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매우 잘못한다', 朴 탄핵 직전 보다 높다..與, 예고된 참패
서울·부산 보궐선거, 與 일방적 참패
文정권 불만 쌓인 국민들, 이미 뭉쳐 있었다
'콘크리트' 지지층, 文이 朴보다 두텁지만
열혈 반대층도 더 많아…스윙보터가 반대파로
'갈라치기 정치' 때문…트럼프, 역대 최다표 얻고 패해
더불어민주당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주당 소속 시장의 성폭력 때문에 치러진 선거에 후보를 공천하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때 만든 당헌까지 바꿨지만, 민심이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올 초까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이 이길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보궐선거를 한 달쯤 앞두고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재보선 정국을 흔들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재난위로금 10만원' '청년에게 데이터 5GB 지급' 등을 내걸었지만 속절없이 패배했다.
하지만 LH 사태는 방아쇠를 당긴 것에 불과했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 집권 5년차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만은 폭발 직전이었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절반 가까이가 문재인 정권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직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비록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40% 수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보다 더 튼튼한 '콘크리트 지지층'에 기댄 수치다. 열혈 지지층에 가려진 민심 이반을 못 읽은 셈이다.
◇文대통령 지지율 높지만, 반대자들도 결집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까지도 40% 안팎을 기록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기준으로 3월 15일까지 문 대통령 지지율은 30% 후반을 기록했다. 그 후 3주간 동안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34%를 유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상당히 안정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15년 1월 말 지지율이 32%까지 떨어졌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데 따른 '연말정산 파동' 때문이었다. 이 일로 "국민들께 많은 불편을 끼쳐드려 유감"이라며 사과도 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174석의 거대 여당과 함께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게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숫자를 뜯어보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는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해 '잘한다' 뿐만 아니라 '잘못한다'는 응답도 집계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 유지됐지만,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최근 60%를 웃돈다.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매우 잘못한다'는 응답은 위기 수준이다. 2015년 연말정산 파동 때 박 전 대통령이 '매우 잘못한다'는 응답은 41.1%였다. '공천 파동'으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하고 원내 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준 2016년 4월 '매우 잘못한다' 응답은 44.6%까지 올라갔다. 이후 30% 수준을 유지하다가, 그해 10월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자 '매우 잘못한다'가 50% 위로 치솟았다.
문 대통령의 경우 2019년 10월 '조국 사태' 때 '매우 잘못한다'는 응답이 45%를 기록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충돌하고, 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거부권을 뺏는 공수처법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지난해 12월 이 수치는 40%를 돌파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일 조사에선 '매우 잘못한다'가 48.1%까지 상승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가 터지고, 민주당 의원들의 투기 의혹, 김상조 전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의 '내로남불' 임대료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매우 잘한다' '매우 잘못한다' 높아…중도층 줄어
문 대통령은 '매우 잘한다'는 응답도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해 높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도 '매우 잘한다'가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여전히 20% 안팎을 유지 중이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그만큼 두텁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중도층이 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6년 10월 3주차 '잘하는 편'(20.8%)과 '잘못하는 편'(24.0%)의 합계가 44.8%였다. 지난 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잘하는 편'(16.9%)이라는 응답과 '잘못하는 편'(14.0%)라는 응답 합계는 30.9%다. 중도층이 줄어든 대신, 문 대통령 열혈 지지자와 열혈 반대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번 4·7 재보궐선거는 '스윙보터' 중도층이 '정권 심판'을 위해 국민의힘 후보를 찍은 선거였다. 중도층이 축소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 열혈 반대자가 절반에 가까워지자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었고, 여당 후보가 큰 폭의 격차로 패배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도층이 줄어들면서 문 대통령 열혈 반대자들이 늘어난 것은 보궐선거 패배로 나타난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잘못을 만회하고 민심을 되돌리려 하더라도,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들은 지지자로 되돌아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 재창출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중도층이 줄고 문 대통령 반대자가 절반에 가까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갈라치기 정치의 영향"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불이익과 소외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열혈 반대자가 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한국 정치에 대입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갈라치기 정치를 하자 중도층 없이 국민들이 양 극단으로 나뉘었다"면서 "갈라치기 정치를 하면 지지층만 똘똘 뭉치는 게 아니라 반대자들도 뭉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를 얻고도 '안티 트럼프' 위력에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것과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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