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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본의 무책임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용납 못한다

입력 2021. 04. 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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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탈핵시민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 중단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결국 바다에 쏟아 버리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13일 각료회의를 열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25만t을 해양에 방출하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확정했다. 다핵종제거설비로 방사성물질을 제거하고,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 등은 희석한 뒤 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이 섞인 오염수 방류는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생물 농축을 통해 인체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크다. 가장 가까운 한국이 피해국이 될 것은 자명하다. 일본 내 어민과 시민사회, 인접국 및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 오염수의 해양방류 계획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일본 정부는 2022년에 오염수 보관탱크가 포화상태가 되는데, 오염수에는 인체에 무해한 삼중수소 정도만 남기 때문에 바다에 버려도 무방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삼중수소도 인체에 들어올 경우 내부 피폭을 통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삼중수소 외에 스트론튬90, 방사성요오드129, 탄소14 등 유해 방사성물질이 오염수에 남아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만을 부각시켜왔다. 탄소14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고, 스트론튬90과 방사성요오드129도 발암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로 탄소14가 정화되지 않는 사실을 10년 가까이 감춰오다 지난해에야 공개했다. 삼중수소의 ‘인체 무해’ 주장도 반론이 적지 않은 만큼 마땅히 제거하려 노력해야 함에도 일본 정부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미국이 개발한 삼중수소 제거기술 도입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일본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방법은 육상 탱크에 오염수를 장기 보관하는 것이다. 삼중수소는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12.3년인 만큼 이 기간을 넘겨 배출하는 것도 선택지였다. 탄소14, 스트론튬90 등도 장기 보관하면서 정화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런 대안들을 무시한 채 가장 손쉬운 해양 방류를 선택했다. 인류의 공동자산인 바다 생태계를 훼손하는 무책임한 행위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물질들을 충분히 희석한 뒤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아무리 희석해도 방사성물질의 총량은 바뀌지 않는다. 방사성물질이 장기간 해양 생태계에 끼칠 영향을 감안하면 이는 인류에 대한 중대한 과오가 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한국 정부가 요청한 정보제공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주변국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는 태도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결정에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력 항의하는 한편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은 “국제안전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사실상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일본 중시 방침을 감안해도 상황인식이 너무나 안이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결정이 결코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을 인식하고, 계획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자칫 올여름 도쿄 올림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비판에만 머물지 말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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