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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인사이트]'국제 법인세 하한선' 꺼낸 美, 디지털세 주도권까지 노려

입력 2021. 04. 13. 03:04 수정 2021. 04. 13.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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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發 '글로벌 세금전쟁'

《최근 미국 내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세제 개혁과 관련된 논란이 뜨겁다. 겉으로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시행한 ‘세금감면 및 일자리법(TCJA)’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 시행을 위한 재원 조달의 측면이 강하다.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설정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의 향후 법인세제 개혁 의도와 방향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옐런 장관은 글로벌 차원에서 법인세율 최저한도를 일치시키자고 제안했다. 국가별로 법인세율이 서로 다르니 기업들이 조세 부담을 소비자 및 다른 기업들에 전가하거나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조세 회피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 부연구위원
특히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법인세수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조치와 해당 거대 기술기업들의 조세 회피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3월 31일 피츠버그에서 ‘미국 일자리 계획’을 발표하는 연설 중에 “포천 500대 기업 중 아마존을 포함한 91개의 거대 미국 기업들이 다양한 법적 허점을 이용해 연방소득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것은 이런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이어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을 21%로 올림으로써 향후 15년간 1조 달러에 가까운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위해 현재 여러 셈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제개혁 공약을 통해 국내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최근에 발표된 ‘미국 일자리 계획’ 시행을 위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 행정부가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법인세가 급격히 인상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심각한 조세 저항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조세 부담 증가로 특정 대기업들은 국내 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법인세 하한선이 올라가면 해외로 이전한 미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납부하는 법인세 실효세율이 상승한다. 오프쇼어링의 실질적 혜택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법인세 하한선 인상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국내 법인세 인상에 대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또 옐런 장관의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 설정 주장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는 ‘디지털세’에 관한 각국의 논의를 미국이 주도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디지털세는 물리적 고정 사업장 없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IT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 기업들이 유럽에서 막대한 돈을 벌지만 세금은 내지 않는다는 불만에서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그간 추락한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자 한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세 합의를 포함한 글로벌 과세제도 논의는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미국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일부 유럽 정부는 미국에서 제기된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설정 주장을 일단 반기는 모양새다. 비토르 가스파르 IMF 재정담당 국장은 IMF가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을 막기 위한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이 같은 조치가 전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경쟁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브루노 로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국제 과세기준에 관한 글로벌 차원의 합의를 이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미국 내 여론이다.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설정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측은 해당 조치가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외국 정부의 차별적 과세 문제를 해소하고 글로벌 차원에서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을 대표하는 로비 그룹인 정보기술산업협회(ITI) 역시 미 재무부의 제안에 대해 “글로벌 과세체계의 분열을 완화시키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제안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주장하는 첫 번째 문제점은 미국이 제시한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 설정 방안을 세계 각국 정부가 일괄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각국의 법인세 최저세율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이를 일률적으로 조정하는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처로부터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디지털플랫폼 경제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거대 기술기업을 겨냥해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이 올라가면 그만큼 해당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게 돼 미래 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공화당에서 이런 근거로 옐런 장관의 제안에 반대하고 있다. 상원에서 의석수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할 경우 해당 계획의 의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OECD 디지털세 합의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살펴보는 것이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설정안의 향방을 예측하는 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세 합의안 마련을 위한 최종 시한(2021년 6월)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 과세제도 논의를 주도하려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는 OECD 디지털세 합의와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설정 논의를 미국에 유리하도록 이끌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 맥락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캐서린 타이 대표는 OECD 디지털세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디지털세를 도입한 6개국(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터키 인도)에 대해 “미국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보복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글로벌 법인세제 개편을 자국 거대 기술기업의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는 국내 반대를 극복하고 달성할 수 있을까.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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