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스테이'도 선택..폼클렌징은 옛말, 비누가 돌아왔다

유지연 2021. 4.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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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必환경 라이프]

최근 자발적 ‘플라스틱 프리(free)’족이 늘어나면서 비누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대부분의 액체 세정제 용기는 플라스틱이지만 비누는 종이 등을 사용해 포장을 간소화하고, 다 쓴 후에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남지 않아서다.

지난 2일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tvN)’에서는 손님들에게 특별한 형태의 샴푸와 치약이 제공됐다. 튜브 용기나 플라스틱 용기없이 유리병에 담긴 고체 치약과 종이로 감싼 고체 샴푸다. 방송 초반 외국인 손님에게 숙소를 소개할 때 잠시 등장한 윤스테이의 친환경 어메니티(생활 편의용품)는 아름다운 고택과 정갈한 한식만큼이나 화제가 됐다.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됐던 '윤스테이'에서는 고체 샴푸와 고체 치약 등 친환경 어메니티를 제공했다. 사진 tvN 유튜브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저자이자 인플루언서인 허유정씨는 요즘 자신의 SNS에 비누를 쓰는 모습을 자주 올린다. 친환경 살림에 관심이 많은 그는 약 3년 전부터 생활 전반에 비누를 활용하고 있다. 설거지용 액체 세제 대신 고체 설거지 비누를, 샴푸도 액체보단 고체 비누 샴푸를 쓰는 식이다. 허 씨는 “액체 비누보다 성분이 단순해 안심되고 무엇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아 고체 비누를 즐겨 사용한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비누를 바닥에 놓았을 때 쉽게 무르는 것을 방지하는 살림 노하우를 공개했다. 비누 한쪽 면에 철제 병뚜껑을 끼워 비누가 바닥에 닿지 않게 하는 방식이다. 약 6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이 게시물에는 ‘비누 받침 사려고 했는데 좋은 아이디어다’ ‘주방 세제 비누로 바꾸면 보관이 막막했는데 좋은 팁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허유정씨가 소개한 비누 무르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 철제 병뚜껑을 비누 하단에 부착한다. 사진 허유정


저렴한 대안에서 환경적 대안으로
과거 대중적인 세정제로 활용됐던 고체 비누는 1990년대 이후, 기능별로 샴푸·바디워시·클렌징폼 등의 액체 세정제에 자리를 내주었다. 피부를 건조하게 한다는 인식 때문에 손을 씻는 비누 외에는 클렌징폼 등 액체 세안제가 일반화된 것. 가격이 액체 세정제보다 저렴해 피부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쓴다는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몇해 전부터는 ‘수제 비누’라는 카테고리가 생겨나면서 제품 가격도 올라가고 품질도 좋아져 비누를 쓰는 사람이 조금씩 생겨났다.

최근엔 모양이 예뻐서 혹은 피부에 좋아서 비누를 쓰기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아서 비누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일상에서 되도록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포장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액체 세정제의 환경적 대안으로 비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샴푸용, 세안용, 심지어 설거지용까지 생활 전반에 비누가 파고들었다.

액체형 주방 세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고체 타입 설거지 비누. 사진 톤28


시장 반응도 뜨거운 편이다. 애경산업 ‘샤워 메이트 비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4%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생이 강조되면서 손 씻기 용으로 비누 매출이 상승한 덕도 있지만 최근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줄이기)’ 트렌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한다. 설거지 비누 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 친환경 브랜드 ‘톤28’도 인기다. 박준수 톤28 대표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비누 품목의 전체 판매 개수가 약 20% 늘었다. 친환경 브랜드 ‘아로마티카’ 역시 지난해 말 고체형 비누를 만들어달라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4종의 비누바(bar)를 선보였다.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샴푸바에 대한 수요가 많아 최근 3차 생산에 들어갔다고 한다.

애경산업의 샤워메이드 비누는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74%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사진 애경산업


불편함이 세상을 바꾼다

비누의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는 물론 비누 자체의 품질이 좋아졌다는 점도 한몫한다. 먹거리 성분으로 비누를 만들고, 액체 성분을 그대로 압축하는 기술 등을 적용하면서 옛날 비누와 달리 거품도 풍성하고 사용 후 당김도 없는 화장품에 가까운 비누가 만들어졌다. 액체 세정제보다 계면활성제 등 각종 화학성분과 방부제가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품질이 좋아졌어도 고체 비누가 액체 세정제에 비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습기가 많은 욕실 등에서 무르기 쉽고, 위생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비누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은 불편함도 감수할 만큼 제로 웨이스트 열기가 뜨겁단 의미다.

친환경 비누 전문 브랜드이자 사회적 기업인 동구밭의 비누들. 사진 동구밭 인스타그램


업계에선 비누에 대한 관심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본다. 비누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편함보다 생활 곳곳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더 민감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박준수 톤28 대표는 “요즘 소비자들은 배달 음식을 받을 때도 일회용품을 거절하고, 음식을 사러 가서도 가져온 용기를 내미는 데 익숙하다”며 “성분이 좋고 안전해도 불편하면 쓰지 않았던 과거 소비자들과 달리, 불편해도 환경을 지킬 수 있다면 쓰겠다는 자발적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 비누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라고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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