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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공무원·군인연금.. 세금 땜질 '4조→5조→9조' 커진다

이기훈 기자 입력 2021. 04. 12. 03:30 수정 2021. 04. 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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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는 국가채무 아니라는데.. 재정부담 갈수록 가중

정부는 지난 6일 국가 부채가 1985조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045조원이 앞으로 공무원·군인연금으로 줘야 할 돈(연금충당부채)이었다. 발표 후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홍남기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무원·군인연금은 원칙적으로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국가채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홍남기 부총리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급 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연금충당부채가 국채처럼 확정된 부채와 다른 건 맞지만, 장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까지 28년째, 군인연금은 48년째 만성적인 적자라서 매년 세금으로 메꾸는 형편이다. 정부가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를 메꿔주는 금액은 지난해 3조원대였지만, 해마다 부담이 늘어 2030년에는 9조원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운용 수익률도 저조한 상태라 갈수록 국민 부담이 불어나게 된다.

◇2030년 공무원·군인연금 적자 9조3000억원

지난 2020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적자를 메꾸기 위해 들어간 정부 지원은 각각 1조7638억원, 1조5778억원에 달한다. 가입자 수(공무원연금 120만명, 군인연금 19만명)를 고려하면 공무원연금 가입자 1인당 147만원, 군인연금 가입자 1인당 830만원 정도의 세금이 지원된 셈이다.

적자 규모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3조원대였던 공무원·군인연금 적자 보전액이 내년 4조원대, 2023년 5조원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공무원연금 적자가 2030년 6조8000억원, 2040년 12조2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군인연금도 2030년 2조5000억원, 2040년 3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해마다 이 정도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국가 간 재정 건전성을 비교할 때는 (연금충당부채 등을 뺀) 확정부채만 사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책연구소인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3국이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한 국가부채를 계산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충당부채 비율은 49.3%로, 13국 중 셋째로 높았다.

◇최근 10년 수익률 군인연금 2%, 공무원연금 4% 그쳐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군인연금의 최근 10년 연평균 운용 수익률은 2.26%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수익률은 더 낮아서 2.22%에 그쳤다. 은행 예·적금 수준이다. 공무원연금의 최근 10년 수익률은 4.4%였다. 4대 공적 연금 가운데 나머지 2개인 국민연금은 최근 10년 기준 5.48%, 사학 연금은 5.12%였다. 운용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군인연금이 가장 낮고, 그 다음이 공무원연금인 셈이다.

운용 성과를 따질 때 핵심이 되는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률’도 저조하다. 벤치마크란 펀드·연기금 등의 실적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 수익률을 말한다. 예컨대 국내 주식에 투자했다면 코스피 지수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아 이보다 잘했는지 따지는 식이다. 군인연금은 최근 10년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4년만 벤치마크를 넘겼다. 특히 2012년에는 벤치마크(6.47%)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3.12%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무원연금도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거둔 경우가 10년간 5년에 그쳤다.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 수익률이 크게 낮은 것도 문제다. 주요국(일본·캐나다·미국 캘리포니아·네덜란드·노르웨이) 연기금의 최근 10년 수익률은 3.7%(일본)~10.3%(캐나다)였다. 군인연금보다 10년 평균 수익률이 낮은 연기금은 하나도 없었다. 공무원연금 수익률(4.4%)은 일본(3.7%)을 제외한 나머지 4국 연기금에 뒤처졌다. 윤창현 의원은 “연기금의 운용 수익률이 낮으면 ‘더 내고 덜 받는’ 고통스러운 연금 개혁 시기가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공무원·군인연금은 이미 수조원대 적자이며 연금 개혁이 없으면 앞으로도 그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연금충당부채 전액을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국가 재정으로 상당 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금충당부채

향후 70년간 공무원·군인에게 지급할 연금 총액을 현재 가치로 추계한 금액. 이 중 상당 부분은 공무원·군인연금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로 충당하기 때문에 모두 ‘나랏빚’이라 보긴 어렵다. 하지만 공무원·군인연금에서 적자가 발생하면 국가가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한다. 작년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를 메워주는 데 들어간 돈은 각각 1조7600억원, 1조580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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