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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50] '번아웃'에 대한 오해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1. 04. 13. 00:01 수정 2021. 04. 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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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에 학술 보고된 ‘번아웃(Burnout)’이란 용어가 최근 들어 일상에서 익숙하게 사용되고 유행이라 할 만큼 관련 서적의 출간도 상당하다. 한 해외 기업은 1만5000여명에 이르는 직원에게 동시에 지난 한 주 번아웃 예방을 위한 재충전의 휴가를 제공해 이슈가 되었다.

대표적인 번아웃 현상은 우선 무기력감이다. 일과 삶에 대한 에너지가 고갈된다. 다음은 직업 효능감(professional efficacy)이 떨어져 일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이 정서적 회피 반응이다. 일에서 멀어지고픈 마음에 심하면 지구를 떠나고픈 생각마저 든다. 여기에 공감 능력이 함께 떨어져 냉담 내지는 까칠한 소통이 툭 튀어나와 자신과 주변을 당황하게 할 수 있다.

86%의 직장인이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는데 번아웃은 조직이나 구성원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세계보건기구도 수년 전 번아웃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번아웃에 대한 몇 가지 흔한 오해가 마음을 더 지치게 할 수 있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번아웃은 질환명이 아니다. ‘살면서 한 번도 번아웃이 오지 않았다면 인생을 열심히 안 산 것 아닐까요’라며 번아웃이 찾아왔다고 스스로의 약함을 지나치게 탓하는 이에게 이야기한다. 스마트폰이 방전되었다고 고장 난 것이 아니다. 열심히 살다 보니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마음이 메시지를 보낸 것이 번아웃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번아웃이 찾아왔다면 가장 먼저 ‘너를 너무 혹사시켜 미안하다, 평소에 네가 좋아하는 일들로 재충전해줄게’라 내 마음을 다독여 주어야 한다.

또 번아웃 상태의 반대를 ‘몰입(engagement)’이라 볼 수 있는데, 조직에서 번아웃 관련 검사를 시행해 단순하게 구성원을 이분법으로 번아웃과 몰입 상태로 나누고, 번아웃에 빠진 구성원들은 지금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니, 명상, 여행 등을 통한 재충전 권유 등 번아웃 해결을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번아웃 척도를 개발한 버클리대 매슬락 교수는 번아웃 평가 시 다양한 측면을 동시에 분석해 어떤 요인들이 팀과 구성원에게 번아웃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주장한다. 예를 들어, 상사와의 소통 갈등이 정서적 고갈을 가져와 이어서 무기력감이 찾아오는 것과 반대로 내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가 무기력감을 먼저 가져오고 이어서 공감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 등 시스템 차원에서 번아웃을 일으키는 다양한 과정에 대한 분석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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