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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밭 가보니..한 단에 6350원 '金파' 곧 반값 됩니다

임소연 기자 입력 2021. 04. 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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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를 찾아서]
'6350원' 대파 사려다 깜짝…"가격 언제 떨어지나요?"
싼값의 대파를 찾아 나섰다.

올 초부터 대파 값은 유례없이 치솟았다. 지난달 정점을 찍고 떨어졌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최근 10년간 대파값이 이렇게 오른 적이 없다.

값이 치솟은 대파는 주로 전남에서 나오는 ‘겨울 대파’다. 대파 가격이 내려가려면 경기 지역에서 나오는 ‘봄 대파’를 기다려야 한다. 기자는 ‘봄 대파’ 출하를 앞둔 경기 고양시에 있는 대파밭으로 갔다.

고양시 덕양구 일대 이영호씨의 2만 평 밭은 대파로 빼곡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심은 하우스 대파들을 거둬 들일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달 들어 날씨가 따뜻해지자 지난 겨우내 대파를 덮었던 비닐을 제거했다.

밭에는 시기를 나눠 심은 대파들이 제각각 다른 키를 뽐냈다. 지난달 노지에 심은 실파들도 대파로 크고 있었다.

이씨는 "4월 말부터 5월 초에 본격적으로 시장으로 나갈 파들"이라고 했다. 이씨는 "봄 대파의 90%는 경기도에서 나오는데 이게 풀리면 대파값은 현재 4000~5000원에서 2000~3000원(1kg, 도매가 기준)까진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본 적 없는' 대파값..이상 기후에 재배지 감소가 겹친 결과

올 2월부터 밥상물가는 대파가 끌어 올렸다. 3월 초 소매기준 대파가격은 1kg당 7600원까지 올랐다. 평년 소매가(1900원)와 비교해 4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여전히 4월 기준 대파가격은 635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83원)과 비교해 3배 이상 비싸다.

이씨는 "지금까지 이런 가격을 본 적이 없다"며 "지난해 장마로 겨울 대파 작황이 나빴던 데다 지난 3~4년간 대파값 폭락으로 재배지가 감소한 게 겹치면서 대파값이 유례없이 올랐다"고 했다.

고양시 덕양구 일대 대파밭/사진=임소연 기자

대파 값 급등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전남 지역의 한파가 큰 영향을 줬다. 2~4월 시중에 풀리는 겨울 대파의 97%는 전남에서 나고, 이중 대부분은 신안군에서 재배된다.

신안 지역의 1월 최저기온은 영하 8도였다. 대파밭은 얼어붙었다. 장마에 이어 한파까지 닥치면서 신안군 겨울 대파 작황은 근 3~4년 중 가장 나빴다. 곡괭이로 땅을 파 가까스로 살려낸 그 대파들이 2월부터 시중에 풀렸다.

작황이 안 좋았는데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10% 줄었다. 지난 4년간 작황이 좋았던 것이 재배면적 감소로 이어졌다.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대파를 포기한 것이다. 이씨는 "다같이 풍년이 들면 다같이 죽는다"고 했다. 인건비도 안나오자 트랙터로 파밭을 갈아엎은 사람이 많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출량이 출었지만 대파 소비량은 늘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시장 등에서 대파 판매량이 늘어난 걸 보면 '집밥' 대파 소비량이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노동자 수급 문제 등으로 대파 10ha당 생산 비용은 지난해 280만원으로 전년보다 26%나 뛰었다. 코로나19도 대파값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정부 "대파 가격 정상화 노력하겠다"...봄 대파 출하 기다려야, 수입 13배 늘어

고양시 덕양구 일대 대파밭/사진=임소연 기자

몸값이 급격히 뛴 대파에 정부도 놀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 올랐다. 지난해 1월(1.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그중에서도 농축수산물 물가는 13.7% 올랐다.

특히 파 물가가 305.8% 급상승해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7일 "최근 가격 상승 폭이 컸던 양파·대파는 생육 점검 확대, 조기 출하 독려 등 가격 정상화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대파 값이 평년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수급이 맞춰져야 한다. 겨울 동안 전국 하우스에서 자란 '봄 대파'들이 본격 시장에 풀리면 가능해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다음 달부터 봄 대파 출하량이 늘면 대파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4∼7월 출하하는 봄 대파 작황은 2월 이후 기상 여건이 나아지면서 회복세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파 수입량 확대도 대파값 하향 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20일 대파 민간 수입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6배 많은 1795t으로 집계됐다. 농업관측본부는 “다음 달 대파값은 평년보다는 여전히 높겠으나 봄 대파 출하로 이달 말부턴 본격 하락세를 띨 것"이라고 했다.

날씨가 변덕스로운 만큼 대파를 포함한 작물값은 변동을 거듭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씨는 "날씨가 예보가 아니라 중계에 가깝다"며 "시시때때로 바뀌는 게 내일 아침에 강수 없다는 예보를 보고 자도 새벽에 비가 내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같은 장마와 겨울의 한파가 변칙적으로 반복되면 농작물 출하량이 출렁이고 이에 따른 재배면적, 가격도 널뛸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경기)=임소연 기자

'파테크' 직접 해봤습니다…하루에 2㎝ '쑥쑥'
지난 4일 대파 뿌리 3개를 화분에 심었다. 다른 뿌리 2개는 수경재배를 위해 페트병에 꽂았다/사진=홍순빈 기자
대파 가격이 껑충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 사이트(KAMIS)에 따르면 4월 기준 대파(1㎏) 소매가격은 6350원으로 지난해 대비 약 3배 이상 급증했다. 고기집에서 파채를 더 달라고 하면 주인 아주머니가 째려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시대다.

이제는 아예 집에서 대파를 길러 먹는 '파테크'가 유행이다. 기자가 직접 대파를 화분에, 그리고 수경으로 재배해봤다.

◇"5500원도 그나마 싼 편", 金파의 시대... '파테크' 도전

지난 3일 대파를 사기 위해 동네 마트로 향했다. 대파는 한 단에 5500원, 7~8자루가 묶여 있었다. 2000원 정도 하던 깐 대파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마트 직원은 대파 가격이 다른 곳보다 그나마 싸다고 했다.

'파테크'용 대파 줄기는 튼튼하고 굵은 것이 좋다. 밑부분도 잔뿌리가 많이 달려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심었을 때 짧은 시간 동안 자리잡고 제대로 성장한다.

(왼)대파를 심은 다음 날 아침, 벌써 줄기가 올라오려고 한다. (오)대파를 심은 지 4일 째. 벌써 10cm나 자랐다/사진=홍순빈 기자

기자는 '플랜테리어'를 하기에 집에 배양토, 펄라이트, 훈탄 등이 구비돼 있었다. 배양토는 분갈이를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지난달 중순에 구입했다. 펄라이트와 훈탄은 물빠짐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화분은 지난해 카라를 키웠던 큰 사이즈의 빈 토분을 준비했다.
대파 줄기가 굵고 튼실한 것을 골라 뿌리 쪽에서 7~10㎝ 정도 자른다. 그런 다음 뿌리와 밑동을 깨끗이 물에 씻는다. 그러면 대파는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다. 남은 줄기 부분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통에 담아 보관한다.

그런 다음 흙을 준비한다. 배양토, 펄라이트, 훈탄의 비율을 7:2:1로 맞추고 섞는다. 화분 밑 부분에 난석을 깔고 배양토를 화분의 3분의1 정도를 채운다. 그리고 대파 세 뿌리를 간격에 맞춰 놓고 나머지 부분을 흙으로 덮는다. 물을 주고 뿌리가 자리잡을 때까지 기다린다.

또 '물꽂이' 재배를 위해 2L짜리 페트병 밑 부분을 잘랐다. 깨끗이 씻은 페트병에 물을 채워 대파 두 뿌리를 담았다. 페트병 크기가 작아 두 뿌리 밖에 담지 못한 건 아쉬웠다.

◇하루에 2㎝ 씩 자라는 대파... '리필'도 가능하다

(왼) 대파를 심은 지 1일. 화분에 심은 대파처럼 줄기가 올라온다. (오) 대파를 심은 지 4일. 파 꽃봉오리가 나왔다/사진=홍순빈 기자

대파 화분은 햇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쪽에 뒀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물을 주었고 틈틈이 바람도 쐬게 해줬다. 수경재배 페트병도 마찬가지로 해가 잘 드는 창가쪽에 놔뒀다. 페트병에 담긴 물은 매일 밤마다 갈아줬다.

대파를 심은 다음날 아침, 벌써 흰색 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다른 식물들은 한 달에 새잎 2~3장 내는 것도 힘든데, 대파는 하루에 2㎝ 씩 자랐다. 매일 자고 일어날 때마다 놀랐다.

대파를 심은 지 4일째. 화분과 페트병에 심은 대파 모두 초록색 줄기가 돋아났고 10㎝ 이상 자랐다. 수경재배한 파에서는 파 꽃봉오리가 만들어지려고 했다. 꽃봉오리가 생기면 꽃을 피우기 위해 영양분을 모두 쓰기 때문에 성장이 멈춘다. 그래서 꽃봉오리를 자르고 새 줄기가 자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다른 파 줄기들은 금방 잘라서 먹을 만큼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다.

야외서 키우는 건 아니었지만 대파의 성장속도는 빨랐다. '환기를 많이 시켰다라면 더 쭉쭉 자랐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대파는 새순이 올라오면 자라난 부분을 잘라 먹고, 그 부분에서 또다른 새 줄기가 나온다고 한다. 한 번 심으면 많게는 3번까지 '리필'이 가능하다. 반려식물이 또 하나 늘었다.

대파는 이처럼 화분과 배양토만 있으면 가정에서 손쉽게 재배할 수 있다. 대형마트들도 대파 재배 용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낭한 '홈 파밍(Home Farming) 상품들을 속속 내놨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대파 홈 파밍 용품전'을 열었다. 대파 재배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대파를 심을 수 있는 대형 화분, 화분 세트, 배양토, 식물 영양제 등도 준비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부담없이 기를 수 있는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했다.

홍순빈 기자

'金파' 난리났는데…농가들 웃지 못하는 이유
대파값이 '금값'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치솟았지만 정작 대파 농가는 한숨을 내쉰다. 일명 '밭떼기'로 미리 밭 작물을 상인(하주)들에게 팔아 넘겨 2월 이후 파값 급등으로 인한 이득을 보지 못한 농민이 대부분이라서다. 또 현재 대파값을 보고 농가들이 대파 재배면적을 늘리면 내년엔 가격이 떨어질 거란 예상도 시름을 더했다.

◇대파 늦게 판 농가·밭떼기 하주·중매상인만 '대박'

경기 고양시에서 대파 농사를 하는 이영호씨에 따르면 겨울 대파는 밭떼기(밭 작물을 밭에 나 있는 채로 사들이는 것) 거래로 지난해 말~올 1월에 대부분 팔렸다. 농민들은 생산한 대파를 하주라고 불리는 밭떼기 상인들과 계약을 맺고 1평당 8000∼1만2000원에 미리 판다.

최근 4년간 대파 작황이 비교적 좋아 가격이 떨어지면서 대파 재배면적이 줄었다. 지난해엔 대파값 폭락으로 농가들이 밭을 갈아엎기까지 했다. 대파값 하락을 걱정한 농가들이 지난해 말부터 올초 미리미리 밭떼기에 나선 이유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작황이 좋지 않으면서 대파 공급량이 줄자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이후 밭떼기 가격은 평균 3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미리 싼값에 밭떼기로 사들인 상인과 미처 밭떼기 거래를 하지 못한 몇몇 농가만 '대박'이 났다.

하주에 더불어 이들이 떼어온 대파를 파는 농산물시장의 중매인들도 이익을 봤다. 수요가 공급을 한참 앞서는 상황을 틈타 대파 경매가격에 중매 수수료를 높게 붙여 마트 등 소매점에 파는 방식이다.

aT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8일 기준 대파 도매가격은 1kg당 4226원, 소매가격은 6300원으로 2000원 넘게 차이난다. 지난해 같은 날엔 도매가격 1180원, 소매가격 1962원으로 약 800원 차이였다. 파값이 고공행진 해도 농민들은 가져가는 게 별로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대파밭/사진=임소연 기자


◇올해 폭등하면 내년엔 '급락'…"가격 급등락 3~4년 주기로 반복 예상"

올해 대파 가격을 보고 대파 재배하는 농가가 늘면 내년 대파값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보다 재배량이 대폭 늘어나 다음 작기에는 공급 과잉 상황이 될 수 있어서다.

그렇게 내년 대파값이 떨어지고 그렇게 1~2년 거듭하다보면 다시 '대파는 돈이 안된다'고 판단해 재배면적이 줄어든다. 이때 대파값은 또다시 폭등한다. 이씨는 "3~4년 주기로 가격 폭등락 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너무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1kg당 1500~2000원선만 유지돼도 대파 농사 유지하는 데 걱정이 크지 않다"면서 "이게 안 되니 농가 사이에선 '대파값이 바닥을 치든 하늘로 솟든 상관 없이 꾸준히 하면 4번째 해에는 이전 3년 손해를 메꾼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농작물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일본은 생산자 조합이 다음 작기가 오기 전에 예상 재배량을 농가에 전해 수급을 조절한다. 우리 정부도 비슷한 체계를 갖추겠다는 말이 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시행되지 않았다. 가격이 해마다 등락을 반복하는 배경이다.

이씨는 “우리는 통계도 제대로 잡히지 않을 뿐더러, 정부발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그해 제안된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혹여 수입물량이 들어올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가격이 폭락하면 보전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농민들이 쉽게 움직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양(경기)=임소연 기자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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