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극적 타결.. '10년간 휴전 선언' 득실·과제는? [뉴스+]

조병욱 2021. 4.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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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거부권 행사 하루 전 합의
SK가 '현금 1조+로열티 1조' 지급
향후 10년 국내외 모든 쟁송 종식
LG "선도기업으로 과감한 선제 투자"
美에 5조 투자계획 합의금으로 충당

SK, 'LG 경쟁자' 인식·불확실성 해소
"K배터리 미래 고려한 대승적 결정"
분쟁 와중 세계 전기차기업 中과 협업
2년간 수천억 소송비·이미지 실추 '상처'
2년을 끌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결국 2조원대 합의금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양사는 10년간 휴전 선언에도 합의해 한국 배터리 기업이 해외 사업을 확장해 나갈 원동력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일 양사는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는 합의문을 공동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진행된 양사의 모든 소송은 마무리됐다.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는 LG에너지에 현재 가치 기준 총 2조원을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으로 나눠서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양사 관련된 국내외 모든 쟁송을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자칫 한·미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뻔한 이번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날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미국 입장에서는 합의라는 가장 좋은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이던 SK이노의 배터리 공장이 유럽으로 이전해 자국 내 수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였고, 미국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할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됐다. 그렇다고 거부권을 행사하면 평소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정부의 방침과 상충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 행정부는 전방위 압박을 가하며 중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 정부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 직접 양사를 설득하며 합의를 지원했다.

한국 정부는 양사가 이번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이번 일을 계기로 이차전지 산업계 전반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비해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도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G는 투자 실탄 확보·SK는 美공장 건설… 최악은 피했다

713일 만에 국내 배터리 분쟁이 마무리됐다. 막판까지도 서로 날 선 비판 속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거부권 방어에 주력했던 양사는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이날 합의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을 비롯한 신규 배터리 설비 투자를 가속화할 계획이고, SK이노베이션은 2조원의 배상금 부담을 안았지만 미국 사업은 계속해서 영위할 수 있게 됐다. 2년간 진행된 수천억원에 이르는 소송 비용과 그 사이 실추된 양사의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해 나갈지는 과제로 남았다.
◆2년간 치열한 배터리 전쟁 끝에 10년간 휴전 선언

11일 양사는 합의문을 통해 그동안 진행된 각종 분쟁을 종결하고 향후 10년간도 추가 분쟁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는 최근 급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을 같이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양측의 공감대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번 합의로 SK이노는 미국의 배터리 공장을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이 준공되면 미국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배터리를 납품할 계획이다. LG에너지도 미국에 5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만큼 SK이노에서 받은 합의금으로 신규 투자의 부담을 덜었다. 특히 그동안 치열한 싸움을 이어온 양사가 10년간 휴전에 합의한 만큼 최근 급변하는 배터리 시장의 기술발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SK이노베이션 제공
◆최대 배터리 시장인 미국 정부 향한 양측의 러브콜 계속

양사는 이날 입장문의 상당 부분을 미국 시장을 겨냥한 발언에 공을 들였다.

LG에너지는 이날 추가 입장문을 통해 “이번 합의는 공정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당사의 의지가 반영되었으며,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합의를 통해 주요 고객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 및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양사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SK이노 측은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의 불확실성과 ‘K배터리’의 미래를 고려해 대승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별도 입장문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조지아주 주민들과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 주정부 관계자, 조지아주 상·하원,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배터리사업 운영 및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었다”며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모습. 뉴스1
◆상처뿐인 영광될까…각자 셈법 달라

양사는 극적인 합의에는 성공했지만 이번 일로 인한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LG에너지는 거액의 합의금이라는 실리를 챙겼지만, 2년간 이어진 소송으로 인해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투자에 집중할 기회를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전기차 기업이 한국 대신 중국과 손을 잡는 등 변심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폴크스바겐은 LG에너지와 SK이노가 주로 만드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CATL이 주로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2년간의 양사가 소송 비용으로 쓴 금액은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다 SK이노는 2조원의 배상금을 물게 됐지만 상처뿐인 영광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3조원을 투자하고 미국에서 철수할 뻔한 상황에서 향후 안정적으로 계속해서 영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는 점에서 배상금은 장기적으로 큰 타격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특히 세계 2위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와 맞붙으며 경쟁자로 인식되는 효과도 SK이노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했다는 부정적 이미지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뉴스1
◆LG 3조·SK 1조 제시… 막판 1조씩 양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합의한 2조원은 역대 영업비밀 침해분쟁 가운데 최고 배상액이다. 이는 수년간 나눠서 지급돼 당장 양사의 경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는 이번 협상 초기 약 3조원의 합의금을 주장하며 미국 연방비밀보호법(DTSA)에 따라 산출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SK이노가 침해한 자사의 영업비밀로 따낸 배터리 수주 금액과 미래 예상 피해액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반면 SK이노 측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산정 기준과 금액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최초 수천억원의 합의금을 제시한 데 이어 협상 막바지 약 1조원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결국 서로 1조원씩을 양보하며 2조원에 합의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김준 SK이노 사장과 서울에 있는 김종현 LG에너지 사장이 지난 주말 화상회의를 통해 전격 합의에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1조원은 현금으로 올해부터 내년까지 매년 5000억원씩 분납하고, 로열티 1조원은 2023년부터 5∼6년에 걸쳐 지급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장 SK측의 현금 흐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SK이노의 지난해 배터리사업 부문 매출만 1조6102억원이다.

조병욱·이정우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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