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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도소에 '재소자 왕'과 그를 모시는 교도관이 있다"

이상엽 기자 입력 2021. 04. 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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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교도소 안에서 군림한 '재소자 왕'
'마약성 진통제' 들여와 영치금 받고 몰래 팔아
[앵커]

먼저, 영화 속 한 장면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기선 아무도 못 건드려. 한마디로 제왕이지, 제왕."
"(얘가 좀 사정이 있다네.) 걱정하지 마요.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해야지"
- 영화 '프리즌'

교도소 안에서 마치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재소자입니다. 그런데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원주교도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JTBC에 들어왔습니다. '왕'으로 불리는 재소자가 마약성 진통제를 들여와서 교도소 안에 유통하고 있고 교도관들은 이걸 알고도 눈 감아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저희 취재진은 지난 석 달간 추적과 검증을 해오며 제보가 상당 부분 사실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법을 집행하는 교도소 안에서 벌어진 무법의 실태, 먼저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교도소에 '수용자 왕'과 그를 모시는 법무부 교정공무원이 있다"

지난해 12월 원주교도소의 한 재소자가 JTBC에 보내온 29장짜리 옥중 편지입니다.

자신의 실명, 집 주소, 연락처와 함께 교도소 내부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편지는 '교도소 황제'라 불리는 A씨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A씨는 강도강간죄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이런 A씨가 교정공무원을 종처럼 부리고 있고, 교도관들도 A씨를 두려워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교도소 내부에 A씨와 조직폭력배가 연결된 사조직이 있고, 그 누구도 A씨를 건드릴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 사조직을 보호하는 건 다름 아닌 교정공무원이라며, 그 근거로 A씨가 받아왔다는 특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A씨는 오랜 기간 외부 병원에서 진통제를 처방 받았습니다.

약의 이름은 '트리돌'.

미국과 영국에서 마약류로 지정된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국내에선 아직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지만, 의존성이 높아 위험한 약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A씨는 처방 받아온 이 약을 교도소 안에서 유통해 왔다고 편지 속 제보자는 전했습니다.

다른 재소자들에게 영치금을 받고 팔아왔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원주교도소에서 출소한 또다른 제보자는 그 안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B씨/2020년 12월 출소 : 그게 안에선 나름대로 있잖습니까. 마약 대용으로 사용이 되고 있는 거죠. 진통이 없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몽롱하게 되는…]

취재진은 석달 간의 추적 끝에, 이 편지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실제로 교정본부의 조사 결과, A씨는 하루에 트리돌 8정, 모두 400mg을 교도소 안에서 거래해 왔습니다.

그 뒤엔 이를 산 재소자들을 협박했습니다.

"내가 복용하라고 준 약은 마약류로 분류된 약이고, 내가 원하는 돈을 주지 않으면 수사기관에 신고하겠다"며 수천만 원을 뜯어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교정공무원들이 뒤를 봐줬기 때문이라고 제보자는 주장했습니다.

A씨는 교도소 안에서 폭언, 폭행 사건으로 이미 '징벌 16회'를 받은 걸로도 파악됐습니다.

교정당국의 특별관리 대상이었는데도, 그들만의 거래를 막지 못했습니다.

A씨는 최근 전주교도소로 이감된 상태입니다.

[앵커]

이렇게 재소자가 왕처럼 군림하는 일은 교도관들이 눈을 감아주지 않는 한 불가능해 보입니다. 실제 얼마 전까지 이곳에 수감됐던 출소자는 교도관이 다른 재소자들의 기록부까지 보여주며 특혜를 줬다고 말했습니다. JTBC가 취재에 나서자, 교정당국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조보경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출소한 B씨는 고민 끝에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원주교도소 안에서 벌어진 믿기 어려운 일들이 B씨의 입에서 하나 둘 나왔습니다.

먼저, 교도관들이 규정을 어겨가며 A씨를 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가 유통한 약은 '복용 확인약'으로 처방을 받아온 사람이 실제로 먹는지 교도관이 눈으로 확인하게 돼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B씨/2020년 12월 출소 : 교도관이 의무적으로 이 사람이 삼키는지 안 삼키는지 확인해야… 영치금을 받으면서까지 팔 수 있었다는 건 당연히 확인을 안 했다는 거거든요.]

A씨에게 상상하기 힘든 특혜도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재소자들의 신상 정보가 담긴 기록부를 보여줬고, 이를 바탕으로 A씨는 누구에게 약을 팔지 물색했다는 얘기였습니다.

[B씨/2020년 12월 출소 : 재소자 신분장(수용기록부)까지 보여줬다… 죄명이라든지 성향이라든지 영치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 신분장 자체가 재소자가 기본적으로 볼 수가 없는 겁니다.]

교도관들이 이렇게 쩔쩔맨 건 A씨가 이들의 '약점'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B씨/2020년 12월 출소 : 그거를 '(교도)관 코걸이'라고 하거든요. 코가 꿰였다는 말, 자기 약점이 꿰였다는 거…(A씨가 교도관의) 약점이 될 만한 그런 내용들을 이 사람이 구체적으로 명시해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는 말입니다.]

다만 어떤 약점을 쥐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특정 재소자가 교도관 위에 군림하며 교도소 안에서 약을 유통해 왔다는 JTBC 취재에 대해 교정당국은 1차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고 전해왔습니다.

다만 교도관의 연루 의혹에 대해선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했습니다.

[앵커]

석달 간 이 내용을 추적해 온 법조팀의 이상엽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우선, 교도관들이 얼마나 연루됐는지는 어디까지 확인됐습니까?

[기자]

교도관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건 사실로 보입니다.

'마약성 진통제' 같은 약은 누가 처방받아 왔는지, 당사자가 복용하는지, 정해진 양을 먹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처방받아온 약이 다른 재소자에게 넘어갔다는 얘기는 규정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지난해 12월에 '옥중 편지'로 제보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편지 내용이 그렇다고 해도 선뜻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수용자 왕'이라고 불리는 A씨의 실명도 적혀 있지 않았고, 내용도 소설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간 취재를 거듭할 수록 현실이 상상을 압도한다는 걸 점점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 안에서 생활하다 최근 출소한 B씨의 생생한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실제 교도관들만 눈을 감아주면 이런 일이 가능합니까?

[기자]

최일선의 '교도관'에게 '책임'과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가 문제로 보입니다.

교도관이 눈감거나, 작정하고 잘못에 가담한다면 이를 빨리 파악하고 고치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물론, 제가 취재한 원주교도소의 교도관들에게 어떤 비위가 있었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합니다.

또 대다수의 교정공무원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그런데 교도관들이 실제로 눈을 감았는지, 아니면 되레 눈을 뜨고 뭔가 협조까지 해줬는지는 조사를 해봐야 겠지요. 교정당국은 JTBC가 취재에 나선 이후에 지금 조사에 들어갔다면서요?

[기자]

조사를 넘어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서울지방교정청'에도 정식으로 조사하라,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재소자들의 영치금 거래내역을 전수 분석하고 특혜를 준 교정공무원이 있는지 따져보겠다고 했습니다.

새롭게 취재가 되는 내용이 있으면,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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