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계일보

영업시간 늘려도 '자가진단 키트'면 OK?.. 오세훈 '서울형 거리두기' 논란

나진희 입력 2021. 04. 12. 23:01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업종별 영업 가능 시간을 다양화한 ‘서울형 거리두기’ 세부사항을 이번주 내로 구체화하겠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아직 식약처에서 허가하지 않은 자가진단 키트를 해외처럼 보급해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자가진단 키트의 정확도와 효과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키트 비용 부담 주체 등 세세한 내용은 정해지지 않아 서울형 거리두기가 시행도 하기 전에 좌초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가진단 키트’와 ‘영업시간 연장’ 들고온 오세훈 “노래연습장에 시범 도입”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온라인 브리핑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전하며 “근본적인 해법은 영업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다. 저는 오늘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중앙정부가 자가진단 키트 도입을 적극 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업주가 자가진단 키트로 손님들의 코로나19 검사를 하도록 하는 대신 기존 오후 10시로 제한된 유흥시설의 영업 가능 시간을 자정까지로 연장하는 등 규제를 느슨하게 하겠단 것이다. 양성으로 판정되면 입장이 제한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정부가 시행하는 기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이행하도록 연계장치를 마련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서울시는 앞서 공문으로 △유흥·단란·감성주점 및 헌팅포차는 오후 5시~밤 12시 △홀덤펍과 주점은 오후 4~11시 △콜라텍과 일반식당 및 카페는 기존처럼 오후 10시까지로 업종별 영업 가능 시간을 다르게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시연하고 있다. 면봉으로 콧속에서 검체를 채취, 진단시약과 테스터기를 이용한다. 수원=연합뉴스
10∼30분 내외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 키트는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이미 쓰고 있다. 오 시장은 “자신도 모르게 감염된 상태에서 PCR 검사로 넘어가는 사례가 다수 나와 초기엔 확진자가 늘 수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예방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 많은 시스템”이라며 “야간 이용자가 많은 노래연습장에 시범 도입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인지 검증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가진단 키트 정확도 논란… 전문가들 반대 의견 우세

그러나 자가진단 키트가 거리두기 제한 완화로 인한 방역 위험을 상쇄할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식약처는 그동안 검사 결과의 부정확성 논란 때문에 자가진단 키트의 허가를 내주지 않아 왔다. 방대본에 따르면 자가진단 키트는 채취 방법이나 검사 방법 등에서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어 음성 판정을 받을 수도 있고,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바이러스의 변이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점도 자가진단 키트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미국 백악관에선 5분 만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 진단키트를 썼다가 부정확도가 48%에 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 시장은 반복 검사 시 정확도가 올라간다고도 주장했는데 바이러스 배출량이 시시각각 변화하므로 여러 번 반복해도 큰 의미가 없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방대본이 신속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위해 개최한 전문가 회의에서도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진단 키트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키트 1개당 미화 8∼10달러 선의 비용을 지불하며 손님을 받는다는 것이 업주 입장에선 큰 부담일 수 있다. 그렇다고 정확도가 보장되지 않은 자가진단 키트를 시민의 세금으로 보급하는 것도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수도권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하루 앞둔 11일 서울 강남의 한 클럽 앞이 이른 아침부터 입장해 정오 무렵까지 클럽을 이용한 젊은층들과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뉴스1
◆“열흘 정도 기간 필요” 반대 여론에 백지화 가능성도 

서울시가 방역당국 및 전문가 협의 과정에서 서울형 거리두기를 백지화할 여지도 남아있다. 지난 1월 대구·경주시도 유흥시설·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1시로 두 시간 더 연장하겠다고 했다가 논란이 커지며 이를 백지화한 바 있다. 

오 시장 측에선 반대 여론을 감수하고 제한을 풀었다가 신규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경우 책임론에 직면하고, 대선 판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형 거리두기를 적용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번주 내로 매뉴얼을 확정한 후 다음주 초부터 중대본과 협의하면 열흘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식약처가 그 안에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기간이 더 늘어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마친 뒤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의 부연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전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을 중심으로 영업 가능 시간제한 완화에 우려를 나타냈던 방역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 윤태호 중대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정부 내에서도 자가검사 키트 적용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식약처의) 허가가 이뤄지면 서울시에서 시범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