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감사할 사람들이.." 與초선에 쏟아진 문파의 비난

남수현 2021. 4. 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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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더불어민주당 2030세대 초선 의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 의원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찌 보면 이들은 조국 에게 감사해야 하는 사람들이에요…근데 선거를 졌다고 멍청하게 태극기 세력에게 사과를 한 겁니다.”
지난 9일 친문 성향의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 방송에서 나온 말이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이종원 PD는 “민주당 초선 5인방들 틀렸다”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4·7 재·보선 이후 자성의 목소리를 낸 더불어민주당 2030 초선 의원들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PD는 2019년 ‘조국 수호’ 촛불 집회와 지난해 ‘추윤 갈등’ 국면에서 ‘#우리가_추미애다’ 해시태그(hashtag) 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결집해온 문파 유튜버들이 당내 혁신과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를 공격한 것이다.

앞서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등 민주당 2030 의원 5명은 지난 9일 “관행과 오만에 눈감지 않고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며 ‘2030 의원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재·보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검찰개혁을 거론하며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점철된 (검찰개혁) 추진과정에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잃었다”고 반성했다. 또 “조국 전 법무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됐다”며 당내에서 비판이 금기시되던 ‘조국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문파 유튜버, “5인방, 조국 덕에 금배지”

지난 9일 친문 성향 유튜버 ‘시사타파TV’는 4·7 재·보선 참패 이후 반성문을 낸 더불어민주당 2030 초선 5명을 향해 “개혁이 미진했다고 민주당 지지층을 향해 사과해야 하는데, 선거를 졌다고 멍청하게 태극기세력에게 사과했다”고 비난했다. 유튜브 캡처


그러자 친문 유튜버들은 일제히 이들 5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종원 PD는 이날 방송에서 “오영환 의원이 모임 주동자고, 변호사 출신인 이소영 의원이 글을 썼다더라”며 “조국 장관이 검찰과 맞설 때 서초동 촛불이 민주당에 180석이라는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면 자기들이 어떻게 지금 금배지를 달고 있겠느냐. 지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같은 날 오후 여론조사업체 윈지컨설팅코리아의 박시영 대표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서 “초선 5명 입장문은 오영환, 이소영 주도로 준비한 것 같다”며 “조국 장관을 언급한 것 때문에 지지자들이 뿔이 났다. 부적절한 표현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주장을 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그대로 흡수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친문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선 초선 5인방을 ‘을사오적’에 빗대 ‘초선5적’으로 칭하며 “초선5적이 촛불을 모독했다”, “내부 총질하는 초선5적 잊지 않겠다”와 같은 비난이 줄을 이었다. 해당 의원들에게는 ‘문자 폭탄’이 쇄도했다고 한다. 이소영 의원을 향해서는 “5인 중 제일 악질”이라는 표현도 쏟아졌다. 10일에는 민주당 일부 권리당원들이 국회 앞에서 “배은망덕한 초선들은 낙선만이 갈 길”이라며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조국 대전은 었었으나, 당원들이 180석을 만들어줬다. 이제 와서 조 전 장관을 탓하는 초선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폭풍에…5인방, “민주당 가치는 분명 옳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2030 의원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강성 친문으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국,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라며 초선 5인방을 에둘러 비판했고, 강득구 의원도 “과거의 잘잘못을 외부에 표출하는 게 지금 시점에 맞는지 솔직히 모르겠다”(10일 페이스북)는 말을 남겼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초선 의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2030 다섯 의원님들께서 별도의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반성과 혁신의 방향을 제대로 지적해줬다”며 “초선 의원들 용기에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2030 초선 5인은 이날 2차 입장문을 내고 “우리 당이 지향해온 가치와 방향은 분명 옳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이들은 당원들의 비난과 관련해 “예상했음에도 저희가 반성문을 발표한 이유는 당내에 다양한 성찰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與, 최고위원도 전당대회서 뽑기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도 당의 쇄신 방향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분출됐다. 소장파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만이 살 길’이라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아직 많이 멀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지난 8일 최고위원에서 물러난 노웅래 의원도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는 회전문식 인사는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차기 당대표·원내대표 선거에서의 인적 쇄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비공개 회의를 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대표와 마찬가지로 최고위원도 다음 달 임시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허영 당 대변인은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기존에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하기로 한 최고위원을 5월 2일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기로 수정 의결했다”며 “당원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에 (비대위) 전원이 찬성했다”고 전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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