세훈 서울시장에 바란다[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입력 2021. 04. 11. 06:18 수정 2021. 04. 11. 20:23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양질의 일자리 몰린 서울
2012년 시작된 아파트 부족, 차근차근 해결하는 혜안 필요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말 많던 서울 시장 보궐 선거가 끝났다. 이번 시장 선거의 핵심 쟁점은 부동산 정책이었고 여야를 막론하고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동산 정책이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그 어느 지역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서울은 다른 지역과 조금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수도라는 상징적 의미보다 부가 몰리는 경제 중심지라는 의미가 더 크다.

한국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위상을 먼저 살펴보자. 2019년 기준 한국 인구의 18.8%가 서울에 살고 있다. 가구 기준으로는 19.2%의 가구가 서울에 살고 있다. 한마디로 인구나 가구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9%다.

경제 지표의 핵심인 일자리를 보면 한국의 일자리 숫자는 2272만 개 정도다. 서울에 523만 개가 몰려 있다. 전체 일자리의 23% 이상이 서울에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인구나 가구 수 비율이 19%라면 일자리도 19%여야 한다. 하지만 23%가 서울에 있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일자리가 풍부하다는 뜻이고 상대적으로 지방 대비 일자리를 찾기가 쉽다는 뜻이다.

일자리의 질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난다. 한국 억대 연봉자의 32%가 서울에 있다. 인구 비율(19%)이나 일자리 비율(23%)보다 억대 연봉자가 많은 셈이다. 즉,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 서울은 다른 지역보다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이자 늘어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풍부한 주택 수요에 비해 물량이 적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주택 보급률은 104.8%인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100%가 되지 않는 곳이 서울이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6.0%에 그친다. 주택 수요가 가장 큰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아파트를 선호한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 많은 서울은 아파트 수요가 다른 지역보다 크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서울에는 아파트가 적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울은 다른 지역보다 가구 수 대비 주택 수가 적은 지역이다. 그런데 그 적은 주택 중에서도 아파트는 더 없다. 전체 주택 수 대비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한국 평균이 62.3%인데 반해 서울은 58.3%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서울의 아파트 부족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과 2019년의 전체 주택 수 대비 아파트 비율을 살펴보면 전국 평균은 58.4%에서 62.3%로 늘었다. 반면 서울은 58.8%에서 58.3%로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요에 비해 서울에 아파트를 적게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현상은 예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2005~2011년 서울에 준공한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75%였다. 하지만 2012년부터 그 비율이 47%까지 떨어졌다. 해마다 주택 수 대비 아파트 비율이 낮아진 것이다.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서울에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표1>은 서울에 새 아파트가 얼마나 적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 인구나 가구 수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율은 19%인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15.2%에 그치고 있다. 서울에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히 부족한 것은 2015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다. 2015~2019년 준공된 아파트는 전국에 189만5213채다. 그중 서울 아파트는 16만5157채로 8.7%에 불과하다.

아파트는 인허가에서 준공까지 통상 3년 정도가 소요된다. 이를 감안하면 2012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 인허가 수가 급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기는 박원순 전 시장이 시정을 책임지고 있던 시기다. 오세훈 신임 시장이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의 아파트 부족 현상은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 상승률에 그대로 반영된다. 2012~2020년 8년간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51.9%로 전국 평균 25.0%의 두 배 정도 높은 상승률이다. 전셋값 상승률도 전국이 28.3%에 그친 반면 서울은 50.3%다. 매매가나 전셋값 모두 서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오른 것은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언제나 더 많이 올랐던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서울에 공급이 원활했던 시기에는 서울의 매매가나 전셋값이 전국 평균에 비해 상승률이 낮았던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서울 집값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오른 이유는 2012년부터 계속되는 아파트 공급 부족 때문이다.

해결할 방법은 공급량을 늘리는 것뿐이다. 단, 서울에 공급할 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하지 않고서는 아파트를 공급할 방법이 제한적이다. 그런데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활성화하면 개발 이익이 나타나 이를 기대한 투기 세력이 나타날 것이란 두려움에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잠깐 예방 주사를 맞으면 따끔하고 말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이 사태로 번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거창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차고 넘친다. 새 시장(市長)에 대한 시장(市場)의 기대는 크다. 새 시장이 산적한 모든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는 마술사가 될 수는 없지만 서울 주택 시장 문제 만큼은 차근차근 풀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 한경 비즈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