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헤럴드경제

한국은 줌(Zoom) 없으면 원격수업도 못하나요? [IT선빵!]

입력 2021. 04. 12. 09:11 수정 2021. 04. 12. 16:29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서울·인천 원격수업 플랫폼 비중 '줌' 1위
네이버·카카오 등 국산 플랫폼과 격차 커
8월 줌 유료 전환에 교육부 '예산 지원' 검토
정부·공공기관도 화상회의로 줌 사용 의존도 커
보안 취약·데이터 유출 등 문제 지적도
대만 등은 정부·학교에 줌 사용 금지령 내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줌(Zoom)을 통한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한국에서 ‘줌’의 시장 점유율은 70~80%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국내 소프트웨어 중소기업 대표)

“‘줌’에 한국 시장을 내주는 것보다 원격수업 등 방대한 데이터 자산이 고스란히 ‘줌’으로 넘어가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대형 인터넷기업 관계자)

국내 IT시장에서 ‘줌(Zoom)’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동시 ‘줌 경계론’도 고조되고 있다. 일반 기업은 물론 정부·공공기관과 학교 깊숙이 줌이 침투했다. 8월부터 학교용 줌이 유료화돼 교육부가 ‘혈세 지원’을 검토할 정도다.

비대면 수요가 폭발하면서 줌이 사실상 원격수업·화상회의 시장을 장악했다. 줌이 없으면 당장 학교 원격수업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올 정도다. 중국에 서버를 두고 있고 중국 기술로 만들어진 줌이 국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강 통신 인프라에 비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한국 IT ‘민낯’이 또 한 번 드러나고 있다.

서울·인천 등의 학교에서 줌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격수업 플랫폼으로 꼽힌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관내 전체 초등학교 5학년 기준 94%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7%에서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교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원격수업 플랫폼에서 줌이 42.7%를 차지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EBS온라인클래스’(3.1%)·‘네이버 밴드·클래스팅’(3.7%)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인천광역시교육청 초·중·고 대상 조사에서도 화상수업 시스템 사용 비중(중복 선택)에서 줌은 77.4%를 기록해 타 플랫폼을 압도했다. ‘EBS온라인클래스’(34.4%)의 2배였고, ‘네이버밴드’(4.5%)·‘카카오라이브톡’(2.8%) 등도 줌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 같은 위력에 줌은 와이즈앱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7위에 올랐다.

문제는 원격수업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차지하는 줌이 학교 무료 이용제도를 오는 7월 말 폐지한다는 것이다. 교육기관 무료 계정에 대한 줌 무제한 사용이 7월 말 종료돼 8월부터 유료로 전환된다. 이에 교육부는 “줌이 ‘유료화’되면 교사가 개인 돈을 들이기보다 지원예산으로 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세금으로 줌 유료화 정책에 대응한다는 얘기다.

이에 지난 1년 동안 국산 원격수업 플랫폼 고도화·안정화에 미비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해 신학기 들어서도 EBS온라인클래스·e학습터 등 공공 원격수업 플랫폼은 잦은 시스템 장애를 일으켜 안정성 논란이 반복됐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도 줌을 주요 화상회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 국내 한 소프트웨어 중소기업이 지난해 7월 공공기관 대상(84곳)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화상회의 솔루션은 ‘줌’(40.3%)이었다. 국산 ‘네이버웍스’(3%)·‘위하고’(3%)와 큰 격차를 보였다. 그나마 ‘리모트미팅’이 13.4%를 기록했지만 줌이 3배 이상 앞섰다.

줌은 2021 회계연도 3조원 수준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25% 이상 성장했다. 사진은 줌 창업자 에릭 위안. [AP연합]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행정안전부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정부 공식회의에서 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공공기관에서 여전히 줌을 많이 쓰고 있다. 실제 올 1월 산업통상자원부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 시험인증 대응방안 온라인 설명회’, 지난해 12월 교육부 ‘부총리와 학생, 교원 간의 대화’ 등 모두 줌을 통해 진행됐다.

앞서 국감에서 줌의 보안 문제가 지적돼 정부가 줌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종단 간 암호화 문제 ▷중국 서버 공유 문제 등이 줌의 주요 보안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제3자가 서버에서 화상회의 내용을 볼 수 있고, 중국으로 정보 유출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나아가 줌이 원격수업·화상회의 데이터를 독점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원격수업 정책 개선을 위해 데이터를 요청했을 때 국내 기업들은 협조하고 있지만 줌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이 결국 줌에 방대한 데이터 자산을 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줌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전 세계 최초로 정부기관 내 줌 사용 금지를 공식화했다. 일선 학교 온라인수업에서의 줌 사용도 금지했다. 미국 뉴욕시도 일선 학교에 줌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killpass@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