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조선일보

[사설] 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인접국 불안 배려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입력 2021. 04. 14. 03:24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이 13일 후쿠시마현청 앞에서 일본 정부의 사고 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저장 용기에 담아 보관 중인 다량의 방사성 오염수를 2년 뒤부터 바다로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오염수는 125만t인데 하루 140t 정도씩 늘고 있다. 오염수는 정화 설비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지만 물 분자 구성 물질로 들어 있는 삼중수소는 걸러내지 못한다. 일본 당국은 그걸 바닷물로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를 WHO 식수 기준치의 7분의 1 정도까지 떨어뜨린 후 30~40년에 걸쳐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했고, 중국 정부는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본 정부 결정은 투명했고 국제 기준과 조화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 건강이나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많기는 하다. 방류 오염수는 대부분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태평양으로 확산되고 극히 일부가 남쪽으로 이동해 동해로 들어올 수 있지만 그 양은 후쿠시마 방류량의 0.00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월성 원전 단지에서도 상당량의 삼중수소를 냉각수에 희석시켜 배출하고 있다. 다만 월성 방류수의 농도는 L당 13베크렐 수준인데 일본은 1500베크렐로 계획하고 있다.

후쿠시마 보관 오염수의 70%엔 삼중수소뿐 아니라 기준치를 넘는 세슘,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돼왔다. 일본은 이것 역시 정화해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인접국의 불안을 털어낼 수 있는 투명한 모니터링 절차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 어업 종사자들이 “바다에 의도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뿌리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방류에 반대하는 상황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어 불가피하게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더 이상 오염수 보관 장소가 없다면 주변 주민들 동의를 구해 부지 밖에 보관하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3년이기 때문에 30년 정도만 더 보관하면 80% 이상은 사라진다. 일본 정부가 성의만 있었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방류를 뒤로 늦출 수도 있었을 것이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