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40대초부터 대통령 뜻..노무현도 1~2%서 시작했다"

권호 2021. 4.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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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 노리는 유승민 인터뷰
민심 두렵다, 한 번 실수하면 돌아서
40대 초반부터 대통령에 뜻 뒀다
서울시장은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어
윤석열, 검사로서는 강직하다 생각
유승민 전 의원이 본격적으로 대선 가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는 12일 오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국민이 나를 잠시 잊었을 수는 있다. 11개월 남았다. 이제 시작이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다변(多辯)이 달변(達辯)이긴 쉽지 않다. 중언부언하거나 핵심을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예외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사무실에서 주먹 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그는 “자만하고 한 번 실수하면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는 게 민심”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국민의힘이 압승한 4ㆍ7 재보선 결과에 대해 그는 “민심, 특히 2030의 지지가 두렵다”고 했다.

100분가량의 인터뷰는 재보선 리뷰부터 대선 주자로서 자신의 경쟁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경쟁자에 대한 평가까지 넘나들었다. 그의 사무실 이름인 ‘희망 22’처럼 대화의 주제는 내년 3월 대선으로 수렴됐다.

Q : 국민의힘이 오랜만에 이겼다.
A : “우리가 예뻐서 지지해준 게 절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했다. ‘운동장이 진보 쪽으로 기울었다’고 했던 게 불과 1년 전이다. 확 바뀌는 민심이 진짜 두렵다. 대선까지 11개월 남았다. 조금이라도 교만하고 우쭐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

Q :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A : “개인적으로 초선이던 17대 국회 때, 당시 민주당 비례 의원이던 김 전 위원장의 방이 회관 바로 맞은편이었다. 오래된 인연이다. 5년 전, 10년 전엔 나 홀로 외롭게 그런 주장을 했었다. 김 전 위원장이 강조한 변화 방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재충전한다고 위원장 자리를 내놓았지만 대선 때든 언제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일각에서 ‘유승민 차출론’이 회자됐다. 수도권 민심에 어필할 수 있는 개혁적 보수의 이미지에다 본인으로서도 대선 가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 얘기를 꺼내자 그는 ‘발심(發心)’이란 말을 썼다.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게 발심인데, 40대 초반 여의도 연구소장으로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종합적으로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대통령에 뜻을 뒀다. 서울시장은 한순간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Q : 대선주자 유승민은 지지율 2~3%에 머물고 있다.
A : “국민의 솔직한 마음이란 측면에서 지지율은 의미가 있다. 다만, 그건 현시점의 지지율이다. 과거 원내대표 관둔 직후, 지지율이 훅 오른 경험도 있다. 이제 시작이다. 각 당 후보가 정해지는 과정에서 적어도 두 세번은 출렁거릴 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1~2%에서 시작했다.”

Q : 노 전 대통령은 팬덤이 있었다. 유권자들이 무관심한 건 아닌가.
A : “코로나 이후 미디어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번 대선도 미디어 선거가 될 거라 본다. 그런데 나는 미디어의 시야에서 4년을 사라졌다. 2016년 총선 때 공천 파동 터져서 제2당으로 주저앉고, 그해 가을 국정농단 사태 터지고…. 22년째 정치하면서 ‘이렇게 괴로울 수 있나’ 싶을 정도의 4~5년이었다. 시야에서 사라져 국민이 나를 잊었을 수는 있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으로서 이제부터는 시대와 정책과 비전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계획이다.”

Q : 탄핵 때 상처받은 강경보수층, 이른바 ‘태극기 부대’는 어떻게 할 건가.
A : “(강경 보수층으로부터) 나만큼 화형식 많이 당하고, 물풍선 많이 받은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런데도 과거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큰 분들이다. 누구를 내세워야 이길 수 있느냐를 보고 선택할 거라 생각한다. 나 개인에 대한 생각도 바뀔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8일 마포포럼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0년을 구형했던 분"이라고 말한 게 견제구를 날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사진은 마포 포럼에 참석해 인사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유 전 대표는 “분열 않고 힘을 합쳐야 정권을 바꿀 수 있다”며 야권 단일 후보를 강조했다. 현재 야권의 지지율 1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Q : 윤 전 총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A : “정치인으로서의 윤석열은 아직 평가할 게 없다. 어떤 생각인지, 어떤 정치를 하려는지, 대통령 되면 뭘 하겠다는 건지 들어본 적 없다.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비전을 보여주는 건 국민 앞의 의무다. 고민이 많을 거다. 검사 윤석열은 권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는 강직한 검사라고 생각했다.”

Q : 그에 대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0년을 구형한 검사”라고 말했다.
A :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간단한 사실관계만 얘기한 게 견제하는 듯한 말로 비쳤다. 아직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럴 게 뭐가 있나. 큰 울타리 만들어 같이 경쟁하자는 입장으로, 다른 후보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할 생각 없다.”

Q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에 나올까. 안 대표는 어떻게 평가하나.
A : “모르겠다. 서울시장 출사표 던지면서 대선은 안 나간다고 했지만, 그건 그분 마음이니까. 합당하고 헤어진 뒤, 안 대표에 대해선 사적인 자리에서도 나쁜 소리 한 적 없다.”

Q : 본선에 갈 경우,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가.
A : “모를 일이다. 야권 재편에 관해서만 관심들 갖는데, 개인적으론 여권이 재편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고, 지금 그 시점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분열의 에너지가 작용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친문 세력은 과거 친박 세력들보다 훨씬 결속력이 강하고 이념적으로 뭉쳐있다. 쉽게 이 지사 쪽으로 힘이 모이진 않을 거다.”

Q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름도 다시 나온다.
A : “정치인이 말을 바꿀 때는 국민께 내가 왜 말을 바꾸는지 설명하고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한다는 신조로 살아왔다. 정치할 생각이 있으면 설명이 필요할 거다.”
권호ㆍ허진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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