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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준호의 사이언스&] 미국이 압박해도..14억 인구 중국 과학굴기의 무서운 행진

최준호 입력 2021. 04. 13. 00:37 수정 2021. 04. 15.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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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달 탐사, 핵융합·인공지능..
중국 과학기술 다방면서 급발전
중국은 잘하는 기관에 우선 투자
"한국은 분배 중심 R&D 정책"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논설위원

세계의 눈과 귀가 ‘붉은 행성’ 화성의 적도 바로 북쪽, 예제로 크레이터(운석 충돌구)로 모이고 있다. 오는 1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호의 초소형 무인 헬리콥터 인저뉴어티가 화성 하늘을 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계획이 성공하면 인류는 지구 아닌 다른 행성의 하늘에서 처음으로 비행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같은 시각, 화성 상공 265~1만2000㎞의 극타원 궤도에는 중국의 첫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돌고 있다. 지난 2월10일 미국 퍼서비어런스보다 일주일 먼저 화성에 도착한 톈원은 오는 5~6월까지 궤도를 돌며 안정화 작업을 거친 뒤 탐사로봇(로버)을 화성 표면에 내려보낼 예정이다. 톈원은 궤도선과 착륙선·로버 3개의 모듈로 이뤄진 첫 탐사선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화성 궤도 비행, 화성 표면 착륙, 탐사 등 세 가지 임무를 동시해 수행하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미국과 옛 소련이 여러 단계에 걸쳐 이룬 성과를 한 번에 시도하는 셈이다. 미국보다 한참 늦게 출발한 화성 탐사를 단숨에 따라붙겠다는 의미다.

중국의 화성 탐사선 톈원1호를 운반할 창정-5 Y4 로켓이 지난해 7월 하이난성의 원창 우주발사장 발사대에서 이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과학굴기 행진이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반도체 등 미국의 견제가 거세지는 와중에 진행되는 일이다. 대표적 분야가 우주다. 화성탐사 외에도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지난해 말 달 표본 1.7㎏을 싣고 지구로 귀환했다. 지난해 6월엔 중국판 GPS(글로벌위성항법시스템) 베이더우(北斗) 구축을 위한 마지막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35개의 GPS 위성을 운용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24시간 고정밀의 위치, 시간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궁극의 에너지원이라 불리는 핵융합발전에도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 참여와는 별도로 올해 안으로 실험용 핵융합 원자로를 건설하고 2035년까지 공업용 시제품을 만드는 데 이어 2050년까지 대규모 상업적 이용에 나서겠다는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중국의 위치가 압도적이다. 교수진·논문 수·특허 수 등을 종합해 대학 순위를 매기는 미국 CS 순위에 따르면(2018~2020년 누적 기준) AI 분야 연구대학 1위(칭화대), 2위(베이징대), 4위(중국화학기술원) 는 모두 중국 대학이 차지했다.

중국의 현란한 과학기술 발전의 뒤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다. “10년 동안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매진할 것이다. 과학기술 종사자들이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주겠다. 국가 실험실을 더 많이 짓고 전략적 과학기술 능력을 강화하겠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달 5일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한 선언이다. 그는 “과학기술 집중 육성에 관한 ‘8대 산업’과 ‘7개 영역’을 선정했다”며 “향후 5년간 이 분야에 연구개발(R&D) 자금을 매년 전년 대비 7% 이상씩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EU·중국의 R&D 투자

중국의 과학굴기는 논문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학술 정보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SCI 논문현황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국가로 떠올랐다. 논문의 양만 뛰어난 게 아니다. 같은 해 전 세계에서 논문 피인용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역시 중국이다. 질과 양에서 모두 세계 1위였던 미국을 따돌렸다.

안지혜 KISTEP 혁신정보분석센터 부연구위원은 “한 국가의 과학적 성과가 기술적 성과로 이어지고 이게 바탕이 돼 경제적 성과를 이루는 것”이라며 “중국이 논문 수는 물론 피인용에서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는 것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국가 경쟁력이 머잖아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과학기술의 현주소는 어떨까.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상으로 보면 한국의 과학기술은 세계 정상급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세계 1위. 절대 규모로 봐도 미국·중국·일본 독일에 이어 5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내년에 정부와 민간을 합쳐 ‘R&D 투자 100조 시대’를 열게 된다. 우리 과학기술계에 매우 뜻깊은 해가 될 것”이라면서 “규모 면에서는 세계 다섯 번째이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으로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내 과학계의 한 인사는 “투자 순위 등 R&D의 양적 지표가 좋아지는 것은 총량과 효율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R&D는 절대 투자액도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이 크지만 잘하는 기관 우선으로 배분하는 반면, 한국은 분배 중심의 R&D 정책을 쓰고 있다”며 “심지어 현 정부의 지도층 중에서는 기술혁신이 양극화의 원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성공의 사다리와 과학기술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면 한국은 그 연결고리에 대한 믿음이 약한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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