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의 삶, 오롯이 부부에게 집중한 공간

매거진 2021. 4.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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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앞두고 새로운 날들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담긴 집. 불필요한 것들은 비우고 부부의 취향과 니즈라는 요소들로 섬세하게 채워 넣었다. 



취향에 맞는 옷차림이 있듯, 집도 그러하다. 공간에는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고 좋아하는 것들이 담기기 마련이니까. 이 새로운 보금자리에 살게 될 부부의 생각도 같았다. 단순히 새 마감재를 채워 넣고 꾸미는 것에 치중하기보단, 이곳에 살 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반영된 집이어야 했다. 특히 은퇴를 앞두고 새로운 일상을 꾸려나갈 둘만의 집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동안은 자녀들 위주로 공간을 구성했다면, 이젠 철저히 부부 중심의 공간이길 바랬다. 다양한 리모델링 사례를 찾아보며 어떤 공간으로 꾸밀지 오랜 시간을 설레며 고민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부부의 바람은 817디자인스페이스의 임규범 소장을 통해 내부 곳곳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이닝룸에서 바라본 주방


현관 복도에는 그림이 돋보일 수 있도록 마감재의 색감을 최대한 배제했다.

여느 아파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구조라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틀을 갖춘다면 공간에 빛이 나기 마련이다. 이 집이 그렇다. 내부로 들어서면 베이지 그레이와 짙은 우드 컬러로 마감된 톤 온 톤의 따스한 바탕 위로 세련된 감각이 느껴진다. 튀는 컬러 없이도 공간이 밋밋해 보이지 않는 까닭은 포인트로 작용한 요소들 덕분이다.

현관 복도에 걸려 있는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시작으로 주방에 사용된 화려한 패턴의 대리석과 안방 벽면에 시공한 우드 마감재, 그리고 과감한 오렌지 컬러의 벨벳 의자 등 집중을 선택한 곳에 확실한 포인트 요소를 두었다. 단, 오래 두고 보아야 할 것들에는 전체적인 무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색감을 사용하되, 자주 변경하기 쉬운 패브릭 같은 요소들에는 과감한 컬러를 선택했다.


과감한 패턴의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이 시선을 잡아끈다. 어질러지기 쉬운 주방이기에 항상 정돈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붙박이 형태의 수납장을 설계하고 주방 뒤쪽으로는 보조 주방을 둬 부족한 수납을 해결했다.


POINT 1_다이닝룸의 숨은 와인바     
문이 닫혀있을 때는 심플한 수납장인 듯 보이지만, 포켓도어를 열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와인파티를 즐기는 부부를 위해 벽면에 감쪽같이 숨겨진 와인바는 이 집의 히든 스페이스다.     

POINT 2_가죽 스트랩이 돋보이는 조명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한 디자인의 조명이지만, 조명 전체를 가죽 스트랩으로 묶어놓은 듯한 형태로 공간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밋밋한 공간에 사용하면 좋을 아이템.     

POINT 3_내부가 훤히 보이는 옷장     
유리문이 달려있어 정돈된 옷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작된 옷장. 내부에 조명을 달아 문을 열지 않아도 옷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 편리하기도 하지만, 보기에도 멋스럽다.


복도를 들어서 안으로 들어오면 내부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주방을 마주하게 된다. 새로운 취미인 요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할애했다.

공간 배치 역시 부부의 니즈에 따라 재구성했다. 이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새로운 취미인 요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주방과 그 요리를 지인들에게 대접할 수 있는 다이닝룸이었다. 집의 중심이 주방이 되는 셈이다. 편리하면서도 시각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공간을 위해 주방, 다이닝룸, 거실 공간의 적절한 분배에 신경을 써 배치했다. 오픈형의 넓은 공간으로 구성된 주방은 자연스레 거실과 이어지며, 그 뒤로 대형 테이블이 놓인 다이닝룸이 있어 마치 하나의 파티룸처럼 느껴진다.


주방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거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연출했다.


다이닝룸은 평상시에는 식사 공간과 서재로 활용되지만 특별한 날엔 와인 바로 변신한다.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어디에 머물건 소통이 자유롭다. 이곳에서 부부는 와인 파티를 열기도 하며 변화된 일상의 여유를 한껏 누리는 중이다.
과감하고 화려한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으로 첫인상이 강렬한 주방만큼이나 다이닝룸에도 신경을 썼다. 다이닝룸은 초대를 위해 마련된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서재의 역할도 겸한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펜던트 조명 대신 레일형의 조명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묵직한 테이블을 배치한 건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평범한 수납 시스템처럼 보이는 포켓도어를 열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근사한 와인 바로의 변신. 다양한 모양의 와인잔과 양주, 와인셀러 등이 구비되어 있어 기능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도 훌륭하다.


따스하고 차분한 베이지 그레이 컬러로 꾸며진 자녀의 방.


모든 가구는 817스페이스디자인에서 직접 제작했다. / 욕실은 포세린 타일과 포인트 조명으로 고급스럽게 연출됐다.


호텔 룸처럼 디자인 된 부부침실. 그레이 컬러와 짙은 우드의 조화가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돋보이게 한다. 침대 헤드 대신 벽면에 우드 패널을 시공했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꾸며진 거실 역시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계획되었다. 스마트폰 영상을 즐기는 부부를 위해 소파면 바닥에 매립 콘센트를 설치, TV 케이블 선을 눈에 띄지 않게 끌어와 TV로 편안하게 스마트폰 영상을 연결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부부의 침실과 두 자녀의 방 그리고 드레스룸은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 진행됐다. 하지만 곧 출가할 자녀들의 방 보다 부부침실에 더욱 집중되길 바랐기에, 침실은 호텔처럼 드레스룸은 명품숍처럼 집에서도 공간에 대한 즐거움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옷 고르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는 부부를 위해, 드레스룸의 경우 시각적 재미를 위한 다양한 연출이 시도됐다. 쇼룸처럼 물건을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선반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문이 그것이다. 종류와 컬러별로 정리된 옷들을 보고 있자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쪽 벽면에는 철 지난 옷이나 이불 등을 수납할 수 있는 붙박이장을 설치해 기능적으로도 훌륭하다.


수납 위주로 구성된 침대 맞은편으로는 과감한 오렌지 컬러의 벨벳 의자로 포인트를 주었다.


침실 입구에는 물건을 디스플레이 할 수 있는 선반을 둬 마치 쇼룸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오른쪽으로는 파우더룸과 욕실이 왼쪽으로는 침실이 이어진다.

INTERIOR SOURCE

대지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거주인원 ≫ 4명(부부 + 자녀 2)  
건축면적 ≫ 204m2(60평)  
내부마감재 ≫ 벽 – 수성페인트 도장(벤자민무어 SCUFF-X(거실)), 실크벽지(서울벽지(각방)), 필름(안방 침대헤드 우드 부분), 세라믹 타일(안방) / 도어 –필름 / 마루 – 원목마루(지복득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주방 – 천연대리석(토탈석재), 욕실-포세린 타일(티앤피세라믹)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키큰장, 아일랜드 – 817 제작(도장), 블럼 하드웨어 / 식탁 –817 제작(무늬목)  
조명 ≫ 디에디트 조명  
스위치 및 콘센트 ≫ 거실 –융 / 화장실 콘센트 – 르그랑  
중문 ≫ 슬라이딩 도어(위드지스)  |  방문 ≫ 필름 리폼, 모티스 도어락  
붙박이장 ≫ 817자체제작 가구  
드레스룸 ≫ 유리도어장  |  각 방 ≫ 도장가구  
시공 및 설계 ≫ 817디자인스페이스 www.instagram.com/817designspace_director


세라믹 타일로 시공한 벽면에 펜던트 조명과 타원형 거울, 스툴로 감각적으로 꾸민 파우더룸. / 기능적인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시각적인 재미를 준 드레스룸.

처음 신혼살림을 마련하던 그때도 설레었을 거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일상도 집도 아이들에게 맞춰 살아왔을 테다.

시간이 흘러 자녀들의 독립을 앞둔 지금, 은퇴 후 삶을 위한 둘만의 공간을 꾸미며 부부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다시 부부만의 공간을 꿈꿔보는 일이란, 정말 설레는 일이다. 주방에서 요리 실력을 뽐내며 근사하고 여유로운 저녁 식사를 함께할 남편과 아내. 변화된 공간만큼이나 새로운 일상을 함께 시작할 이들 부부가 사뭇 부러워진다.


취재_ 최미현  |  사진_ 진성기(쏘울그래프)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4월호 / Vol.266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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