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Window >전세계 폐플라스틱 '폭탄 돌리기'.."팬데믹 끝나도 쓰레기는 남는다"

박세희 기자 2021. 4. 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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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볼리비아 오루로 인근의 타가렛강에 플라스틱병과 쓰레기들이 떠 있다. 타가렛강은 인근 우루우루 호수로 합류하는데 볼리비아 당국은 식수원 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이날 쓰레기 제거 작업을 개시했다. AP 연합뉴스

2018년 中 쓰레기 반입금지에

말레이·印尼·필리핀으로 몰려

코로나에 일회용품 사용 폭증

개도국 불법 쓰레기 반환 나서

지난 1월 바젤협약 발효됐지만

美 쓰레기 여전히 개도국에 수출

전세계 폐마스크도 月1290억개

각국 정부 폐기물 처리 골머리

“더 이상 세계의 쓰레기장이 되지 않겠다.”

한때 전 세계에서 나온 쓰레기 대부분을 수용했던 중국은 지난 2018년 ‘쓰레기 수입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세계의 쓰레기들은 갈 곳을 잃었고, 곧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쓰레기 ‘폭탄 돌리기’는 현재 진행형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폭탄은 마침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6일 불법적으로 들어온 플라스틱 쓰레기 컨테이너 267개를 이미 반송했고 추가로 81개를 돌려보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환경부 장관인 투안 이브라힘 투안 만은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환경·수입 법을 지키지 않는 해운업체 등은 엄격한 조치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점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외에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도 불법적으로 들어온 폐플라스틱 컨테이너를 선진국으로 반송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9월과 11월 각각 21개와 242개의 컨테이너를 영국으로 돌려보냈고 인도네시아도 2019년과 지난해 자카르타 인근과 수라바야, 바탐섬 항구에서 컨테이너들을 조사해 200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적발, 미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4개 선진국으로 반송했다.

◇폐플라스틱 규제 대상에 추가된 바젤협약 발효된 1월…이전과 차이 없어 = 선진국들의 쓰레기가 개발도상국으로 몰려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00년대 후반 개도국들에 선진국들의 쓰레기가 쌓이자 1989년 개도국들이 주도해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제한하는 바젤협약이 맺어졌고 이는 1992년부터 발효됐다. 그리고 2019년 규제 대상에 폐플라스틱이 포함됐다. 187개국이 체결한 이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퇴치의 주요한 승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협정이 발효된 첫 달인 지난 1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개도국에 대한 폐플라스틱 수출량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1월 미국의 폐플라스틱 수출은 전월 4500만 t에서 4800만 t으로 소폭 증가했고 개도국들에 대한 수출도 사실상 1년 전과 변동 없이 총 2500만 t에 달했다. 미국의 폐기물이 가장 많이 향한 곳은 말레이시아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 중 하나지만 아이티 등과 함께 바젤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바젤협약에 동의했으므로 미국도 이들 국가에 수출할 때 규제를 받는다.

모든 폐기물이 규제되는 것은 아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수출입이 허용된다. 미국의 한 재활용 업체 측은 “미국발 수출이 모두 불법이라는 주장은 잘못됐다. 우리는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만 보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라 속이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말레이시아 등의 반송 사례들을 보면 재활용이 안 되는 폐플라스틱 등이 섞여 있다.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들은 모두 바다로 흘러가 해양 오염의 주범이 된다.

◇코로나19로 플라스틱 쓰레기 폭발…매월 1290억 개 마스크 사용 = 플라스틱 쓰레기는 코로나19 사태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월 1290억 개의 마스크가 사용되고 분당 280만 개의 마스크가 소모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가 코로나19 방역의 필수품이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남덴마크대학의 엘비스 겐보 시 환경학 박사와 프린스턴대학의 지용 제이슨 렌 환경공학 교수는 “약 25%가 재활용되는 플라스틱병과 달리 마스크는 재활용에 대한 공식 지침이 없어 부적절한 방법으로 폐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마스크는 분해되는 데에만 45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수의 미세 입자를 생성하고 결국 나노 플라스틱으로 조각화돼 우리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겐보 박사는 “마스크는 분해될 때 비닐봉지와 같은 큰 크기의 플라스틱보다 더 쉽고 빠르게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한다”면서 “마스크 전용 쓰레기통 설치를 포함해 마스크의 폐기 관리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양 생물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관련 폐기물을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지중해에 해파리보다 마스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마스크 외에도 팬데믹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폭증했다.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중국 우한(武漢)의 경우 당시 하루 240t 이상의 일회용 플라스틱 기반 의료 폐기물(마스크, 장갑, 가운 등)이 배출됐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이다. 뱅고어대학 웨일스플라스틱연구센터의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던 박사는 “코로나19는 결국 사라지겠지만 플라스틱 폐기물은 없어지지 않고 영원히 여기에 있을 것”이라며 각국 정부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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