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조선일보

[일사일언] 연탄 7000장의 기적

이지나 여행작가·'서울 재발견' 저자 입력 2021. 04.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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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부터 겨울이 올 때마다 ‘연탄 봉사’를 해왔다. 저소득층의 겨울철 난방 연료를 지원하는 것으로 기부금 모아 산 연탄을 한 가구당 200장씩, 약 다섯 가구의 연탄 창고에 배달하는 일이다. 연탄 200장으론 한 가구가 한 달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고, 겨울을 나려면 대략 1000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년에는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기업의 후원과 단체 봉사가 끊겼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연탄 봉사는 1만원 이상 기부한 후 그 돈으로 산 연탄을 직접 배달한다. 여럿이 모여야 가능한 일인데, 열다섯 명 이상이 모이면 단체로 신청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럼 내가 한번 모아 볼까?’ ‘내가 뭐라고 굳이…’라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지만 좋은 일이니 ‘일단 가까운 사람들을 모으자!’라는 생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봉사자 모집 양식과 기부금 모금 양식을 공유했다. 놀랍게도 이 링크가 가족부터 시작해 친구, 친구의 친구에게 건너가더니 마침내 약 7000 장의 연탄을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이 모였다. 참고로 연탄 한 장은 840원이다.

그리하여 지난 1~2월 50명의 봉사자와 함께 ‘여행 작가 이지나와 친구들’이라는 모임을 꾸려 두 번의 연탄 봉사를 다녀왔다. 아빠와 함께 온 한 초등학생은 “연탄이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즐거웠어요! 겨울방학 중 가장 잘한 일이에요!”라며 미소 지었고, 친구 따라 왔다는 30대 남성은 “토요일 아침 여기 오지 않았다면 분명히 자고 있었겠죠? 함께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라며 후기를 전했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위축된 시기, 스스로 용기를 내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팬데믹 속에서도 결국 사람이 사람을 따스하게 한다는 것. 그야말로 ‘십시일반의 기적’을 지난겨울, 이 봉사로 체험했다. 만난 적도 없고, 아는 사이도 아니었던 이들로부터 받은 힘, 보이지 않는 연결의 큰 에너지는 나를 비롯해 함께한 이들 모두에게 전달됐다.

그때 창고에 쌓았던 연탄은 이제 모두 사용됐을 것이다. 추위를 녹이는 것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기꺼이 나누는 행위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겨울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봄이 오고, 매서운 추위가 지나간 뒤의 봄은 유독 더 아름답다는 것을 이 계절에 진하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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